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코로나 ‘공격’에 시진핑 ‘되치기’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6 10: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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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코로나 발원지’ 이미지 불식 위해 안간힘

4월7일(현지시간) 독일 국적기인 루프트한자의 대형 화물기가 중국에서 날아와 뮌헨공항에 도착했다. 항공기에는 수백만 장의 마스크가 실려 있었다. 실제 비행기에서 마스크가 담긴 화물을 내려서 옮기는 장면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포착돼 보도되기도 했다. 독일 정부도 이를 인정하며 “800만 장에 달하는 중국산 마스크를 화물기로 운송했다”고 밝혔다. 이어 “날마다 중국에서 마스크를 실어 날라 11일까지 모두 4000만 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월18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왕 부장은 “중국 정부는 WHO를 확고히 지지한다”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WHO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7일 WHO에 대해 “아주 중국 중심적인 것 같다”면서 “WHO에 쓰이는 돈을 보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실제 왕 부장은 “WHO에 대한 공격과 모독은 근거가 없다”면서 WHO에 힘을 실어주었다.

ⓒepa 연합·xinhua 연합
ⓒepa 연합·xinhua 연합

‘코로나 위기’에서 ‘코로나 특수’ 노리는 중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야기한 중국의 책임을 묻고 있다. 지난 4월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일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의 잘못이 있었다면 반드시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4월17일 독일 판매부수 1위의 신문 빌트도 “중국 최대의 수출 히트상품은 코로나”라며 시진핑 주석을 향해 “코로나가 당신의 정치적 멸망을 의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중 성향이 강했던 아프리카에서조차 중국 내 아프리카 출신자들에 대한 차별이 극심해지면서 반중(反中) 분위기가 맹렬히 퍼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에도,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국제사회에서 활동폭을 되레 넓혀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자국 내 여유분이 넘치는 마스크·소독제·온도계·진단키트·산소호흡기 등 각종 의료장비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세계 수십 개국과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가고 있다.

중국이 의료용품 수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3월초부터였다. 중국은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의료장비의 생산설비를 대폭 확충했다. 그 덕분에 하루에 N95 마스크는 160만 장, 바이러스 방호복은 50만 벌을 생산하게 됐다. 월간 생산량으로 따지면 N95 마스크는 4800만 장에 달한다. 이는 미국 업체 3M이 전 세계 곳곳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3500만 장보다 많다.

중국의 막대한 생산능력은 3월25일 스페인 정부가 중국과 체결한 의료장비 공급계약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살바도르 이야 스페인 보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5억5000만 장의 마스크, 1100만 쌍의 의료용 장갑, 550만 개의 진단키트, 950개의 인공호흡기를 중국으로부터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야 장관은 “이 계약은 지난주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화한 뒤 성사됐다”고 밝혔다. 또한 “계약은 돈으로 따지면 4억3200만 유로(약 5742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스페인에서는 방역작업을 위해 중국산 드론도 구입했다. 스페인군이 자국산과 더불어 다장(大疆·DJI)의 농업용 드론을 투입한 것이다. DJI는 광둥성 선전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상업용 드론 제조사다. DJI도 이를 확인하면서 “스페인이 유럽에서 최초로 코로나19 방역에 농업용 드론을 사용했다”고 선전했다.

독일도 중국에 손을 뻗었다. 3월25일 G20 화상 정상회의 개최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시 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기서 의료용품 구매 의향을 밝혔고 지난 4월7일부터 마스크가 공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4월초부터 일부 도시를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착용할 마스크조차 부족해 전국적인 시행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따라서 중국에서 확보한 물량은 독일에 아주 긴요했다. 그래서인지 독일 정부는 “이 공급망이 유사시에도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美 중심 세계 질서의 재편 노려

이처럼 전례 없는 특수를 맞으며 중국 의료용품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4월5일 중국 세관총서 책임자는 “3월1일부터 4월4일까지 의료용품 수출이 102억 위안(약 1조7581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실제 수출된 물량은 어마어마했다. 마스크 38억6000만 장, 방호복 3752만 벌, 적외선 체온계 241만 개, 진단키트 284만 개, 인공호흡기 1만6000대 등에 달했다. 4월 들어 수출량은 더욱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연일 시진핑 주석을 공격하고 있는 미국마저 중국산 의료용품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4월15일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는 “1200톤에 달하는 의료물자가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 의료용품이 마냥 환영받는 건 아니다. 품질이 국제기준에 미달하면서 네덜란드·스페인·핀란드·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리콜 조치를 당했다. 그로 인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자 중국 정부가 직접 해결에 나섰다. 3월30일 의료물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반드시 보건 당국의 검사를 받아 자격을 획득하도록 했다. 또한 수출 대상국이 요구하는 품질 수준을 충족하도록 했다. 그래서 지난 4월11일에는 11개 의료용품을 법정 검사품목으로 지정했다. 또한 국가표준을 통과하지 못한 기업 수천 개의 조업을 중단시켰다.

중국은 수출과 함께 해외 지원 대상과 폭을 늘리고 있다. 그 첫 대상은 한국이었다. 2월 하순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중국 정부는 3월16일 마스크 110만 장, 방호복 1만 벌 등을 기증했다. 3월31일에는 마스크 100만 장을 추가로 지원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와 기업체까지 나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지원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앙정부가 각지에 할당량을 내려보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물론 중국이 한국을 ‘공짜’로 도와준 건 아니었다. 1월말부터 한국 정부와 지방정부, 기업체 등이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진행됐다.

정부는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도 지원했다. 3월 중순 은 1~2차에 걸쳐 의료진을 파견했고 인공호흡기와 마스크 등을 기증했다. 그 후에는 80여 개국에 물자와 의료진을 지원했다. 시진핑 주석은 해외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에, 이미 전 대륙의 40여 개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다.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도 밝혔다. 의 이런 움직임은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대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다. 또 향후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재편해, 외교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속내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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