민주-정의, 창원 성산 후보 단일화 ‘무산’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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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당 차원의 단일화 없다”…심상정 “거대 정당, 소수 정당 몫 연동형 의석을 더 가로채기 위해 혈안”
통합당 후보 반사이익 가능성 높아져

4·15 총선 경남 창원 성산 선거에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이 지역에 출마한 이흥석 민주당 후보와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협상을 중단하고 각개전투에 돌입했다. 강기윤 미래통합당 후보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당 후보들이 공정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강기윤, 정의당 여영국,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민중당 석영철 후보.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당 후보들이 공정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강기윤, 정의당 여영국,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민중당 석영철 후보. ©연합뉴스

창원 성산에 출마한 민주당 이흥석 후보는 7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단일화 협상을 접고자 한다"며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무산에 대한 책임은 정의당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의당은 단일화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가져가고자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원 성산은 공단 지역에다 30~40대 유권자가 많다. 17·18대 총선에선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20대 총선에선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당선됐다. 작년 보궐 선거에서도 여영국 후보가 범여권 단일 후보로 강기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후보를 이겼다. 다만 19대 때는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경쟁하면서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최근 5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범여권 단일화를 통해 4번 진보진영 후보가 당선된 이른바 '영남 진보정치 1번지'다.

두 후보는 그동안 투표용지 인쇄 전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두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은 6일 이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을 여 후보가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이 후보는 7일 "여 후보가 정의당 중심의 후보 단일화 방식을 요구해 협상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친여 세력들이 비례정당을 창당하고 민주당 묵인 속에 연대 수순을 거쳐 비례민주당 역할을 하면서 정의당과 지역구 후보 단일화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3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창원 성산에서 이 후보와 정책 협약을 맺으면서 "비례연합정당(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지 않는 정당과의 연대는 강을 건넜다"며 "당 차원의 단일화는 없다는 것은 중앙당의 확고한 의지"라고 했다. 창원 성산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당세를 키우려던 정의당이 민주당과 각을 세우면서 지역구 '범여권 단일화'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민주당 이흥석, 한국당 강기윤, 정의당 여영국, 민중당 석영철 후보 등이 선관위에 등록한 상태다. 정의당은 현역인 여 의원의 지역구인 만큼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도 경제 악화로 흔들리는 PK 민심을 붙잡고 통합당의 '정권 심판론'을 차단하기 위해 양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 후보는 "통합당에 맞설 후보는 정당지지율 40%에 육박하는 민주당 후보 밖에 없다. 민주당이 20년 동안 양보하지 않았나"고 했다.

정당득표에서 범여권표 분산을 막아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단일화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의당과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창원 성산 비례선거 득표율이 낮아지고 지지층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이 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이흥석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이 후보(왼쪽)와 '정책 협약식'을 마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이 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이흥석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이 후보(왼쪽)와 '정책 협약식'을 마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원 성산 진보진영 후보 간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코로나와 싸우는 동안 여야 거대 정당들은 민생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소수 정당 몫 연동형 의석을 더 가로채기 위해 위성 정당 경쟁에만 혈안이 됐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보다 하루 전날인 4일 여 후보도 "진보 진영의 힘을 하나로 모아 진보 정치 1번지를 지켜달라는 창원 시민의 단일화 염원을 짓밟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오만과 무례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민주당에 날선 비판을 시작했다.

범여권 분열로 강기윤 통합당 후보의 반사 이익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MBC경남 의뢰로 지난달 29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유권자 51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3%)에서 통합당 강기윤 후보의 지지율은 43.9%, 범여권의 두 후보인 정의당 여 후보와 민주당 이 후보는 각각 22.9%, 18.1%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관련, 한 경남 정치인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며 "창원 성산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이해관계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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