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본부장은 브리핑의 ‘교본’”…‘메시지 전략가’ 유승찬 인터뷰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1 10: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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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정 본부장의 최고의 '메신저'인 다섯 가지 이유"

재난 상황에선 메신저가 흔들리면 곧바로 국민도 흔들린다. 전하는 자가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전하는 내용이 오락가락할 경우, 불안이 전염되고 부정확한 ‘설’들이 난무해지는 혼란이 펼쳐진다. 다행히 우리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해 매일 브리핑을 담당하는 보건 당국 메신저들이 두터운 신뢰를 얻으며 비교적 안정 상태를 유지해 왔다. 특히 정 본부장의 브리핑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적대로 “국민에게 정서적으로 위안을 줬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이 2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어린이 특집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이 2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어린이 특집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좋은 메시지’를 만들고 분석해 온 《메시지가 미디어다》의 저자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4월28일 시사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 본부장의 메시지는 좋은 메시지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조건을 갖고 있는 ‘교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어떤 정치인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 본부장은 현존하는 최고의 메신저이고, 그 메시지는 향후 분석하고 배울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극찬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꼽고 근거와 함께 설명했다.

① ‘솔직함’과 ‘간결함’이다. 마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2월26일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을 때 “감염력이 굉장히 높고 전파속도가 빠르다”고 솔직히 말했고,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곧장 “죄송합니다. 그 상황은 저희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파악되는 대로 문자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밝힌다. 실제로 이후 문자로 알려준다고 한다. 마무리까지 완벽하다. 4월13일, 총선을 앞두고 보건당국이 코로나19 검사를 축소 시행했다는 논란이 있을 때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개입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고 솔직 간결하게 밝히기도 했다.

② ‘겸손함’이다. 인사부터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단 한 번도 오만함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영웅’이란 WSJ 보도에 대해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은 방역대책본부만의 일이 절대 아니다”면서 여러 부처와 보건의료인, 사회적 연대까지 언급하며 겸손의 근거까지 댄다. 이런 태도가 최근 시작한 ‘덕분에 캠페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③ 탁월한 ‘공감 능력’으로 국민에게 행동을 요구했다.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4월19일, 거리 두기가 느슨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많은 지인이 문자를 보내줍니다. 어제 강남역에 갔더니 너무 사람이 많아 걱정이라고요”라며 구체적인 말로 공감을 얻는다. “학생들이 예전처럼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력하게 실천해 주기를 당부드린다”는 말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④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보통 ‘꽃’이라 하는 것보다 ‘장미’라고 하는 게, '가구'라고 하는 것보다 '의자'라고 구체적으로 얘기해주는 게 더 이미지를 잘 떠올릴 수 있게 한다. 정 본부장은 ‘마스크 자국이 선명한’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고글과 마스크를 쓰고 땀과 습기에 가득 찬’ 의료진들을 떠올려 달라고 말한다. 누구든 안 떠올릴 재간이 없다.

⑤ 마지막은 ‘헌신성’이다. 이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보여준다.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헌신을 보여주면 그 사람의 메시지 전파는 극대화된다. 브리핑을 꾸준히 했고 육안으로도 수척해진 모습을 보였다. 화룡점정으로 미국 학술지에 논문 책임저자로 등록도 했다. 이는 글로벌한 헌신으로도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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