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거대 양당 잡는 메기 역할 하겠다”
  • 충남 금산=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3 14:00
  • 호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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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마라톤 유세 동행 취재…“지금 내 머릿속에 ‘대권’은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천리길 국토대종주’가 4월8일 247.2km를 넘어섰다. 4월1일부터 시작한 안 대표의 마라톤 유세가 처음 언론에 보도됐을 때만 해도 정치권은 ‘며칠 저러다 말 것’이라고 봤다. 전남 여수에서 서울까지를 하루 평균 30km씩 뛰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여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4월8일 오전 9시50분. 출발시간을 10여 분 앞두고 출발지인 충남 금산군 남이면 금산로 922 일대에 안 대표 등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전날 달리던 중 도로 야간표시물에 엄지발가락을 심하게 부딪혔기에 정상적인 주행이 힘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0시 정각이 되자 안 대표는 어김없이 뛰기 시작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매일 30km씩 뛰며 유세하는 ‘포레스트 철수’

“안철수 파이팅.”(시민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안철수 대표) 금산군 시내에 들어서자 시민들이 두 손을 흔들며 안 대표를 반갑게 맞이했다. “의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체력관리를 잘하고 있다. 끝까지 완주하시라”는 한 70대 시민의 덕담에 안 대표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날 안 대표의 마라톤 유세는 대전으로 향했다. 안 대표는 “처가가 있는 여수에서 시작해 8일 만에 대전에 왔다. 카이스트(KAIST)에서 교수 생활을 했기에 대전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입성 소회를 밝혔다. 안 대표의 일정은 살인적이다. 지금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30km 이상씩 뛰었다. 주행이 끝난 뒤에는 숙소에서 밤늦게까지 밀린 업무를 꼼꼼히 챙겨보고 나서야 잠이 든다. 총선을 며칠 앞두고 정치권은 ‘포레스트 철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컨디션이 어떤가.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거 아닌가.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다. 나도 처음이어서 가능할지 확신이 없었다. 의지를 보여드리기 위해 시작했다.”

뛰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가.

“마라톤 유세의 의미가 몇 가지 있다. 우선 마라톤 유세는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정신력과 체력을 증명하는 유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에는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 정치권이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나. 그래서 고민 끝에 결정한 게 이 방법이다.”

안 대표의 이러한 유세를 기성 정치권에선 폄하하는데.

“자격이 없는 분들이다. 시장에 가서 사회적 거리를 두기는커녕 일반 시민과 껴안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건 국민의 생명보다 내 표가 더 중요하다는 이기적인 발상이다.”

주행을 끝내면 저녁에 피곤해 지칠 것 같다.

“숙소로 돌아가서 그날 있었던 여러 현안에 대해 살펴보고 생각을 정리한다. 요즘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여야 모두 전 국민에게 다 주자고 하는데, 그건 무책임한 생각이다. 정치권은 국가의 미래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완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인 발상이다.”

국민의당 정책은 어떤 차이가 있나.

“우린 대상자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지금 정부·여당은 재작년 소득 기준인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우리는 재작년이 아니라 올해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분들을 먼저 구하자고 제안했다.”

뛰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서 우리 국토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됐다. 하천에 핀 아름다운 꽃도 눈에 들어왔지만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도 봤다. 문득 ‘우리 정치가 차를 타고 쓱 지나가는 것 같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아름답고 좋은 장면만 본다. 그런데 실제로 자기 발을 딛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면 소중한 것들, 문제점들을 보게 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월8일 충남 금산군 남이면에서 시사저널과 노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월8일 충남 금산군 남이면에서 시사저널과 노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이번 총선의 목표는 무엇인가.

“20% 정당 득표율이 목표다. 그 정도 지지가 모인다면 누구도 과반을 넘지 못한다. 국민들 눈치 보며 열심히 일하는 정치, 열심히 일하는 국회가 될 것이다.”

정부·여당은 지금 코로나 방역대처를 잘했다고 평가한다.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는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전문가들은 세컨드 웨이브(재유행)를 염려하고 있다. 지금은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국민들 생명이 달린 일인데 그래서 되겠는가.”

최근 정당 지지도를 놓고 보면 양강(兩强) 체제가 굳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4년 전에도 그랬다. 선거 당일까지 다들 국민의당이 몇 석 얻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중도층·무당층 유권자들 중엔 마지막 순간에 결정하는 분이 많다. 우리 당 정책이 제일 좋다.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안철수식 실용정치’란 무엇인가.

“실용정치는 ‘제대로 일하는 정치’다. 그걸 모호하다고 말하는 게 기득권 정치논리다. 회사 생활을 해 본 사람은 다 알 거다. 회사에선 자기 생각대로 고집을 피워선 안 된다. 다른 부서 사람과 대화하고, 설득하고 합의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자기 고집만 피운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여기까지 온 것이다. 외국도 마찬가지로 양극단의 이념이 서로 대립하면서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그걸 구한 것은 실용정치이고 중도정치인이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독일의 메르켈 총리,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두 문제 해결에만 집중해 고비를 넘긴 이들이다.”

통합당에선 선거 이후 국민의당과 연대를 모색하겠다고 말한다.

“그런 생각을 벌써부터 하면 국민들이 참….(한숨을 내쉬며) 나는 지금 이번 선거밖에 머릿속에 없다. 이게 제대로 안되면 우리나라가 더 망가진다. 그래서 더 절박하다. 국민들께서 지지도 안 해 줬는데, 벌써부터 ‘우리는 잘될 거니까 그다음에는 뭘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부적절하다. 그건 유권자를 깔보는 것이다.”

대권 도전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대권 도전을 생각했으면 귀국을 안 했을 것이다. 유럽에서 배운 것을 미국 스탠퍼드대로 가서 책으로 정리하면서 ‘우리나라가 무너져가고 있는데 이걸 막는 데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생각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국회 내 실용정치 세력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우린 거대 양당을 잡는 메기 역할을 하겠다. 대권 도전은 지금 내 머릿속에 없다.”

이번 선거에 대한 바람을 말해 달라.

“국민의당은 이번에 비례대표 선거에만 참여한다. 국민들께서 국민의당을 비례대표 1등 정당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정치가 바뀐다. 만약 우리가 자리 잡지 못한다면 기득권 양당이 살찐 돼지들처럼 배불러서 잠만 자다 진흙탕에서 싸움만 하게 될 것이다. 20대 국회가 최악이라고 하는데 더 참혹한 21대 국회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걸 막으려 지금 뛰는 것이다. 일하는 국회, 문제 해결하는 국회, 세상을 바꾸는 국회를 꼭 만들겠다.”

《포레스트 검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은 한 상자의 초콜릿과 같단다. 거기서 무엇을 얻게 될지는 결코 알 수 없지.” 정치권 입문 후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고 있는 안 대표의 초콜릿 상자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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