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LF ‘불완전 판매’ 은행에 “잘했다” 상 준 금감원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9 10:00
  • 호수 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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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DLF 문제 못 잡아내고 소비자보호 ‘양호’ 평가
18년엔 우리·하나銀 평가 ‘미흡’으로 뒤집어

2018년 12월13일 오전 10시. 금융감독원은 9층 대회의실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부문 시상식’을 개최했다. 금감원은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우리은행 등 6개 회사가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이하 실태평가)’ 결과가 우수하였다”며 “(이들 회사는) 지속적인 제도․관행 개선 등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기여한 바가 커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시상의 근거로 밝힌 ‘실태평가’는 무엇일까. 금감원이 2017년 한 해 동안 은행․보험사 등 총 66개의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역량을 종합 평가한 것을 말한다. 민원 건수, 민원 처리기간, 소송 건수, 영업 지속가능성, 금융사고 등 5개 부문의 계량평가와 소비자보호 조직 및 제도, 상품개발과 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등 5개 부문의 비계량평가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우수-양호-보통-미흡’ 4단계로 구분해 평가를 매긴다. 금감원은 당시 “금번 평가는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제도 및 시스템 구축 등 외형 외에 구축된 제도 등의 실질적 운용 측면을 심층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당시 총 10개 부문에서 모두 ‘양호’ 단계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상품개발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부문과 ‘상품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부문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감원이 2017년 우리은행이 개발해 판매한 상품들이 소비자보호에 우수했다는 ‘인증’을 해준 셈이다. 하나은행도 당시 10개 부문 모두에서 ‘양호’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상품개발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부문과 ‘상품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부문에서도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언론 보도(헤럴드경제 18년 12월13일자)를 보면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 주는 상을 받으면 ‘인증’을 받았다는 의미여서 금융회사로선 고객 신뢰를 쌓는 데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며 “최고경영자 입장에서도 재임 기간 공적이 된다”고 말했다.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의 씨앗은 2017년부터 우리·하나은행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해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연합뉴스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의 씨앗은 2017년부터 우리·하나은행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해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연합뉴스

“감독당국에서 ‘인증’ 받았다는 의미”

실제 현실은 어땠을까. 2017년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불러와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사태의 씨앗이 우리․하나은행 내부에서 자라고 있을 때였다. 두 은행은 지난 3월4일 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6개월 업무 일부정지(사모펀드 신규판매)라는 징계를 받았다. 우리은행 197억1000만원, 하나은행 167억8000만원 등 과태료도 부과됐다. 금융당국은 이들 은행이 DLF 상품을 판매하면서 설명서 교부 의무, 설명·녹취 의무, 부당한 재산적 이익 수령 금지, 내부통제기준 마련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우리·하나은행의 DLF 불완전 판매 등과 관련한 문제가 17년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두 은행에 대한 ‘제재내용 공개안’을 통해 스스로 밝혔다. 금감원이 최근 밝힌 조사내용이 이전에 조사한 실태평가를 부정하는 셈이다.

금감원이 조사해 공개한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내용을 보면, 우리은행은 DLF 판매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 우리은행은 17년 8월17일 이후 신규 출시한 DLF 상품 360개 중 357개(99.2%)를 상품선정위원회나 공정가액평가실무협의회(공평협) 등 상품 출시의 적정성 검토 절차를 생략한 채 출시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및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및 시장질서 유지 등을 위해 준수해야 할 업무절차에 대한 사항 등을 내부통제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DLF 등 사모펀드 출시과정에서 상품선정위원회·공평협 등 상품선정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기준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에서도 17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내용을 보면, 하나은행 역시 신상품 도입과 관련해 임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실효성이 있는 내부 점검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하나은행은 16년부터 신규 출시한 상품 753개 펀드 중 746개 펀드(99.1%)를 상품위원회에 부의(토의를 부침)를 생략했고, 이 중 651개 펀드(86.5%)는 과거 상품위원회에서 승인한 내용과 다른 펀드였음에도 불구하고 상품위원회에 부의하지 않고 상품을 출시했다. 금감원은 “상품위원회에 부의하지 않아 사전심의 절차가 누락된 신상품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로 인해 DLF 상품 대부분이 판매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출시 이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평가 부정한 금감원의 제재내용

대체 두 은행은 어떻게 18년에 실시한 17년 금감원 실태평가에서 ‘우수’하고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당시 금감원 실태평가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감원은 DLF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19년에 실시한 18년 실태조사에서는 두 은행에 대한 종합평가를 ‘미흡’으로 대폭 강등시켰다. 금감원은 18년 평가등급을 ‘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으로 5등급 체계로 더 세분화하고 종합등급도 매겼다. 18년 실태평가에서 우리․하나 은행은 ‘금융사고’ 부문에는 각각 ‘취약’과 ‘미흡’ 판정을, ‘상품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부문에서는 모두 ‘미흡’ 평가를 받았다. ‘상품개발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부문에서는 둘 다 ‘보통’ 평가를 받았다.

두 은행의 소비자보호 평가가 1년 만에 ‘양호’에서 ‘미흡’으로 바뀐 것을 두고 ‘금감원 책임론’도 제기된다. 금감원의 내부 관계자는 “제대로 일을 했으면 DLF의 전조를 금감원이 몰랐을 수 없다”라면서 “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엉망으로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실태평가를 형식적으로 실시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줬다”라면서 “이런 식이라면 실태평가를 실시하는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당국 누구도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니 계속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21대 국회가 열리면 여야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실태평가는 금감원이 강제권을 갖고 검사를 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일일이 다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본적으로 사후 평가라는 성격을 갖고 있어 금융회사들이 실시간으로 벌이는 모든 행동들을 다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두 은행의 DLF 관련 문제는 17년보다는 18년 이후에 주로 벌어졌다. 그래서 18년에는 이에 맞게 평가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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