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실내놀이, 장난감 없이도 가능한 ‘노즈워크’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6 11:00
  • 호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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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활동 활성화, 집중력 향상 등 이점

사람은 세상을 눈, 즉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다. 반면에 반려동물은 시각에 대한 의존도가 사람보다 낮다. 사람보다 100배 이상 잘 발달된 후각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고 접한다. 그만큼 후각은 반려동물에게 정말 중요한 감각 중 하나다. 낯선 상황에 처한 반려동물이 조심스럽게 그 장소의 냄새를 맡으며 활동하는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냄새를 맡으면서 그 장소가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실제로 이렇게 냄새 맡는 행위를 통해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최근 국내에도 보편화돼 잘 알려진 ‘노즈워크(nose work)’는 이런 후각 활동을 통해 반려동물에게 즐거움을 주는 놀이법이자 교육법이다. 반려견이 코를 이용해 하는 모든 활동이 노즈워크에 포함될 수 있다. 노즈워크를 통해 평소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던 후각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면서 두뇌 활동이 활성화된다. 후각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노즈워크를 해냈을 때 즐거움을 느끼고 보호자의 칭찬을 받으면 자신감도 얻게 된다. 

평소 산만한 반려견은 이런 노즈워크를 통해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매일매일 반복하면 기억력을 발달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보호자가 간식을 숨기고 반려동물이 찾게 하며 이를 완수했을 때 칭찬해 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보호자와 반려견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보호자와 함께 있는 시간을 더욱 즐겁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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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휴지심 등 활용하면 돼

요즘 노즈워크 장난감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노즈워크는 꼭 전용 장난감이 아니라도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종이를 이용하는 게 가장 간단하다. 반려견이 보는 앞에서 평소 좋아하는 간식을 종이에 넣고 구겨서 바닥에 툭 던져준다. 반려견은 이 구겨진 종이 안에 있는 간식을 먹기 위해 코로 이리저리 냄새를 맡으며 종이를 밀기도 하고, 입으로 물거나 씹기도 할 것이다. 급기야 앞발을 동원해 입으로 종이를 찢으려는 시도를 통해 구겨진 종이 속에 있는 간식을 먹는 데 성공할지 모른다. 

이렇게 종이를 이용한 노즈워크는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물고 찢고 먹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 물론 개체에 따라 종이 안에 있는 간식을 먹는 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흥미를 잃지 않도록 종이를 대충 구겨서 던져주는 등의 방법으로 난이도를 낮춰주는 것이 좋다. 그러다 점점 익숙해지고 잘 찾게 되면 오히려 너무 쉬운 난이도는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으니 여러 개를 만들어서 던져주거나 구겨진 종이를 어딘가에 숨기는 등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준다. 

종이컵이나 휴지심을 이용할 수도 있다. 종이컵에 간식을 넣고 입구를 구겨서 던져주면 훌륭한 노즈워크 장난감이 된다. 휴지심은 안에 간식을 넣고 양쪽 입구를 구겨 막아주면 그 또한 노즈워크 장난감으로 매우 유용하다. 집에 있는 담요나 평소 잘 입지 않는 옷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담요나 옷 안에 간식을 넣어두고 코로 이리저리 헤집으며 간식을 찾아 먹도록 하는 것이다. 

노즈워크는 분리불안이 있는 반려견에게 매우 유용하다. 반려견이 노즈워크에 익숙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면, 노즈워크를 하는 동안 평소 민감하게 반응하던 외출을 하려는 행동을 취해 본다거나 현관문을 드나들어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보호자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민감도를 줄여준다. 이후 짧은 시간 집 밖에 나갔다 와보고 괜찮아지면 외출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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