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점 셋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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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망자 4만 명 넘어선 날, 韓 확진자 8명에 그쳐
文정부는 총선 압승…트럼프 행정부는 ‘흔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각국 리더십도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사망자가 4만 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에 힘입어 정부여당이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희비를 엇갈리게 한 결정적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20일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4만565명을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 수만 75만5533명에 달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13명 발생하는 데 그쳤다.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명암이 갈렸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58.3%로, 1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YTN 의뢰, 리얼미터 13~17일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3%를 기록, 취임 이후 가장 큰 낙폭(6%포인트)을 보였다(갤럽, 1~14일 조사). 코로나19 정국에서 두 대통령의 명운을 가른 세 가지 이유를 짚어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1. 마스크 무시한 결과는 참혹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한 계기는 다름 아닌 마스크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 꼽힌다. 한국을 비롯해 코로나19 정국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고 평가 받는 홍콩이나 대만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사태 초반부터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했다. 그러나 북미나 유럽 등에서는 마스크가 감염병 차단에 도움 된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착용을 미뤘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 명에 육박한 4월1일(현지 시각)이 돼서야 마스크의 유용성을 인정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까지 공식석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보건당국이 전 국민에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 착용을 권고한 3일(현지 시각)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을 만나는 걸 상상할 수 없다”며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가 더욱 늘어난 현재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N95 마스크를 한 장당 6달러(한화 약 7300원)에 사들이고 있다. 정상가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면 한국은 정부가 마스크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공급의 안정화를 꾀했다. 한때 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지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중앙정부가 마스크 생산 및 유통을 직접 관리했다. 5부제 판매 등을 시행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안정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보건용 마스크 수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긴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br>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긴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2. 중국 때리기에 급급…책임 회피하기 전략?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이는 중국에 대한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중국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백악관 코로나19 TF 브리핑에서 “나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국의 통계를 믿느냐”며 중국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미 공화당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 이외에 여론의 화살을 피할 방안이 없다고 판단했고, 트럼프 대선 캠프도 이런 전략을 승인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중국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국내에서 중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때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 등 이웃 국가들과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아세안+3 특별정상회의’를 공동기금 설립 및 의료물품 비축제도 등 협력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11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질본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11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질본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3. 정은경 띄우고 앤서니 파우치 깎아내리고

양국 대통령의 차이는 보건 전문가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정국을 거치며 가장 유명세를 탄 인물은 바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이번 사태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매일 전 국민 앞에서 상황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향한 무한신뢰를 드러냈고, 공식석상에선 늘 보건당국 관계자나 의료진을 향한 감사를 드러냈다. 

미국에서 정은경 소장과 같은 역할을 한 인물은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과 관련해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여 ‘반(反)트럼프 진영’으로 분류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파우치 해고(fire Fauci)’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을 공유하면서 경질설을 일으켰다. 백악관은 “파우치 소장의 해임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얼마나 불편하게 여기는 지 여실히 드러났다.

앤서니 파우치 소장(왼쪽)의 브리핑을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 PEP
앤서니 파우치 소장(왼쪽)의 브리핑을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 PEP

20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40만7439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16만5073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국의 확진자 수는 76만4265명으로 가장 많고, 사망자(4만565명) 역시 1위이다. 반면 한국은 확진자 1만674명, 사망자 236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한때 중국 다음으로 꼽히는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었지만, 현재는 20위 밖으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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