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차 쇼크 우려에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려라”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8 14: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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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KT&G 등 “고객과 협력사가 살아야 대기업도 산다”

지난 4월20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바이러스 확산은 현재 눈에 띄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충격은 이제 시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대외 수요 위축 등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으면서 2차 쇼크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가장 먼저 풍파를 맞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항공·정유·자동차 등 기간산업을 주력 사업으로 삼는 대기업들은 이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여파는 이제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협력업체로 전가될 수 있다.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과 협력사가 무너지면 대기업에도 치명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경북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직원들로부터 코로나19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경북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직원들로부터 코로나19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과 LG, 협력사 적극 지원

대표적인 곳이 삼성이다. 재계 맏형인 삼성은 그동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 왔다. 국내 마스크 공급 확대를 위해 마스크 제조기업 생산량 증대를 지원하고, 계열사들의 글로벌 네크워크를 통해 확보한 마스크 28만여 개를 기부하기도 했다. 또 경북 영덕의 삼성인력개발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고, 의료용품과 생필품 등을 포함해 총 30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삼성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 지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 등 계열사를 동원해 조성한 1조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협력업체에 무이자·저금리로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조치다. 또 물품 대금 1조6000억원을 조기에 지급하기도 했다.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자재 확보도 지원하고 있다. 긴급 자재 공급을 위해 항공 배송으로 전환하는 경우 물류비용을 실비로 지원하고, 부품 조달을 위해 원부자재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경우에는 시간과 절차를 단축할 수 있는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또 협력사가 원활히 자재를 조달할 수 있도록 물류업체와 통관 정보를 공유하고, 기존 물류 이외에도 우회 및 대체 경로를 개발해 제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중국 정부의 지침, 중국 내 물류 및 통관 현황 등 중국 관련 정보와 감염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위생, 방역, 확산 방지 수칙 등을 담은 행동 가이드라인도 배포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협력사에는 마스크와 손세정제, 체온계 등도 공급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애로사항을 수렴하는 ‘협력회사 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코로나로 인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협력사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와 가맹점 등을 돕기 위해 총 80억원 규모의 지원에 나섰다.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와 가맹점 등을 돕기 위해 총 80억원 규모의 지원에 나섰다. ⓒLG생활건강 제공

LG그룹도 그동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벌여왔다. 무엇보다 협력사들의 피해 회복 지원에 계열사들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LG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에 있는 협력사가 국내로 돌아오거나 국내 생산을 확대할 경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컨설팅과 무이자 자금 등을 지원하고 구매 물량 역시 보장키로 했다.

LG화학도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자금난을 겪는 협력사를 위해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협력사의 운영자금 저금리 대출을 위해 629억원 규모로 조성한 ‘상생펀드’와 협력사의 핵심 연구개발(R&D) 과제 등을 지원하기 위해 432억원 규모로 마련한 ‘혁신성장 펀드’를 통해서다.

LG유플러스는 협력사 지원책을 마련해 긴급 시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회사 지원을 위해 운용 중이던 8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재원 중 5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250억원 늘린 750억원으로 확대해 총 105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동반성장펀드는 기업은행과 연계해 무이자 예탁금을 재원으로 저리 자금 대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사에 대해서는 납품 대금 조기 지급 결제도 최대 500억원 규모로 실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위해 온라인 판촉물도 지원하고 있다. 또 골목상권 상생 프로젝트인 ‘U+로드’를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고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과 구(舊)시가지 상권 등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U+로드’는 LG유플러스 모바일 고객들에게 최대 50% 할인, 1+1 혜택, 경품 이벤트 등을 제공하는 제휴 프로그램이다.

LG생활건강은 3월 한 달간 소비자들의 외출 자제 등으로 매출 위축을 겪는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 등 500여 개 가맹점의 월세 50%를 회사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LG생활건강은 최근 방문판매용 화장품 대리점을 비롯해 생활용품·음료 대리점의 직원 인건비 8억원까지 회사에서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KT&G는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 KT&G
KT&G는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 KT&G

KT&G, 위기 직면한 화훼농가 돕기 나서

KT&G는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와 회사 빌딩에 입주한 영세사업자 돕기에 양팔을 걷었다. 화훼농가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졸업식과 입학식, 경조사 등 각종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KT&G는 그런 화훼농가를 위해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KT&G는 지난 4월1일 창립기념일에 임직원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꽃을 함께 전달했다. 여기에 생애주기별 가족케어 프로그램인 ‘가화만사성’을 통해 임직원 가족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이벤트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KT&G는 또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 빌딩에 입주한 개인사업자와 영세 법인의 한시적 임대료 인하를 결정했다. KT&G는 우선 대구 지역의 임대건물에 입주한 업체를 대상으로 고정 임대료의 50%를 인하했고, 수도권과 세종시 등 전국에 위치한 임대건물의 고정 임대료를 30% 감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KT&G 소유의 빌딩 9채와 AK&세종 등에 입주한 46개 업체가 3월과 4월 임대료 할인을 적용받게 됐다. KT&G는 향후 코로나19 확산 양상에 따라 감면 범위와 기간 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디지털 포스터로 인근 식당을 무료 홍보하는 ‘우리동네 응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은 영업점 디지털 포스터로 인근 식당을 무료 홍보하는 ‘우리동네 응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 금융권 최초로 소상공인 홍보 지원

금융권도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관광·여행·숙박·공연·외식 등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중 해외여행 수요 감소 또는 단체 예약 취소 등의 사유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특별자금을, KEB하나은행은 여행·숙박·음식점업 등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등 기업고객에게 총 3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은행들은 이 밖에도 기존 대출 만기 연장 및 분할 상환금 상환유예와 금리 우대 등 다양한 혜택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이런 금융 지원에 더해 비금융 부문에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함께 해요(feat. 건강한 도시락)’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그 일환으로 신한은행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매출 증대 지원을 위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통해 신한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 등 고객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고객에게 신뢰와 안심을 줄 수 있는 실천방법을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또 금융권 최초로 소상공인 홍보 지원에도 나섰다. 영업점에 설치된 디지털 포스터와 전광판을 통해 소상공인의 광고를 무료로 게시하는 ‘우리동네 응원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이다. 광고 대상 업체는 디지털 채널이 설치된 영업점 인근 소상공인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7월31일까지 전국 32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뒤 대상 영업점을 확대하고 모바일 앱 쏠(SOL)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다양한 지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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