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돈이 아니라 시간에 투자한다
  •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9 08: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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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2) 은퇴] 장기적인 은퇴 설계 위해선 투자 수익률의 노예 되지 말아야

인생에는 참 많은 위험이 있다. 교통사고, 질병,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믿었던 사람의 배신 등…. 이러한 위험들을 우리는 피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노력을 통해 이러한 위험들을 이겨내고 있다.

많은 선인이 이야기했지만, 필자 역시 앞서 언급한 위험 중 가장 무서운 것이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자기 자신의 위험이라 생각한다. 어리석음과 욕망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바로 통제 불능의 위험이다. 가장 무서운 점은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줄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바꾸지 못해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위험을 탐지할 수 있는 사령탑이 고장 나서 위험을 인식조차 못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성공적인 은퇴 설계를 위해서는 수익률에 집착하는 소모적 투자부터 지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하나은행 딜링룸 ⓒ시사저널 이종현
성공적인 은퇴 설계를 위해서는 수익률에 집착하는 소모적 투자부터 지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하나은행 딜링룸 ⓒ시사저널 이종현

주가 변동 추이는 신만이 안다

소모적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확천금, 소위 말하는 대박에 눈이 멀어 소모적 투자를 한다.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파생상품에 겁도 없이 뛰어들고, 소문에만 의존해 부실한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주가 변동 추이는 신만이 아는 영역이다. 원칙에 의한 투자가 아니면 이익을 실현할 수 없다. 몇백 년 동안 이어져온, 정석적인 투자원칙에 따르는 투자가 생산적 투자다. 반면에 돈에 눈이 먼 나머지 빅마우스들의 꾐에 넘어가거나 충분하지 않은 자본으로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로 소모적 투자다.

다시 정리하면 소모적 투자는 여유자금이 아닌 자산으로 투자하거나 높은 수익률에만 집착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하이 리스크를 가지는 투자를 하는 것이다. 가치에 근거하지 않고, 심리를 이용한 단기 투기매매와 같은 소모적 투자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오랫동안 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자신의 이익 실현이 심리게임에 이용당한 다른 사람의 손실로 이어진다. 은퇴 전후의 투자자라면 이 같은 재테크 원칙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소모적인 투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명확하다. 투자 수익률의 노예가 돼 그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가치를 깨닫는 것이다. 투자 수익률은 한계가 있으며, 투자 가능한 금액도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시간이다. 자산을 형성하고 부자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간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짐 크레이머는 “주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돈을 벌 만큼 충분히 오래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짧은 기간의 적금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 또한 1~2년의 펀드 투자로 돈을 많이 번 사람도 극히 드물다. 부자가 될 때까지 시간에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산적 투자는 당연히 소모적 투자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생산적 투자는 투자의 원칙에 근거해 장기적으로 가치투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해서 성장성 높은 산업이나 기업에 기회와 이익을 주고, 자신도 물가 상승률 혹은 생산적 저축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것보다 높은 이익을 실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생산적 투자는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물론 생산적 저축보다는 높은 수익 실현을 바라는 다소 공격적 투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또한 단기적 투자를 통해 대박을 바라지도 않는다.

생산적 투자는 수백 년간 내려온 주식시장의 평균수익률에 해당하는 정도의 수익 혹은 그것을 약간 상회하는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다. 생산적 투자는 경제 흐름을 읽는 안목에 따라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리고 생산적 투자를 위해 공부한 국내외 경제 환경이나 산업적인 트렌드는 자신의 직업에도 플러스 알파가 되는 지혜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산적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풍문이나 단순한 언론보도에만 의존해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늘 경제신문이나 잡지 등을 정기구독하면서 직접 발로 뛰며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는 걸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야만 언론보도나 기업의 재무제표에 드러난 것 외에 숨어 있는 이면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사람 중 상당한 투자실적을 올리고 있는 한 생산적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지속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안서를 올렸다. 그 사람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정말 투자에 성공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투자 회사에 대해 주인의식 가져야

이처럼 생산적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확고한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경영자들은 자신이 가진 회사를 대리 경영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펀드를 포함한 주식투자에서 그 기본적인 개념과는 달리 기업을 소유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많은 개인투자자, 소위 ‘개미’들은 주식시장을 단지 서류뭉치와 그래프가 오가는 공인된 도박쯤으로 간주한다. 직장생활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혹은 돈을 굴려서 남들과 비교해 성공적인 재테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과 펀드를 시작하는 것이다.

생산적 투자는 정석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다. 생산적 투자는 사회를 건전하게 만든다. 또한 장기적 인생계획인 은퇴 설계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투자의 정석과 바른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해야 한다. 진심으로 은퇴 설계를 위한 생산적 투자자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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