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막판 최대 변수는 막말…코로나·단일화는 큰 변수 못 돼 ”
  • 구민주·감명국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0 11:00
  • 호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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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 20인 ‘D-7 총선 최종 판세’ 전망…남은 기간 막판 변수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질 수’ 있는 게 바로 선거판에서의 ‘막말 논란’이다. 수십 표 차이로도 승부가 갈리는 선거에서 순간의 실언으로 많게는 수십만 표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게 각 당의 분석이다. 당마다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상대 진영 공격보다 내부 후보 단속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막말 후보들을 즉각 제명해 일찌감치 논란의 싹을 자르는 것도 그로 인해 적잖은 곤욕을 치렀던 이전 선거의 학습효과로 풀이된다.

시사저널이 인터뷰한 정치 전문가 20인 역시 대부분 총선 막판 최대 변수로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는 후보들의 ‘막말’을 꼽았다. 그 어떤 변수보다 유권자들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건드리기 때문에 그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선거에서 막판 변수는 항상 감성적인 것이 많다.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화나게 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감동을 줄 만한 변수는 나올 가능성이 희박한 데 반해 막말은 당장 오늘이라도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후보자 막말은 항상 모든 총선 때마다 막판 제일 큰 변수로 작용했다. 이번 총선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이미 김대호·차명진 두 후보를 제명한 통합당은 판세를 뒤집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고 분석했다. 

‘세대 비하’ 발언으로 제명된 김대호 미래통합당 관악갑 후보(왼쪽 사진)와 세월호 관련 막말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같은 당 차명진 부천병 후보 ⓒ시사저널 박은숙·뉴시스
‘세대 비하’ 발언으로 제명된 김대호 미래통합당 관악갑 후보(왼쪽 사진)와 세월호 관련 막말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같은 당 차명진 부천병 후보 ⓒ시사저널 박은숙·뉴시스

"통합당 오죽 급했으면 포퓰리즘 공약까지 꺼냈겠나"

이번 총선을 통째로 집어삼켰다고 할 수 있는 ‘코로나19’는 이제 선거판을 뒤집을 변수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당에 ‘역대급’ 악재일 줄 알았던 이 변수가 결과적으로 여당의 우세를 유지하게 한 주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코로나 사태가 없었으면 오히려 여당은 정권 심판론과 맞닥뜨려 선거 치르기가 무척 힘들었을 거다. 정부가 코로나 대처를 잘했고, 이재명·박원순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 활약하면서, 위성정당 문제 등으로 실망한 중도층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랬을 것”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총선을 냉혹한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장으로 만들었어야 할 미래통합당에 코로나19가 되레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대통령 임기 후반에 터지는 이런 사건은 늘 정부·여당에 치명적 악재가 되곤 했는데 이번만큼은 예외였다”면서 “통합당이 오죽 급했으면 그렇게 포퓰리즘을 반대하다가 전 국민 50만원 지급이란 얘기까지 꺼냈겠나. 경제 실정도 좀체 뜨지 않고, 지금 절박한 거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불안한 지점은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최대 쟁점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와 청와대를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이 여전히 변수로 살아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다소 잊힌 정권 실세들과 관련한 변수들을 남은 기간 야당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부각시킨다면 판세가 요동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면서도 “새로운 사실이 나오지 않는 한 현재 분위기를 바꿀 가능성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합당의 막판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영입은 그나마 민주당을 긴장케 한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위원장의 영입이 통합당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는 평가다. 다만 이것이 앞으로 더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지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김 위원장이 경제 이슈를 확 끌어올려 정권의 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면 분위기 전환이 이뤄질 텐데, 너무 늦게 들어오기도 했고 선거까지 시간적 여유도 없어 희망적이진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위성정당 창당 과정에서 등을 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막판 단일화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사진은 4월9일 심상정 정의당 고양갑 후보 유세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위성정당 창당 과정에서 등을 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막판 단일화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사진은 4월9일 심상정 정의당 고양갑 후보 유세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단일화 변수 사라졌지만 '샤이 보수' 표심은 관건

과거처럼 정의당 등 다른 진보정당과의 단일화가 거의 없는 것도 민주당으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선거에선 막말만큼 큰 막판 변수가 후보 단일화 여부였는데 이번엔 잘 안 보인다. 극적으로 단일화해 승부를 뒤집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있더라도 위성정당 창당 과정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서로 등을 돌린 상태라 손잡을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여느 선거에서나 변수로 꼽혀온 ‘투표율’의 경우 이번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예상 투표율과 그로 인한 여야의 득실과 관련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렸다. “코로나19로 인해 투표장에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위축돼 투표율이 분명 떨어질 것”(김태일 교수)이란 예측도 있지만, “사전투표 활성화 영향”(윤태곤 실장)이나 “국가적 위기상황을 책임질 리더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중요성이 강조될 것”(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이라는 점 등을 들어 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투표율을 기록할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다만 “최근 20대의 보수세와 50대의 진보세가 강해지는, 과거와는 또 다른 특징이 나타나면서 단순히 투표율의 고저(高低)만으로 각 진영의 유불리를 판단하긴 어렵다”(김태일 교수)는 지적이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투표율이 얼마가 나오는지조차 지금의 판세를 바꿀 만한 변수가 되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야 후보 간 오차범위 내 초접전 승부처가 많은 만큼,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각 진영 ‘샤이 지지자’들의 숨은 표심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많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아직 표심을 드러내지 않은 이들 중엔 상대적으로 민주당보다 통합당 쪽으로 많이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으며,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역시 “5~7%로 예상되는 ‘샤이 보수’로 인해 박빙 지역들이 뒤집힐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뽑은 수도권 표가 약 180만 표로, 전체 15.4%에 이르렀다. 이들 중 중도진보보다 중도보수에 가까운 사람이 더 많았던 것으로 파악되는바,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통합당을 찍느냐에 따라 일부 지역 판세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 대다수의 표심은 이미 정해졌다”며 “판세를 흔들 변수는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한 조사에서 유권자 절반가량이 ‘선거 전 마지막 일주일 동안 마음이 바뀔 수 있다’고 답했다는데 사실 이건 거짓말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막판 일주일 동안 마음이 바뀌어서 다른 후보를 뽑은 적 있었나.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특별한 메시지나 누군가의 실언 한마디를 보고 막판 표심을 바꾸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치적 이벤트가 발생해 유권자의 마음을 그때그때 흔든다는 건 그만큼 정치 지형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정치 전문가 20인 명단 (가나다순)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교수, 김홍국 대진대 객원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상병 시사평론가,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유창선 시사평론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이상돈 무소속 국회의원,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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