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성공신화 ‘흔들흔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7 15: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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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오너 리스크와 실적 악화로 주가 급락…최규옥 회장 리더십도 ‘흔들’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은 1세대 벤처사업가 중 한 명이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국내 임플란트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97년 경기도에서 개인치과를 운영하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가 주요 사업이었다.

2001년 매물로 나온 임플란트 제조업체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임플란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속성장을 이어가던 오스템임플란트는 2007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즈음 최 회장은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대만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중국에 차례로 진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오스템임플란트의 매출은 5650억원, 영업이익은 429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국내 및 아태 지역 점유율 1위, 세계시장 5위의 막강한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잇단 회사 악재에 오너 리스크도 재부상

승승장구하던 오스템임플란트는 201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최규옥 회장이 수백억원대 리베이트 제공 및 해외법인 부당 지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당시 검찰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오스템임플란트 본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최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듬해 9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최 회장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오스템임플란트는 2017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엄태관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최 회장은 2선으로 물러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았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엄 대표 취임 후 회사는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2019년 7월3일 장중 최고가가 8만원에 육박했다. 전성기 시절인 2016년 1월 기록한 장중 8만7200원을 경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회사 안팎에서 나왔다.

잘나가던 오스템임플란트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9년 9월 오스템임플란트에 400억원이 넘는 ‘추징금 폭탄’을 부과했다. 이 회사 자기자본(1262억977만원)의 3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지난해 3분기에 이 추징금이 선반영됐다. 이 때문에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8%와 38.4% 증가했음에도 2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국세청을 상대로 이의신청을 했고, 현재 조세심판원의 심리가 진행 중이다.  

올해 1분기 상황도 만만치 않다. 증권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오스템임플란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19억원과 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5%로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26억원에서 8억원으로 93.7%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기순이익 역시 1분기에 8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전 세계적인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전 세계 27개 법인을 통해 매출을 내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시각도 나온다. 크고 작은 회사 내 잡음과 함께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오너 리스크로 오스템임플란트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면서 ‘임플란드 신화’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최근에도 오스템임플란트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 회장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 재도약을 위해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직원들에게 강제적 연봉 삭감과 함께 연차 일괄 사용을 지시했다가 내부적인 반발을 샀다.

오스템임플란트 측 “일부 논란은 오해 탓”

그 여파는 고스란히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4월28일 기준으로 오스템임플란트의 종가는 3만2350원. 최근 1년간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고점(7만8200원) 대비 59%나 하락했다. 한때 1조원을 상회하던 시가총액은 현재 4000억원대로 3분의 1 토막이 난 상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외국인 투자자 비율 역시 현재 30%로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회사 관계자는 “신입직원에게 연차를 미리 당겨 쓰도록 공지하는 과정에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난 것 같다. 연봉 문제 역시 협상기간이 직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오해다. 동결된 것은 맞지만 강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근의 주가 하락도 마찬가지다. 앞서의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높은 회사를 찾아 떠나면서 최근 주가가 낮아진 것 같다”면서도 “외국인 주주가 빠져나간 것은 회사의 실적 전망이나 오너 리스크와 무관하다. 회사의 2대 주주인 더캐피탈그룹의 주식 담당 펀드매니저가 바뀌면서 회사 주식을 정리 매매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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