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3 12: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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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동산병원 중환자실로 간 자원 의사의 기록 “병원 의료진 존경스럽다”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이후 대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 됐다. 대구의 모든 대학병원은 확진자로 넘쳐났고 의료진은 부족했다. 전국 각지의 의료진이 자원해 대구로 갔다. 류호걸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이사)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3월23일부터 4월3일까지 대구동산병원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봤다. 코로나19 확진자가 9000명에서 1만 명으로 불어난 시기였다. 류 교수는 “대구동산병원 입구만 봐도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일반인은 아예 출입할 수 없고 경찰까지 배치돼 있어 마치 작은 전쟁터 같았다”고 표현했다.

병원 중환자실은 확진자 가운데서도 증상이 심한 환자가 모인 곳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감염 위험이 가장 큰 장소다. 류 교수는 “의료지원을 나온 요양병원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다가 감염됐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까지 착용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다행히 며칠 후 회복돼 인공호흡기를 떼고 일반 병실로 갔다”고 말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방호복을 평상복처럼 입고 지냈다. 그는 “방호복은 평소 접하는 장비가 아니라 힘들었다. 특히 입을 때보다 벗을 때가 위험하다. 자칫 겉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방호복을 벗을 때는 2인 1조로 도와준다”고 말했다.

3월29일 대구동산병원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3월29일 대구동산병원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방호복 입으면 땀이 비 오듯 하고 체력 소모도 심해

마치 우주복처럼 생긴 방호복은 입고 있는 자체로 힘들다. 류 교수는 “방호복은 외부 공기와 차단되므로 공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해 배터리가 필요하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약 3시간인데 그동안은 환자만 봐야 한다. 화장실은 미리 다녀와야 한다. 또 배터리가 돌리는 모터 소리가 커서 큰 목소리로 대화해야 하는 점도 애로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술이나 간단한 수술이라도 하면 시쳇말로 죽을 맛이다. 그는 “시술이 필요할 때도 방호복을 벗을 수 없다. 그 위에 멸균 처리된 가운을 입는다. 장갑도 3중으로 낀다. 땀이 비 오듯 하고 체력 소모가 심하다”고 말했다.

체력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4개 팀을 꾸려 교대로 근무했다. 하루 8시간 근무 중 업무 인수인계 등의 시간을 제외한 5~6시간은 꼼짝없이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봤다. 그는 “오전 7에서 오후 3시까지 근무하고 24시간 쉬고 다시 오후 3시에 출근해 일하는 방식으로 체력을 안배했다. 그러지 않으면 지친다. 피곤하면 환자를 돌볼 때 실수할 수 있다.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근무할 때도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수고했다는 기자의 격려에 그는 오히려 대구동산병원 소속 의료진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는 “대구동산병원 소속 의료진이 존경스럽다. 지원한 우리는 몇 주만 근무하면 그만이지만 그들은 지금도 그 상황 속에서 일한다. 지원한 의료진에게 주는 수당도 그들에겐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대구에 가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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