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현재 권력’ 세지고 협력과 연대 필요성 커진다
  • 박명호 동국대 정외과 교수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4.14 12:00
  • 호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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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망] ‘재정 확대 정치’ ‘온라인 투표 확산’ 등 장단기적 변화 예상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절대 같아지지 않을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이다. 코로나19가 앞으로 나타날 인류사적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거다.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야말로 사고 발생 5년 뒤 옛 소련 해체를 불러온 진짜 원인이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말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재앙이 언젠가 판을 바꾸고 만다는 얘기다.

당장은 불확실성의 증가다. 모든 게 불안하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의 걱정이다. 날씨가 추워지는 올 후반기 재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비대면 확대와 사회적 거리 유지는 앞으로도 불가피하다. ‘차단, 고립 그리고 단절의 세상’이 됐고 앞으로도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그렇게 지내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세상은 ‘정치적 측면’에서 어떤 방향으로 바뀔까? 각각 세 가지의 단기적 변화와 장기적 변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제1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3월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제1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상승에 영향

첫째, 결집 효과에 따른 현재 권력의 강화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다면 결집 효과의 정치적 파장은 강력하다. 결집 효과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내부적 갈등을 넘어서자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현재 권력에 대한 국민 지지는 강화된다.

9·11 사태 후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일부러 외부 위기를 조장하거나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코소보 참전을 결정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사태 초기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최근 상승세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관심은 실시간 코로나 상황과 대응 뉴스에 가렸다. “지원을 늘려야 한다, 뭘 해야 한다” 등 민주당 후보의 말은 많지만 주목받지 못한다. 그래도 미국 대선은 11월이다. 기회가 남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총선은 당장 다음 주(4월15일)다. 물론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여론 흐름에서 민주당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과반의석 이상을 전망하는 경우도 있다. 근거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의 상승이다. ‘문재인 로또’라는 거다.

문제는 ‘그들의 행운’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행운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집권 이후 지금까지의 실적에 대한 적절하고 날카로운 심판을 통해 바꿀 건 바꾸고 이어갈 건 이어가며 더 나은 우리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반성과 다짐의 계기가 총선이다. 그런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코로나 위기가 선거에서 다뤄지고 논의됐어야 할 이슈와 관심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둘째, ‘위기대응지원’이라 부르건 ‘긴급재난구호’라 부르건 재정과 금융 확대의 정치가 불가피하다. 큰 정부(Big Government)의 등장이다. “70%를 주느냐 아니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느냐”, “100만원으로 하느냐 아니면 400만원으로 하느냐”의 쟁점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야권도 세계적 추세를 거부하기 어렵고 더구나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누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느냐 경쟁에 참여하고 말았다. 결국 상황과 여당의 프레임에 갇히게 된 거다.

셋째, 이미 진행되고 있지만 대중집회의 대면접촉을 중심으로 한 선거운동에서 비대면의 온라인 활용 선거운동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사람 사이의 관계 변화도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는 정치문화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당장 온라인 원격회의가 활성화돼 세종시 공무원들이 여의도 국회 복도에서 대기하는 모습은 사라질 수 있다.

넷째, 개방사회와 민주주의 확산 필요성에 대한 공감 확대 가능성이다.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감염병 발생 사실을 확인했던 의사는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체포됐다. 첫 감염환자가 확인된 건 지난해 12월8일이지만 중국 당국이 감염환자를 공식 확인한 날은 한 달 후인 올 1월8일이었다.

언론통제와 권력독점의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집중제’가 중국의 비약적 경제 발전을 가져왔지만 통제와 독점의 정치적 후진성이 코로나 사태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시켰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가 그들의 발표와 통계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합리적 의심을 갖는다. 이는 정보의 확산과 권력의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가 감염병 대응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절충과 조화 필요

다섯째, 공동체성의 강화다. 지역 공동체, 국가 공동체 그리고 세계 공동체의 강화다. 코로나 위기는 국내적이든 국제적이든 협동과 연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이 새로운 질병에 노출되고, 대기오염으로 사람들이 호흡기 감염에 더 취약해져 코로나19가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인류 공존을 위해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세계시민으로서 민주시민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병상이 부족한 대구를 광주가 지원하겠다고 가장 먼저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공동체성의 강화는 이중적이다. 세계와 나라 그리고 내 집과 일터가 실시간으로 연동돼 있지만, 코로나 위기는 자신과 내 지역 그리고 국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자치와 국가 주권의 강화를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충돌이지만 절충과 조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여섯째, 자치와 분권의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이 요구된다. 세계 기구와 국가적 지침의 범위 내에서 지역 단위의 환경과 상황 등을 반영한 순발력 있는 재난 대비와 관리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치와 분권은 지역 단위든 국가 단위든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의 투표라는 전통적 방식의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이 신속하게 참여하되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칙까지 실현하는 온라인 투표의 확산이다. 카톡방에서 모임의 개최 여부, 개최 일시와 장소 등을 투표 방식으로 결정하는 게 일반화됐다.

코로나 위기는 개인적이고 사적 관계를 넘어 공동체의 정치적 의사결정까지도 온라인에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온라인 투표는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 온라인 유비쿼터스 확산과 맞물려 폭발적이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프라인 투표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어 공감의 의사결정이 가능해 공동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이 확대될 수 있다. 코로나 위기, 온라인을 활용한 지역, 국가 그리고 세계 정치 공동체의 역할과 기능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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