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는 언제 나올까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1 10: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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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단계라 올해 안에 힘들어, 2022년 가능 전망도

2~3월 시작한 몇몇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시험 1차 결과가 5~6월 줄줄이 나온다. 이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감은 크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 실효성이 기대 이하일 것이라는 기류가 흐른다. 여기엔 세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 두 번째는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해도 물리적인 시간상 올해 안에 일반인이 치료제를 사용하긴 어렵다는 예측이다. 세 번째는 치료제가 국내 코로나19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학술정보 분석업체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4월8일 기준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관련 치료제와 백신은 총 156개다. 미국에서 83개, 중국에서 34개, 국내에서도 13개 약물이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88%는 후보물질 개발 또는 전임상(동물실험)이므로 초기 단계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한 것은 약 11%에 불과하다.

ⓒGilead Sciences
ⓒGilead Sciences

서두르다 안전성 놓치면 약이 아니라 독

임상시험에 들어간 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 가장 크게 기대를 모으는 약은 렘데시비르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해 온 이 약이 세포 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에서 지난 1월 중국 우한에 있는 친지를 방문하고 귀국한 확진자가 이 약을 투여받고 2월에 퇴원한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월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세계 50곳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환자 400여 명 중 절반에는 렘데시비르를 투여하고 나머지 절반에는 가짜 약을 투여하고 있다. 이 임상시험에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도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인 피험자는 약 2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앙드레 칼릴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메디컬센터 교수는 “임상 호전을 보이는지가 초점이다. 5월 중반에서 후반 사이에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도 3월초 자체적인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일부 유럽국에서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병원이 참여했고 한국인 피험자는 195명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 관계자는 “중증과 중등도 환자를 대상으로 한 2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상태가 가장 좋지 않은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1차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것이다. 중등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1차 결과는 5월 중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이 약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의학학술지(NEJM)는 4월11일 이 약을 중증 호흡기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대조약과 비교하는 등 엄밀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기대만큼 효과가 있더라도 안전성을 놓치면 치료제로서 가치가 없다. 전문가들이 안전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4월17일 주최한 포럼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에서 전문가들은 급하게 만드느라 안전성을 놓친 치료제나 백신은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성민 충남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포럼에서 “현재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급하게 개발하고 사용하기 시작했을 땐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에서는 부작용이 없었지만 인체 실험에서 결함을 드러낸 사례는 무수히 많다. 1950년대에 시판한 탈리도마이드라는 진정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임신부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입덧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시판 5년 동안 1만 명의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고 40%는 사망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박혜숙 이화여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제 개발 단계는 모두 시작 초기다. 몇몇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으로 효과가 입증돼도 바로 제품 허가는 어렵다. 여러 연구를 통해 효과를 재입증해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는 효과가 있더라도 실사용까지 1년 반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 실용화하는 데 일정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제가 사망률 크게 낮추지 못할 듯”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환자는 언제부터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을까. 미국 학술정보 분석업체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AI(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렘데시비르가 2.5년 안에 시장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즉 AI가 전망한 렘데시비르 사용 시점은 내년 10월이다. 올해 3월6일 시작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은 2022년 1월22일 마무리되고 등록 등 사전준비를 한 후 10월1일부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신약 개발은 5년 이상 걸리므로 기존 약 중에서 코로나19에 효과적인 것을 찾고 있다.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몇몇 약은 그 효과나 안전성에 의문이 있다. 올해 안에 다른 약을 찾는다고 해도 국민이 실제로 사용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안에 국민이 실제로 치료제를 사용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한 치료제가 나오면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을까.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확진자 중 80%는 격리·관찰로 회복이 가능할 정도로 경증이다. 나머지 20%는 중증 내지는 중등도 환자인데 산소,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항응고제 등의 치료로 대부분 회복된다. 이들 가운데 약 2%가 사망한다. 이 2% 사망률을 낮춰야 치료제로서 의미가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망자 대다수는 기저질환이 있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한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 효과나 안전성이 확보된 것은 없다. 있다고 해도 장기가 망가진 사람에게 치료제를 투여해 바이러스를 없앤다고 해서 장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즉 치료제가 사망률을 큰 폭으로 낮추지는 않는다. 치료제 개발은 필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불분명한 치료제 개발에 의존하기보다 빨리 감염자를 찾아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사망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올해 안에 사용할 수 없더라도 치료제와 백신은 개발해야 한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수년에 걸쳐 꾸준히 출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연말 내에 임상시험을 끝내는 것이 목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4월24일 정례 브리핑에서 “허가 범위를 확대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와 관련된 게 7종이고 항체 및 혈장 치료제 등 13종의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총 20종에 대한 치료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제일 먼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의 적응증을 코로나19로 확대하는 약물 재창출 관련 임상시험 결과일 것이다. 빠르면 연말 안에 이러한 임상시험이 종료되어 효과적인 치료제와 치료 용량 등 진료 지침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개발 70건 중 3건만 임상시험 중, 당분간 어려워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코로나19 백신 개발 70건 중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중국 바이오기업 칸시노 바이올로직스와 베이징생물기술연구원이 공동개발하는 백신으로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미국 제약기업 모더나와 이노비오제약은 각각 임상 1상에 들어갔다. 나머지 67건은 인체 시험 이전 단계, 즉 전임상 단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은 백신 개발 플랫폼을 갖춘 상태여서 발 빠르게 백신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백신 효과를 파악하는 데만 1년에서 1년 반이 필요하다. 안전성 파악과 생산 시간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코로나19 백신 사용은 어려워 보인다.

인공지능(AI)은 백신 사용 시점을 앞으로 5.2년으로 예측했다. 학술정보 분석업체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AI 분석을 통해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을 2025년 6월7일 이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3월3일 임상 1상에 들어간 이 백신은 2021년 1월9일 2상, 2022년 11월19일 3상을 각각 시작한다. 이 모든 임상시험은 2024년 8월5일 마무리되며 등록 등 준비 과정을 거친 2025년 6월7일부터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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