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세 당선인 “청년이어서 뽑혔다는 말 듣지 않겠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7 14: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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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용혜인·전용기·류호정 당선인이 말하는 총선·상임위·롤모델·포부

마침내 ‘청년’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찐’ 청년 정치인들이 국회에 온다. 40대 의원들이 차지해 온 ‘청년 정치인’ 타이틀도 제 주인을 찾게 됐다. 20대 국회에서 단 셋뿐이던 2030 국회의원은 4·15 총선 결과 13명으로 늘어났다. 청년 정치, 세대 교체의 열망이 담긴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이 중에서도 우리 국회가 처음 맞는 ‘90년대생 당선인’ 3인은 단연 ‘관심 대상’이다. 1990년생 용혜인(31), 1991년생 전용기(30)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과 1992년생 류호정(29)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그 주인공이다. 1990년 4월생인 용 당선인이 살짝 만 30세에 진입했지만, 이번 총선 과정에서 모두 만 20대의 청년 후보들이었다. 시사저널은 총선 한 주 뒤, 당선의 기쁨보다 막중한 부담에 고민하는 세 당선인을 만났다.

(왼쪽부터)90년생 용혜인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기본소득당)·91년생 전용기 더불어시민당 당선인·92년생 류호정 정의당 당선인
(왼쪽부터)90년생 용혜인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기본소득당)·91년생 전용기 더불어시민당 당선인·92년생 류호정 정의당 당선인

“우린 ‘실패와 패배의 경험’을 공유한다”

창당, 창업, 노조 활동…. 활동 영역도 당선까지의 경로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정치를 결심한 출발점’은 유사했다. 일상 또는 광장에서의 싸움에서 절망한 경험이다. ‘사내 성추행을 보고 겪으며 느낀 죄책감’(류호정), ‘한·미 FTA, 반값 등록금 투쟁에서의 좌절’(용혜인) 등이 그것이다. 특히 취업준비생 시절 겪은 세월호 참사는 셋의 공통된 ‘임팩트’였다. 더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낼 곳을 찾았고, 그 종착지가 정치였다. 세 당선인은 ‘패배’라는 공동의 경험이 2030 세대를 연결하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 이는 “2030에게는 586세대의 ‘민주화’와 같은 확실한 공유가치가 없다”는 지적에 대한 이들의 답변이기도 하다.

국회에서 ‘들러리’가 되지 않기 위해 이들이 택한 생존전략 또한 ‘연대’다. 미래한국당 소속 2명을 포함한 2030 당선인 13명 대부분은 개원 후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초당적 협업을 해 나가는 데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법안 발의에 필요한 최소 인원(10명)을 넘는 만큼, 그 안에서 청년 문제 논의를 비롯한 여러 의회 활동을 주도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다. 4월20~21일과 23일 이들과 각각 만나 나눈 대화를 대담 형식으로 구성했다.

 

당선 후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주변 반응은.

전용기(이하 전) : “감사인사 다니고 포부 밝히며 다녔다. 경선 과정에서 받은 은혜들을 어떻게 갚지 하는 부담과 책임감이 엄청 무겁다. 국회도 회사처럼 들어가기 전 기본 약력이랑 월급 받을 계좌번호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런 여러 준비도 하고 있다.”

용혜인(이하 용) : “생각보다 정신이 없더라. 도와주신 분들께 인사드리며 보냈다. 기본소득당 당원들 만나고 과거 세월호 관련 활동도 했기 때문에 유가족분들 축하도 많이 받았다.”

류호정(이하 류) : “인터뷰가 일단 엄청 많다. 인터뷰하며 보냈다. 친구들은 내가 공보물에 나왔을 때부터 신기해했다. 동생들은 어디 가서 내 얘기를 먼저 안 하는데, 생김새도 이름도 비슷해서 다들 먼저 알아보고 축하한다 했다고 한다.”

선거 치르면서 어떤 순간이 가장 힘들었나.

류 : “우리 (정의)당의 결과가 나왔을 때. 낙선한 분이 많아 안타까웠다. 이제 한 명, 한 명이 많은 역할을 해야 하니까, 빨리 의원실 꾸려지고 상임위 정해지면 좋겠다. 성과를 꼭 내야 하는데….”

용 : “연합정당 가는 과정에서 기본소득당 내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과 조율하며 설득하는 시간이 충분치 못해 어려웠다. 그리고 당선이 주는 부담, 엄청나다. 내가 잘해야 다음 선거에서 더 다양한 정당이 함께 일할 텐데 하는 책임감이 무겁다.”

전 : “안 됐을 때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많았다. 당에서 ‘우리 2030 국회의원 만들자’는 의지가 엄청 컸다. 책임감이 컸다. 중간에 비례대표 순번(16번)이 뒤로 조금 밀렸을 때도 낙선 걱정이 상당히 컸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가장 임팩트 있는 경험은 무엇이었나.

전 : “원래 선생님이 꿈이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중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사흘 내내 뉴스만 봤다. 학생회 활동부터 입당까지 이어지게 한 출발점이 됐다. 이후 당 대학생 위원장으로 활동한 게 가장 도움이 컸다. 청년미래연석회의라는 당·정·청 협의회를 만들고 전국을 돌며 청년 정치의 중요성을 어필해 왔다.”

류 :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일할 당시 국회 앞에서 자주 집회했다. 그런데 우리 목소리가 과연 저 담을 넘어 들어가고 있을지 늘 의문이었다. 직접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도달했다. 회사에서 성추행을 경험하고 목격하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투사가 되는구나’ 깨달은 것도 영향을 주었다. 세월호도 빠질 수 없다. 동생들과 비슷한 또래라 더 이입이 됐다. ‘저 사람들 속이 터지겠다’ ‘이 나라는 왜 상식이 안 통하지’ 답답했다.”

용 : “세월호 참사가 가장 큰 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참사를 만나면서 진로가 바뀌었다. 당시 얻은 교훈은 ‘결국 돈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였다. 청해진해운이 안전교육에 56만원을 쓰고 접대비·광고비로 억대 비용을 쓰는 구조에서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한 아주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같은 맥락에서 지금의 기본소득당 창당까지 이어 왔다.”

거대 양당 체제 속에서 군소정당의 목소리가 묻히고 좌절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없나.

용 : “원체 승부욕이 강해 절망해야 하는 타이밍에 더 불타오르는 스타일이다. 그 양당 체제를 깨기 위해 창당을 했던 거고, 오히려 원내 거대 정당들만 누렸던 불필요한 권위들을 없애는 활동을 해 나갈 거다. 이들에게만 허용된 국회 정문 출입 권한과 기자회견장 사용 문제 등.”

여러 이력이나 짧은 정치 경력에 대한 비판·비난 여론을 어떻게 이겨낼 생각인가.

류 : “댓글은 웬만하면 안 보려 한다. 그런 글 때문에 할 일을 덜 할 순 없지 않나. 애초에 ‘게임’이라는 키워드가 너무 강조된 것 같다. 경선 때도 난 ‘노동’ ‘청년’ 키워드를 더 강조했다. 슬로건도 ‘젊은 노동, 진보정치 업데이트’였다. 회사 다니며 겪은 여러 부당함을 해결하고자 행동이 비록 부족할 순 있지만 정의당 가치와 맞는 일이어서 당원들에게 어필이 된 것 같다.”

지금의 패기가 결국 당 지도부에 의해 꺾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전 : “당이 당론으로 구성원 개개인을 찍어 누르는 행태들이 그동안 정치 혐오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나 같은 청년 구성원이 그런 상황에서 국민의 반감을 사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호 법안으로 무엇을 구상하고 있나.

전 : “‘전국 방방곡곡 청년 공간법’을 만들어 청년들이 차별 없이 공간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스웨덴엔 ‘목요클럽’이란 게 있다. 목요일 저녁이면 청년들이 모여 정치 얘기를 하는 문화다. 생활 속에 정치가 충분히 스며들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용 : “기본소득당 의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된 입법 활동은 기본소득과 관련된 것들일 거다. 국회 차원의 공론화부터 시작해 온 국민 기본소득 법안을 입법하는 게 목표다. 우리는 계속 60만원 지급을 주장하고 있지만 향후 합의 과정을 통해 조율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류 : “포괄임금제 폐지다. 이 제도하에선 야근을 시키는 게 회사에 이득이 되니 계속 시키는 구도가 반복된다. 야근하는 데 돈이 들면 회사가 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일을 시킬 거다. 그런데 요즘엔 전체적으로 닥친 고용 불안 쪽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제보도 많이 받고 있다.”

상임위원회 1지망은 어디인가.

전 : “창업 경험도 있고 관심도 많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들어가 규제개혁 등 다양한 입법 활동을 하고 싶다. ‘청년기본법’ 컨트롤타워가 지금 국무조정실이니만큼 정무위원회에 가서 이 부분을 신경 쓰고 싶기도 하다. 고민 중이다.”

용 : “초선 청년 여성 비례의원에게 선택지가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기본소득을 다룰 수 있는 상임위로 가고 싶다. 첫째는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차선으로는 보건복지위원회를 꼽고 싶다. 관심 있는 의제가 많다. 겸임 상임위지만 여성가족위에 꼭 함께하고 싶다.”

류 :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가고 싶은데 우리 비례대표 당선인 5명 중 4명이 노동 후보라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2순위는 중소기업과 관련해 관심 가질 수 있는 산자위다. 겸직 가능한 여성가족위는 꼭 가고 싶다고 진작 당에 어필해 놨다.”

많이 도와준 정치 선배나 롤모델이 있나.

전 : “같은 당 김해영 의원. 청년 정치인으로 39세에 시작했는데 외압에 굴하지 않고 당내에서 하고 싶은 말 충분히 해 나갔다. 21대 국회에서 함께하지 못해 가장 아쉽다. 부산이라 지역구도 먼데 우리 챙긴다고, 우리에게 당내 자리 하나 더 만들어주려고 본인 선거를 양껏 챙기지 못했다.”

용 : “한국에선 못 뽑겠고, 정치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틴 루터킹 목사를 좋아한다. 인간의 존엄한 삶을 위해 고민하고 투쟁한 분이다. 빈곤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지원하는 것이라는, 지금 기본소득과 결이 같은 주장을 했던 분이다.”

류 : “롤모델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웃음). 이번에 심상정 대표님이 집중포화를 맞는 가운데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 정말 존경스러웠다. 이정미 전 대표님의 경우 게임업계 과로사 문제가 있었을 때 나를 포함해 노동자들 떼인 임금을 받아주셨는데, 그때 ‘정치가 야근비를 받아주네?’ 정치 효능감을 느끼게 해 주셨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일 잘하는 친구’ ‘곁에 있는 사람’

취미나 특기가 있나. 바빠서 이젠 즐기지도 못하겠지만.

류 : “대리게임으로 욕을 먹긴 했지만 여전히 롤게임을 좋아한다. 할 시간도 없고, 하면 죄책감도 들 것 같고, 롤은 검색하면 전적도 다 나와서 못 할 것 같다(웃음). 요샌 게임 방송만 찾아서 보고 있다. 재미있게 하는 것 보면 같이 재미있다.”

전 : “취미를 가질 시간이 없었다. 늘 가장 힘든 질문이 취미나 특기를 묻는 거였다. 특기는 볼링. 예전에 볼링 선수였다. 배틀그라운드 게임도 재미있어서 종종 했는데 그리 게임을 즐기거나 잘하진 못한다.”

용 : “야구 보는 것 좋아한다. 키움 히어로즈 팬이다. 바빠도 늘 개막전은 보러 갔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렵게 됐다. 당연한 결정이지만 그래도 슬프다.”

어떤 정치인으로 평가 받고 싶나.

전 : “일 잘하는 친구. ‘젊은 친구 시켜봤는데 잘하더만. 청년들 좀 더 들어오게 해야겠네’ 하는 목소리가 당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

용 :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 하면 떠오르는 정치인이 되고 싶고, 청년이어서 뽑혔다는 것 말고 실력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인정받고 싶다. 여러 성과를 내서, 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일하고 싶다.”

류 : “필요할 때 곁에 있던 사람. 그리고 ‘청년 정치인 써봤더니 아무 문제 없더라. 잘하더라’ 이런 평가를 받고 싶다. 지금은 ‘네가 인생을 얼마 살았냐’ 이런 댓글도 많고 걱정도 많잖나. 우리가 잘해 다음 청년들의 기회를 넓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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