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고 다시 시작된 ‘검찰의 시간’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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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유재수 감찰무마 재판 시작
패스트트랙 재판·선거법 위반 사건도 시작

21대 총선과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멈췄던 검찰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검찰은 선거 전에 관련자들을 기소한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재판을 진행하는 한편, 정치권과 관계된 사건 수사도 다시 재개했다. 이와 함께 21대 총선 당선자 15명이 포함된 패스트트랙 재판, 21대 총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재판에서의 승패에 따라 검찰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1월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윤석열 검찰총장 ⓒ 시사저널 임준선

23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현재 이 사건에는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해 황운하 대전 중구 당선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13명이 재판에 넘겨져 있다.

이날 준비기일에는 검찰의 수사검사가 직접 재판정에 나왔다.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을 포함한 검사 7명이 참석했다.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에 참여하는 소위 ‘직관’이었다.

검찰은 이날 재판장에게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김태은 부장검사는 “지난 1월29일 공소제기 이후에 공범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가 진행중이다. 코로나로 시일이 경과해 최근 소환조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에 소요되는 2개월, 사건기록을 검토하는 1개월을 포함해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3개월 정도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이 때문에 변호인들에게 제공될 사건 기록의 열람·등사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측 변호인은 “관련 사건이 수사중이라면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나. 방어권에 차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재판장 또한 검찰에 “사건이 진행중이라도 법률상 서류 등의 목록에 대해 열람·등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1라운에서는 검찰이 체면을 구긴 셈이다.

또 한편에서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 재판이 진행된다. 4월17일 열린 2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20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검찰은 앞서 청와대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중대한 비위 혐의를 확인하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위법하게 중단시켰다는 혐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을 기소했다.

이 사건은 5월8일부터 정식 재판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분간은 조 전 장관과 백원우·박형철 전 비서관이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게 된다.

20대 국회에서 벌어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여파도 여전하다. 현재 21대 국회 당선자 중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는 9명의 당선자가 ‘국회 회의 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진 채 재선에 성공했다. 국회법 위반 혐의를 받는 통합당 당선자들은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다.

총선 과정에서 고소·고발된 선거법 위반 사건도 시작된다. 지난 16일 대검찰청은 21대 총선과 관련해 수사 중인 당선자 수를 90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소·고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당선자 선거사범은 20대 총선의 104명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재판에서의 승패 여부에 따라 향후 조직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국 전 장관 가족비리 수사부터 시작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의혹이 있으면 수사해 재판에 넘기는 것이 맞긴 하지만, 최근 정권 관련 수사에서 검찰이 좀 무리하게 진행한다는 의문도 들긴 했다. 재판을 보면 더욱 확실히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재판을 수사검사들이 ‘직관’하는 것은 그만큼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라며 “만약 검찰의 부실수사로 드러난다면, 검찰에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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