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코로나19 ‘3차 피크’ 온다” 경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2 10:00
  • 호수 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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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입・집단감염이 위험요인⋯전문가들 “사회적 거리 두기 늦출 때 아니다”

올겨울 코로나19의 3차 피크(3차 유행)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국내외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해외 유입, 집단감염의 불씨가 여전하고 바이러스 돌연변이 위협도 있기 때문이다. 3차 피크를 최소화하는 해법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 1차 유행이 시작됐고,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2차 피크가 있었다.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으로 4월 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다소 진정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대한감염학회장은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를 통해 코로나19 3차 유행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가톨릭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해외 유입, 집단감염,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코로나19 3차 유행의 조건이다. 그러나 돌연변이는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다. 3차 피크는 날씨가 다시 추워지는 겨울에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에서도 같은 경고가 나왔다. 스위스 바젤과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연구진은 코로나19가 여름에 다소 가라앉았다가 겨울에 다시 상승해 지금의 100배인 1억 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젤대 엠마 호드크로프트 교수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에 공개한 시나리오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3차 피크를 최소화하려면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는데도 확진자가 지속해 증가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이 정도나마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코로나19가 무섭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풀면 코로나19 3차 유행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도 4월15일 “실질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코로나19가 2022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그 전에 감염병이 멈춰도 2024년까지는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조기에 해제될 경우 바이러스가 상당히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4월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해외 입국자 전용 대기소가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4월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해외 입국자 전용 대기소가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3차 피크의 위협 1: 해외 유입

신규 확진자 절반 넘긴 해외 유입 사례

코로나19 3차 피크 위협요인 첫 번째는 해외 유입이다. 하루 1~3명씩 늘던 확진자 수는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의 집단감염 사태로 최대 909명까지 치솟았다. 이전까지 개인위생을 권고하던 정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했다. 이를 실천한 국민의 노력으로 신규 확진자 수는 4월 들어 100명 이내로 떨어졌다.

그런데 해외에서 코로나19가 재유입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자 수는 3월 첫째 주(1~7일) 4명, 둘째 주(8~14일) 18명, 셋째 주(15~21일) 74명으로 3주 만에 18배 넘게 증가했다. 4월13일 신규 확진자가 25명 발생했는데 절반이 넘는 16명이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다. 이날까지 해외 유입 누진 확진자는 929명으로 2주 전인 3월27일 309명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이는 전체 확진자 1만537명의 8%를 넘는 수치다.

특히 최대 감염국인 미국발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3월29일부터 2주간 해외 유입 환자 450명 중 미국발 입국자가 절반 정도인 228명이다. 방역 당국이 유럽발 입국자에 이어 미국발 입국자도 4월13일부터 전수검사를 한다고 발표한 이유다. 질병관리본부의 4월13일 기준 집계 현황을 보면 해외 유입 확진자 929명 중 유럽(421명)과 미주(389명)가 전체의 87%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에 따르면 4월14일 기준 세계 190만 명 이상의 확진자는 미국(약 58만 명), 스페인(약 17만 명), 이탈리아(약 15만 명), 프랑스(약 13만 명) 순이며 중국 확진자는 약 8만 명이다.

해외 유입 확진자가 국내에서 재확산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3월27일부터 4월10일 사이에 해외 유입 확진자에 의한 2차 전파는 52명에서 137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2차 감염자의 절반 이상은 해외 유입 확진자의 가족이다. 실제로 미국 유학생과 같이 제주도 여행을 다닌 가족이 감염됐고 입국 후 자가격리를 무시하고 지역사회를 돌아다닌 사례도 많다. 이재갑 교수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오는 우리 유학생의 입국을 막을 수는 없다. 미국과 유럽 상황이 좋아지려면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 해외 유입 상황이 한두 달은 유지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부활절인 4월12일 서울의 한 교회에서 서울시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회 금지 명령과 고발에도 주일예배가 강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활절인 4월12일 서울의 한 교회에서 서울시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회 금지 명령과 고발에도 주일예배가 강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3차 피크의 위협 2: 집단감염

종교시설·유흥시설·학교·요양시설 우려

코로나19 3차 피크 위협요인 두 번째는 집단감염이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2009년 5월24일 서울 강남에 있는 어학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탓에 6월20일까지 약 한 달 만에 1000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으로 2월22일부터 수직상승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월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국 코로나19 확진자의 약 81.5%는 집단발생과의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으로 대구의 확진자 수는 점차 감소했다. 그사이에 수도권 신규 확진자 수는 대구·경북을 앞질렀다. 4월13일 기준 신규 확진자가 대구에서 3명 나왔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12명이 발생했다. 게다가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는 수도권에서 소규모 집단감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수도권 교회, 콜센터, 병원 등지에서 4월13일까지 약 600명의 집단감염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특히 종교시설과 유흥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종교계에 비대면·비접촉 종교활동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교는 모든 대중 법회와 템플스테이 운영을 4월19일까지 중단했고, 천주교도 16개 교구 중 15개가 4월19일까지 미사를 연기했다. 그러나 부활절인 4월12일 서울에서만 현장 예배를 진행한 교회가 일주일 전보다 10% 증가한 2000여 곳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내 전체 교회가 6400여 곳이니 교회 3곳 중 1곳이 문을 연 셈이다. 한 교회 입구에는 “집회 금지는 예배 방해죄에 해당한다” 등의 팻말을 든 신도들이 서울시의 현장 점검도 거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4월8일 이후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클럽 등 유흥시설에 대해 강도 높은 현장 점검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5일 동안 전국 클럽 등 유흥시설 4만1476개소를 점검했고 이 가운데 4242개소에 행정명령을 했다. 행정명령을 받은 4242개소 중 절대다수인 4236개소가 서울에 있다.

집단감염자는 확진 전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면서 또 다른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집단감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잇따를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이재갑 교수는 “의정부성모병원 사태는 상당히 우려된다. 단순히 병원뿐만 아니라 의정부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만연한 것이라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기 즉 수도권에서 작은 스파크(집단감염)가 발생하면 확진자 수는 수백 명으로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감염은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정부는 3월22일 권고한 종교시설, 실내체육, 유흥시설에 대한 운영 중단을 4월19일까지 연장했다. 유진홍 회장은 “학교는 말할 필요도 없고 요양시설이 우려된다. 4월 언젠가 개학하면 어떻게 될지 두렵다. 학교엔 젊은 사람이 있지만 요양시설엔 고령자와 만성질환자가 있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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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피크의 위협 3: 돌연변이

전파력·독성 비슷해도 위험

코로나19 3차 피크의 위협요인 세 번째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다. 2009년 멕시코에서 신종플루가 발생한 지 3개월 후인 6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그리고 약 일주일 후인 6월17일 신종플루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했다. 변종 바이러스를 발견한 브라질 아돌프 루츠 세균연구소는 그 바이러스를 ‘인플루엔자A 상파울루 H1N1’으로 명명했다. 이 변종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변종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 의학계는 긴장했다.

코로나19도 불안정한 RNA 바이러스여서 변이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현재까지 발견한 돌연변이는 3500종이 넘는다. 그런데 대만 창화사범대와 호주 머독대 공동연구팀은 4월9일 스파이크 단백질 형태가 다른 돌연변이를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간의 폐 속에 있는 효소와 결합하면서 코로나19가 전염된다. 이 돌연변이는 1월27일 우한에서 인도로 간 한 대학생 확진자에게서 나왔다. 연구진은 “중요한 돌연변이체의 발견이다. 진행 중인 백신 개발이 쓸모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는 4월13일 백신 3건이 임상시험에 돌입했다고 밝혔지만 중대한 돌출 변수가 생긴 셈이다. 바이러스가 변이한다고 해서 반드시 치사율이 높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사람 간 전파가 어려워지는 쪽으로 변이할 가능성도 있다. 바이러스 학자인 앨런 랜드럽 톰센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격렬하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변이가 발생해도 전파력은 더 강해지지만 중증도나 치사율은 오히려 떨어지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생기면 기존 진단법과 치료법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 전파력과 독성이 지금과 비슷해도 항원이 바뀌면 우리에겐 면역이 없으므로 실제 치사율은 높아질 수 있다. 이재갑 교수는 “변종 바이러스는 나올 것이다. 그러나 발병 방향이 어느 쪽으로 튈지는 알 수 없다. 변종이 생기면 치료제나 백신이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신규 확진자가 조금 줄었다고 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자연 면역 유효기간은 4~6개월”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 인터뷰

신종플루 유행 초기였던 2009년 5월 시사저널은 그해 가을철 신종플루 대재앙이 올 것을 전망했고 그 전망은 현실이 됐다. 1918년 6월 발생한 스페인 독감도 그랬다. 스페인 독감은 발생 후 한 달 만에 사망자 수가 줄어들고 여름철 발병률은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그해 10월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코로나19도 다소 수그러들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다시 대규모 확산, 즉 3차 피크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에 ‘한국에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올 것인가’라는 대한감염학회장의 글이 게재됐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가톨릭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시사저널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해외 유입과 집단감염이 맞아떨어지면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올 수 있다. 또 다른 위협이 바이러스 돌연변이인데 이는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온다면 언제쯤일까.

“4월5일 기준 서울과 경기도만 따로 누적 발생 그래프를 보면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시작될 위험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는 국내 감염 전문가 모두가 우려하는 점이다. 이번 고비를 넘긴다고 안심할 수 없다. 현 수준을 유지하다가 가라앉는다고 해도 올겨울에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자연 면역은 4~6개월이면 고갈되기 때문이다.”

3차 유행은 3가지 조건(해외 유입·집단감염·돌연변이)이 모두 맞아야 발생할까.

“해외 유입과 집단감염이 맞아떨어지면 3차 유행은 올 것으로 생각한다. 돌연변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치사율이 높은 코로나19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을까.

“돌연변이가 곧 높은 치사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돌연변이를 하되 기존 종과 같은 수준의 병독성과 전염성을 보이더라도 항원성이 기존과 달라지면 우리 면역 체계는 완전히 다른 항원을 가진 바이러스를 맞이해야 하므로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아 속절없이 당하게 돼 높은 치사율로 연결된다. 그런 돌연변이가 생기려면 조건 하나가 더 있다. 이번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출발해 중간 숙주인 어느 포유류 내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난 후에 사람에게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되듯이 또 다른 새로운 치명적 돌연변이가 출현하려면 역시 이와 같은 과정을 또 거쳐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새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생긴다면 환자 수가 많은 곳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3월초엔 (그곳이) 중국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4월5일 이후엔 미국이나 유럽도 후보지로 고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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