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월급 줄 돈도 없다”…커지는 코로나19 ‘줄도산’ 우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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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등 국경 봉쇄에 항공‧무역업 ‘직격탄’…대한항공 직원 휴업 돌입
사회적 거리두기에 숙박‧유통업도 매출 급락…“대규모 실업난 불가피”

“한 달 안에 끝나지 않으면 저부터 사표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6일 국내 한 무역회사 해외영업부의 오전 회의 시간, 20년 가까이 근속한 부장은 “코로나19 탓에 전사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해당 회사에 근무 중인 3년 차 직원 박세린(28‧가명)씨는 “가장 큰 거래국이었던 중국과 미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회사의 ‘돈 줄’ 자체가 말라버렸다”며 “국내 무역회사 모두가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탓에, 이직은커녕 먼저 사표를 내고 공무원 준비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무역업계와 항공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거리에 인파가 끊기면서, 유통 및 숙박 업계 등도 ‘매출 절벽’에 직면했다.

 

막힌 하늘길, 바닷길에 '돈 줄'도 막혔다

3월4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항공기정비고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소독 준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3월4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항공기정비고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소독 준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를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는 건 항공업계다. 하늘길이 꽉 막히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상 최악의 위기 앞에 각 항공사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국내 직원 70% 이상 휴업에 돌입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16일부터 10월15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 휴업을 실시한다. 국내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상이다. 휴직에 돌입하는 직원의 규모는 전체 인원의 70%를 넘는 수준이다. 더불어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추가적인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이달부터 전 직원이 15일 간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협력사 아시아나KO는 다음 달부터 무기한 무급휴직에 돌입하고, 아시아나AH는 직원의 50%에 희망퇴직을 통보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 중인 HDC현대산업개발도 고민에 빠졌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4665억원을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었으나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이 ‘돈 먹는 하마’가 된 탓에,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잿빛 전망마저 나온다.

대형항공사 보다 몸집이 작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고민은 더 깊다. 지난달 24일부터 모든 국내외 노선을 운휴 중인 이스타항공은 전체 임직원 20%를 줄이는 정리해고에 돌입했다. 에어부산은 전 직원이 40일간 유급휴직을 시행 중이며 에어서울은 직원 90%가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티웨이항공은 단축 근무와 유급휴직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도 전 직원 대상 유급휴직을 진행하고 있다.

바닷길이 막힌 무역업계도 경영난에 처했다. 미국 주요 패션 브랜드와 백화점 매장이 문을 닫고 동시 휴업에 들어간 탓이다. 이에 갭, 아메리칸이글 등 미국 캐주얼 브랜드를 주요 고객사로 둔 한세실업은 이번 주부터 부서장 중심으로 비상경영대책 협의에 들어갔다. 탑텐과 지오지아 등의 브랜드를 가진 토종 패션 기업 신성통상은 코로나19 확산에 직원 25명 정도를 구조조정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수출협회에 의하면 해외 브랜드 업체의 오더 물량이 30% 정도 감소했고 수출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유럽이나 미국 노출도가 높은 의류 OEM·ODM 업체들은 전방 산업 수요와 공급 체인이 정상화되기까지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파 사라진 길거리에 유통·숙박업 '초비상'

코로나 19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리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망원시장(망원월드컵시장)엔 평소의 3분의1 정도 되는 손님이 찾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코로나 19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리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망원시장(망원월드컵시장)엔 평소의 3분의1 정도 되는 손님이 찾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코로나19 여파로 내수 경기도 얼어붙었다. 특히 오프라인 매출이 주를 이루는 백화점 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후 줄어든 손님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 주요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6% 줄었다. 지난 3월1일부터 15일까지 약 2주간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대비 41.7% 급감했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매출도 각각 34.2%, 32.3% 줄어들었다.

숙박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호텔신라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3% 급감한 284억원을 기록했다. 여객 수 급감으로 실적 비중이 가장 큰 면세사업의 매출이 반 토막 났고, 호텔 사업 또한 줄어든 투숙객 탓에 공실이 넘쳐나고 있다. 을지로의 크라운 파크호텔 서울, 베니키아프리미어 호텔 동대문 등은 문을 닫았고 경주힐튼호텔 역시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그랜드워커힐호텔 역시 오는 22일까지 객실영업을 중단한다. 롯데호텔은 무급휴직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유급휴직을 권유했다.

수출과 내수 산업 모두 동시에 얼어붙으면서, ‘실직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전국 지방노동관서의 보고를 기초로 잠정 집계한 결과,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15만~16만명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12만5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30% 가량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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