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안 보이는 통합당…‘김종인 비대위’에도 갈등 격화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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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지도부 1명 제외 모두 낙선…21대 국회 놓고 갈등 심화

미래통합당의 ‘미래’가 안갯속이다. 21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쇄신의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좀처럼 길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총선에서 당 지도부 거의 모두가 낙선하면서 리더십까지 실종된 모습이다. 수습을 위해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당내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갈등은 총선 직후부터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총선 참패 수습안을 두고 비대위 체제로 갈지,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지에 대한 의견부터 갈렸다.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직후 사퇴한데다, 현 미래통합당 지도부 중 조경태 최고위원을 제외한 전원이 낙선하면서 당의 위기를 수습할 리더십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현재 심재철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을 대행하고 있지만 낙선했기 때문에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대위 체제’를 주장하는 현 지도부와 ‘조기 전당대회’에 힘을 싣고 있는 21대 총선 당선자 간의 의견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당내 갈등이 계속되자 심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 현역 의원들과 당선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 전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조건으로 ‘무기한 임기’와 ‘전권’을 요구하면서 당내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에서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에서 당선된 조해진 당선자는 23일 YTN 라디오에서 “당헌과 당규까지 초월한 비상대권을 가져야 한다는 (김 전 위원장의) 발상에서 어떤 개혁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 당선자는 이어 “김 전 위원장의 그런 발언 자체가 84명의 당선인을 정치적 금치산자들이라고 스스로 선언하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지도부가 설문 조사를 왜곡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통합당은 당초 ‘김종인 체제’에 찬성한 당내 의견이 과반이라고만 했는데 실제는 과반이 아닌 40%대 초반이라는 것이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22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 선택 비율은) 40%대 초반이며 반대는 30%대 중반, 기타는 18% 정도였다”며 “(김종인 비대위 찬성이) 과반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설문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 “감추고 싶으니까 공개를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심재철 원내대표는 오늘 저녁 김 전 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재차 요청할 예정이다. 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기한 전권 위임이라는 표현을 올바르지 않다”면서도 “그런데 (김 전 위원장이) 7~8월 전당대회는 곤란하다고 얘기했으니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수락하면 통합당은 다음 주 초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비대위원장 선임 건을 처리하게 된다. 다만 당내 반발이 이렇게 표면에 드러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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