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종료시킨 인플루엔자 유행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1 12:00
  • 호수 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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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교통사고 감소⋯온라인 주문・비대면 진료도 증가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화하면서 우리 삶과 사회에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음식점과 도·소매업, 호텔, 여행업, 항공, 철도 등의 타격이 크고 제조업도 불황과 조업 중단으로 인해 손실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예측하지 못한 변화가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매주 발간하는 감염병 표본 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표본 감시 결과 의사환자(유사증상환자)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급감해 3월25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해제됐다. 이번 유행주의보 종료 시점은 지난해보다 무려 12주나 빠른 것이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개인위생 관리 수칙 준수가 인플루엔자 유행을 조기 종료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측된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중국의 코로나19 격리 기간에 이산화질소(NO2) 오염이 개선됨에 따라 중국 전체에서 8911명의 조기 사망자가 감소했고 초미세먼지 오염 감소로 3214명의 조기 사망자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유럽우주국의 위성 관측 자료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나라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지난해보다 뚜렷이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도 개선돼 올봄에는 예년보다 깨끗한 하늘을 보게 됐다. 많은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하고 학생은 개학이 연기되거나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으며 비행기, 자동차 등 교통량이 급감하고 생산설비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가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교통사고도 줄어들고 있다. 손해보험협회가 국내 주요 11개 보험사에 접수된 자동차 사고 건수를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1월과 2월 자동사 사고가 지난해보다 줄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인플루엔자 등 감염병 발생률이 낮아지고, 교통사고 발생이 줄어들었으며, 대기의 질이 개선되는 변화도 가져왔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지원과 교육 아끼지 말아야

코로나19는 인류 삶의 행태 역시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 구매는 줄어드는 대신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대형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방문 횟수가 줄어들고 가벼운 감기 환자, 만성질환자 등은 전화 상담·처방과 대리처방, 화상진료 등 비대면 진료를 받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또 대학교에서 온라인 강의가 시작된 데 이어 전국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에서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이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국내외 회의나 모임도 화상회의로 이루어지는 추세다.

전 세계적인 노력으로 조만간 코로나19 대유행은 종식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이번 대유행 종식 후 우리 생활이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직장을 잃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과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는 각종 지원과 교육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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