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마케팅은 이것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30 12: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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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마케팅 전문가 한목소리 “고객의 불안을 잠재우고, 비용 낮춰라”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특히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의 상황은 심각했다. 실업자는 속출했고, 누구나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심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이럴 때 차를 판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보통 사람이 평생 집 다음으로 비싸게 사는 내구재가 바로 차다. 

이때 한 자동차회사가 세상에 없던 마케팅을 선보였다. 자사 차량을 구매하고 12개월 내에 실직하면 차를 환불해 주는 ‘실직자 보호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다. 소비자들이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한 마케팅으로 이 회사는 금융위기 기간에 유일하게 미국 시장에서 매출을 늘렸다. 

주인공은 바로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당시 이 마케팅에 힘입어 미국 시장 판매량을 2008년 40만1742대에서 2009년 43만5064대, 2010년 53만8228대로 늘렸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일본 도요타 리콜 사태 등이 겹치면서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한 대형 극장의 한산한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한 대형 극장의 한산한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시하라”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량 실업 위기가 고조되자 다시 한번 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에서는 2009년 이후 11년 만의 재도입이다. 부진에 빠진 중국 시장의 부활을 위해 중국에서도 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놨다. 

세상을 멈춰세운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 앞에 개인과 사회는 물론 국가마저 흔들리고 있다. 세상을 움직이던 상식과 공식들이 도전받으며, 불확실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 도무지 해법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지만 준비된 누군가에겐 이번 위기는 기회다.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달라진 세상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필요할까. 시사저널은 ‘마케팅의 대가’로 평가받는 필립 코틀러와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쓴 경영학·마케팅 전문가들에게 답을 물었다.

후이 덴 후안 난양공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변화한 환경에 맞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직면한 마케팅의 핵심 과제와 도전은 무엇일까. 그는 불확실성과 소득 감소가 불러오는 수요 급감,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의 변화를 제일 먼저 꼽았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로 고객의 니즈가 변했는데, 기존의 방법대로 마케팅을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당을 운영한다면 ‘고객의 방문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식으로 말이다. 배달 플랫폼에 올라타 있는 식당과 아닌 곳의 차이는 크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그는 고객들에게 저렴한 선택지를 더 다양하게 제시할 것을 조언했다. 2인분 식사를 ‘세트메뉴’로 만들어 비용을 낮춰주거나, 음식을 포장해 가면 값을 깎아주는 등 더 많은 선택지를 만들라는 설명이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왜 음식은 할부 거래가 되지 않는가? 꼭 현금과 신용카드만 결제수단이 될 이유가 있나? 물물교환은 안 될까?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고객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미 고객들은 충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객의 삶을 편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많은 선택지를 제시하라. 선택지는 말 그대로 다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방 말고 안정적인 소액을 키워라”

허마원 카타자야 마크플러스 회장은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사고의 전환’이라고 했다. 허마원 회장은 “기존의 성장모델은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데 그 전의 성공 방정식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라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제 꾸준한 인컴자산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현금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가, 진정한 위기가 되는 순간은 현금 흐름이 막힐 때”라면서 “지금은 큰 거 한 방을 노릴 때가 아니다. 아주 소액이라도 현금이 매주, 매달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팔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독경제’화할 수는 없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허마원 회장은 “더 많은 콘텐츠와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로, 더 많은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회원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조직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허마원 회장은 코로나19를 이기는 마케팅의 키워드를 ‘환경’과 ‘안전’에서 찾아야 한다며 모든 조직은 이 목표를 구현할 수 있게 기존의 비즈니스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사람들은 ‘환경’과 ‘안전’이, ‘환경’과 ‘생존’이 별개가 아님을 분명히 깨달았다. 모든 소비자들이 여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면서 “코로나19를 이길 마케팅의 해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회사를 살릴 가치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물론 코로나19로 달라질 세상을 준비하는 것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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