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부실수사 의혹 제기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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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수사관 휴대폰 포렌식 해야…문제제기에 ‘트집 잡는다’고 꾸짖어”
인천경찰청, 수사 미흡한 부분 감찰…일선 경찰서 성폭력사건 점검 착수

‘송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찰이 일부 폐쇄회로(CC)TV의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해, 피해자의 친오빠가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인천지방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시사저널 4월17일자 ‘[단독] 경찰 '송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일부 CCTV 영상자료 확보 못해’ 기사참조)

친오빠는 최근 인천지검에서 경찰관이 촬영한 CCTV 영상들을 확인한 결과, 피의자들의 범행 전과 범행 직후 영상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CCTV 영상을 촬영했다는 경찰관의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찰청은 담당 수사관들에 대한 자체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또 인천지역 10개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미흡한 점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 청사 전경. ⓒ이정용 기자
인천 연수경찰서 청사 전경. ⓒ이정용 기자

“CCTV 자료 없다는데…고의로 삭제한 의심 들어”

송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친오빠 A씨(20)는 7쪽 분량의 진정서를 작성해 인천지방경찰청에 21일 제출했다.

A씨는 진정서에서 “피의자 B군(15)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B군 측이 연수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담당 수사관과 내통해 유일한 사건 현장 CCTV 자료의 일부를 삭제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담당 수사관이 2019년 12월26일에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상황실에서 CCTV 영상을 확보할 당시에 사용한 휴대폰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해달라”고 이준섭 인천경찰청에게 요청했다. 

A씨는 “최근 인천지검에서 담당 수사관이 촬영했다는 사건 발생 당일의 CCTV 내용을 확인했으나, B군과 C군(15)이 피해자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로 끌고 가는 범죄를 증명할 중요한 영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담당 수사관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부분인 지하주차장과 복도, 엘리베이터의 CCTV 자료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수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이 CCTV 영상 누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녹음하면 말 안 한다. 녹음 삭제하고 다시 시작하자’며 녹음 사실을 기피했고, ‘경찰관 앞에서 뭐 하는 거냐. 경찰관한테 할 짓은 아니라고 보는데‘라며 피해자 측을 꾸짖었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찰청, CCTV자료 미확보 자체 감찰 착수

인천경찰청은 이날 연수서 담당 수사관 3명을 상대로 CCTV 영상 일부 미확보,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 미흡 등의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자체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또 인천지역 10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접수된 지 3개월 이상 된 사건에 대해서도 미흡점이 없는지에 대해 점검에 나섰다.

인천여성의전화도 이날 CCTV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확한 진상조사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치 책임에 대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인천 연수서는 CCTV자료를 직접 시청했고, 이를 수사보고서에 기록해 놓았기 때문에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누락된 CCTV자료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 수사관이 증인으로 나설 수도 있다”며 “수사보고서도 충분히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만큼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CCTV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실수다”며 “고의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씨는 “사건이 접수된 지 109일 만에 구속수사가 진행됐고,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부실과 늑장 수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피해자는 사건 발생이후 피의자들을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바람에 도망친 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B군 등은 2019년 12월23일 새벽시간대 인천의 아파트 헬스장에서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C양에게 술을 먹인 뒤 옥상 인근 계단으로 끌고 가 잇따라 성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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