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김희애 “몰아치는 대본에 반해 선택했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5 16: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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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녀의 드라마라 불리는 《부부의 세계》, 감정의 본질 꿰뚫는 배우 김희애

김희애가 아니면 이 역할을 누가 할 수 있을까. 《부부의 세계》는 ‘김희애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선우(김희애 분)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었다. 안정적인 삶에 찾아온 균열로 소용돌이에 휩쓸린 지선우의 복잡한 내면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희애는 감정의 본질을 좇으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원작인 BBC 《닥터 포스터》는 압도적인 시청률은 물론, 복수의 통쾌함을 넘어선 관계의 본질을 파고드는 이야기로 방영 내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던 작품이다. 《미스티》(2018)를 통해 감정의 본질을 꿰뚫는 치밀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인정받은 모완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짚는 데 일가견이 있는 주현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김희애는 이 드라마로 4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아내의 자격》에 이어 《밀회》까지 JTBC 드라마와 유독 궁합이 좋았던 그녀, 6년 만의 JTBC로의 귀환이기도 하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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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을 소개해 달라.

“가정의학과 의사다. 박해준씨와 부부로 나온다. 너무 사랑해 사랑의 끝까지 가보는 역할이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정의 기복이 셌다. 여성스럽고 연약한데 어느 순간엔 무서운 역할이다. 또 아이에 대해서는 굉장히 애틋하다. 여러 가지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라 감정 연기를 하다 보면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나를 무서워하는 게 느껴진다(웃음).”

 

다중적인 캐릭터를 소화하는 건 힘들지 않나.

“지선우가 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나온다. 배우로서 이런 역할을 죽을 때까지 해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힘들면서도 동시에 도전하는 재미와 보람이 있다. 그동안 연기한 배역의 스펙트럼이 다 섞여 있는 것 같다. 《밀회》 때와는 또 다르다.”

 

《밀회》 이후 6년 만에 JTBC 드라마를 하게 됐다.

“일단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컸다. 주위에 여쭤봤더니 감독님만 믿고 하면 된다고 하더라(웃음). 《미스티》라는 작품을 이번에 찾아봤는데 마디마디를 훑는 느낌이었다. 한번 보니 도저히 끊을 수가 없는 작품이더라. 원작인 《닥터 포스터》를 보고 과연 한국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 어떨까 궁금했다. 대본을 읽어보니 인간이 느끼는 감성이나 본성은 비슷하다고 하지만 원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한국화돼 있어서 편안하게 읽혔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몰아쳤다. 할 수밖에 없는 대본이었다.”

 

모 감독은 김희애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이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달성한 분과 작업할 수 있는 건 큰 영광이다. 제가 선택한 게 아니라 김희애씨가 저희를 선택한 거다. 그 순간이 정말 좋았다”고 김희애를 극찬했다.

 

폭풍 같은 감정선들의 연속이다. 힘들지는 않나.

“6회에 기억에 남는 감정신이 있었다. 사실 난 여러 번 감정신이 안 된다. 감정이 돌아오기가 시간이 걸리고, 또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감정이 마른다.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연기하니 감정이 멈추지 않더라. 첫 테이크에서 70%만 해야지 했는데 100%를 다해 버렸다. 다음 장면에서 120%가 됐다. 내게도 드문 경험이다. 배우로서 귀하고 값진 경험이다.”

 

스태프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감정신은 배우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여러 가지 조합이 맞아야 잘 나온다. 우리 드라마는 감정신이 많으니까 상대역도 그렇고 스태프 등 모든 분이 상황을 좋게 해 준다. 그래서 짜릿한 경험을 맛보고 있다. 인간이 가진 모습이 하나가 아니지 않나.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무궁무진하고 끝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상대역인 박해준과의 호흡은 어떤가.

“박해준씨와 처음 연기해 보는데 이렇게 잘하는 배우인 줄 몰랐다. 박해준씨가 출연한 영화 《독전》 등을 다시 찾아봤다. 어마어마하더라. 앞으로도 같이 연기하고 싶을 정도로 상대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준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대충 하는 느낌이다. 저만 흥분하고 컷한 순간도 감정이 멈추지 않는데 편하게 장난치고 전환이 빠르더라. 배신감 느낄 정도다. 괴물 같은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역할에 빠져서 연기하는 게 존경스럽다. 배우의 눈으로 봐주고 사심 없이 연기를 해 줬기 때문에 상대역인 저도 감정을 받을 수 있었다.”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엔딩 장면만 쫄깃한 게 아니라 어느 장면에서도 감정선을 쫄깃하게 만든다. 최고의 배우들과 최고의 스태프들이 만난 작품이다. 어디서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나왔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라고 있다.”

 

《부부의 세계》는 6회까지 19금 편성이 되며 화제가 됐다. 이에 모 감독은 “폭력성이나 선정성 때문이 아니라 리얼해서 더 자극적으로 보이고 긴장감 있고 심각해 보여서 19금이 됐다”며 “6회까지는 피하지 말고, 걸러내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쳐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모 감독은 “드라마를 한국화시키면서 여주인공 자체 캐릭터의 대단함도 있었지만, 주인공과 주변 모든 사람이 휘몰아치는 느낌이 좋았다. 인물 한 명뿐만 아니라 사랑과 결혼, 부부에 포커싱을 뒀기 때문에 《부부의 세계》로 제목을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꼽은 관전 포인트 3가지

# 4년 만에 돌아온 김희애

《아내의 자격》에 이어 《밀회》까지 김희애와 JTBC의 호흡은 언제나 신드롬을 불러왔다. 4년 만의 드라마 복귀, 6년 만의 JTBC 귀환은 그 자체로 기대감에 불을 지핀다. 예민하게 감정의 본질을 꿰뚫으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김희애는 역시나 클래스 다른 존재감을 입증했다. 매 작품 변신을 거듭해 온 박해준이 김희애의 맞은편에서 긴장감의 한 축을 이끈다. 내밀하고 복잡한 심리묘사가 주요한 작품이니만큼, 두 배우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희애와 박해준의 시너지는 완벽 그 이상. 날카롭고 뜨거운 감정의 양면을 흡인력 있게 풀어낼 김희애, 혼란과 왜곡된 거짓 속에서 위태롭게 외줄타기를 하게 될 박해준의 연기는 놀라운 시너지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긴다.

# 원작 뛰어넘을 웰메이드 탄생 기대감

원작인 BBC 《닥터 포스터》는 압도적인 시청률은 물론이고, 복수의 통쾌함을 넘어선 관계의 본질을 파고드는 이야기로 평단의 호평과 함께 방영 내내 열띤 토론이 쏟아진 작품이다. 원작의 작가 마이크 바틀렛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메데이아(Medeia)에서 영감을 받아 ‘사랑’이라는 약한 고리에서 기인하는 ‘관계’, 그리고 ‘부부’라는 숭고한 인연의 속성을 찾으려 했다. 완벽한 세계에 파고든 의심과 불안, 삶을 집어삼킨 거대한 감정을 그려내는 것이 중요하기에, 연출을 맡은 모완일 감독의 존재감이 완성도를 더욱 기대케 한다. BBC스튜디오 동북아시아 대표 이거령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대본에 놀랐다. 특히 한국 최고의 배우인 김희애가 재탄생시킬 이야기에 기대가 높다”고 극찬한 바 있다.

# 소문난 연기 맛집

지선우와 이태오 부부의 세계를 구성하는 인물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비틀린 감정을 빚어낸다. 특히 고산의 타운하우스를 무대로 서로 이웃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문제적 부부들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 박선영과 김영민이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비밀을 알고도 눈감는 부부 고예림과 손제혁으로 분하고, 고산의 유지로 강력한 힘과 부를 갖춘 여병규와 엄효정 부부는 이경영과 김선경이 연기한다. 누가 보기에도 완벽한 부부이자 이웃. 하지만 이들의 세계에 작은 균열이 일기 시작하면서 예측 불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 한소희, 심은우, 이학주, 채국희, 서이숙, 이무생, 정재성, 박충선 등 연기파 배우들과 대세 신예들이 곳곳에 포진해 이들 부부와 긴밀하게 얽혀 나가며 감정의 깊이를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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