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횡포에 맞서는 배달음식점의 생존 전략
  • 김상훈 창업통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6 14:00
  • 호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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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유튜브 노출 역량 키워 배민앱 의존도 낮춰야

국내 배달음식 시장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호재를 맞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국내 배달앱 독점업체 ‘배달의민족’은 4월1일 ‘오픈서비스’라는 광고료 징수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엔 ‘울트라콜’이라는 자발적 정액제였으나 판매가 대비 정률제로 광고비용을 징수하는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전국의 배달음식점들이 ‘배민앱’을 통해 올리는 매출액의 5.8%, 부가세 포함하면 6.38%를 일괄적으로 징수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다 카드결제 수수료까지 합하면 배달음식점 사장님들은 상품가격의 8.48%, 연매출액 3억원 이상 매장은 9.68%에 달하는 별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매출액의 10%를 플랫폼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이 가져가는 것이다.

전국의 배달 전문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경기도와 경상북도, 인천시, 서울 광진구, 수원시, 안산시, 광명시 등에서는 공공배달앱을 출시하겠다고 응수했다. 군산시에서는 이미 ‘배달의명수’라는 공공배달앱을 시행하고 있다. 수수료 0%이기 때문에 배달식당 사장님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현재 분위기는 독점업체인 배민과 독일 자본 딜리버리히어로에 맞서 각 지자체마다 공공배달앱을 머잖아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배민앱을 이용한 배달음식점의 손익계산서

결국 배민은 4월6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4월 광고비의 절반을 나눠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근본대책은 아니다. 기존 정액제 광고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게 대책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배달식당 사장님들은 새롭게 바뀐 배민앱의 오픈서비스 앱상에서 음식점을 노출하는 방식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내 배달 전문 음식점들은 상권의 상급지보다는 하급지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롭게 바뀐 시스템은 하급지 점포보다는 음식점이 밀집한 상급지 점포 위주로 배민앱에 노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배민 본사에서는 고객들의 반응과 선호도를 고려하고, 주문자 중심 1.5km까지 1구간, 3km까지 2구간, 그 이상의 구간을 3구간으로 나눠서 사업자 주소지 기준으로 노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영업이 잘되는 상급지 매장을 더 많이 노출하고, 자연스럽게 ‘배달의민족’ 수수료를 더 가져가는 회사의 영리 극대화 전략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배민앱의 오픈서비스를 적용한 배달음식점의 손익계산서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외식업 창업 예정자라면 기존 창업자의 손익계산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배민 수수료 때문에 배달음식점 사장님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진짜 속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배달식당이 아니더라도 창업자 입장에서는 희망하는 창업 아이템이 얼마를 투자해 얼마 정도 벌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새로 바뀐 배민의 ‘오픈서비스’ 방식대로 배달음식점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자. 배달음식의 경우 평균 1회당 판매단가는 2만~3만원으로 책정할 수 있다. 먼저 배달 전문 음식점의 평균 매출액이라고 볼 수 있는 2000만원 매출액일 경우 배민 수수료는 169만원이다, 배달 비용인 라이더 비용은 300만~400만원, 리뷰마케팅 20만원, 포장비용 100만원, 여기에 식재료 비용은 35~40%인 700만~800만원, 점포 월세 100만원, 인건비 200만~250만원, 기타 공과금과 보험료, 세금까지 포함하면 총 비용은 1900만원을 훌쩍 넘긴다. 배민 수수료는 169만원에 달하지만 2000만원 매출을 올린 배달음식점 사장의 순이익은 100만원 벌이도 안 될 수 있다.

만약 3000만원 매출액일 때는 어떨까. 이 경우 연매출 3억6000만원이며, 영세사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배민 수수료 6.38%에 3.3% 카드결제 수수료를 합하면 9.68%의 수수료를 배민이 가져가게 된다. 3000만원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한다면 배민 수수료는 무려 290만원이 넘는다. 반면에 배달식당 사장님의 순이익은 150만원 벌이도 안 될 수 있다. 매우 기형적인 구조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전국 배달음식점의 반발이 거센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배달음식점 사장, 수익 극대화 복안은?

전국의 배달음식점 사장님들 입장에서 본다면 공공배달앱이 나오기 전까지 당분간은 배민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배달앱이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배민앱을 완전 배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배민앱의 운영 시스템은 철저히 승자 독식 구조로 바뀌었다. 영업을 잘하는 매장을 상위에 노출해 줄 가능성이 크다. 영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고객 반응이 좋아야 한다. 고객 반응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고객 만족도 창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쿠폰 발행, 리뷰 관리 등 고객과의 소통에 집중하면서 선호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달의민족 앱과 운영 시스템에 대한 완벽한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다면 배민앱을 사용하지 않고, 배달음식점으로 돈 버는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SNS 노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여차하면 유튜버로 변신해야 하고, 포털사이트 노출을 위해서는 블로그 또한 여전히 신경 써야 한다. 인스타그램 친구 늘리기, 페북 친구 늘리기는 기본이다. 배달음식점 사장이 스스로의 SNS 역량을 배가시키지 않는다면 배달음식 시장의 강자로 등극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돈 들여 마케팅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물론 SNS와 담을 쌓고 수익을 올리는 딱 하나의 예외 방법이 있긴 하다. 오직 고객 입소문에 의존할 수 있는 막강한 상품 경쟁력과 가격 만족도를 갖추는 일이다. 남들이 결코 따라 하지 못하는 비밀의 맛과 서비스의 절대강자라고 확신한다면 굳이 인터넷 배달앱에 목매지 않아도 된다. 한번 구매한 고객들의 인터넷 입소문만으로도 수익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외식시장을 조금만 접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여하튼 2020년대의 한국 배달음식점 시장은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악재에도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다. 배달음식점은 창업시장 관점에서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한번 실패한 창업자들이 재기할 수 있는 방편 역할이다. 5000만원 내외의 최소비용을 들여 배달식당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청년 창업자들에게도 푸드트럭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다음 진출 단계가 배달음식점이다. 그럼에도 배달음식 시장이 외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앞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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