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이런 총선? 저런 투표!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4.13 09:00
  • 호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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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2중대’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1981년 3월25일 1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유치송 총재가 이끌던 민주한국당(민한당)을 일컬었던 용어입니다. 김종철 대표가 이끌던 한국국민당(국민당)은 3중대로 불렸지요. 전두환 체제의 묵인 아래 정치에 참여해 결과적으로 5공화국을 도운 모양새가 된 이들을 국민과 언론이 그렇게 규정했습니다. 결국 1985년 2·12 총선 때 김영삼-김대중 양자가 내세운 이민우 체제의 신민당 바람이 불면서 민한당은 몰락했습니다. 이때부터 쓰이기 시작한 ‘2중대’라는 표현은 지금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정치권에 등장하곤 합니다. 그래도 ‘2중대’는 국회의원들을 파견하거나 꿔주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엔 달랐습니다. 정치사에 없던 용어가 새로 등장했습니다. ‘위성정당’입니다. 민주당과 통합당 거대 양당이 의원들을 보란 듯이 노골적으로 보내서 비례대표용 정당을 창당했습니다.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입니다. 당만 만든 것이 아니라 국고보조금도 챙겼습니다. 미래한국당은 61억원, 더불어시민당은 24억원 정도를 보조받았습니다. 국민 세금입니다. 본의 아니게 꼼수정치를 세금으로 지원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국고보조금 환수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입니다. 제2의 비례 위성정당을 자처한 정당들까지 생겼으니 참 볼썽사납습니다. 허경영 대표가 이끄는 당이 지급 기준(여성 후보 30%)을 한 명 초과해 ‘여성 추천 보조금’ 8억4200만원을 독식한 것도 법적 적합성 여부를 떠나 웃픈 일입니다.

양당 체제로 회귀하면서 정치권은 지지자들을 향한 강성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조국’을 강조하는 통합당, ‘박근혜’로 응수하는 민주당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경제 실정’ ‘탄핵’을 거론하는 것도 맥락이 같습니다.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누가 당선하든 여야가 협력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주체들인데 서로에 대한 존중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21대 국회가 20대 국회보다 더한 강성 대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막말입니다. “30~40대는 무지하고 논리가 없다”는 말이 나왔고 “황교안은 김종인의 애마”라는 비유까지 등장했습니다. 급기야 ‘세월호 막말’이 나와 통합당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불가(佛家)에서는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10가지 악업(惡業)이 있다고 봅니다. 몸, 말, 마음으로 짓는 악업 중 입으로 짓는 악업이 제일 많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입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입은 모든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누군가는 뽑아야 합니다. 기권도 유권자의 권리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대표를 뽑는 데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권리를 행사하는 일입니다. 이런 총선? 하지만 저런 투표! 어떨까요? 참여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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