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셋째 아들 조동길 회장이 그룹 지휘봉 맡은 이유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6 14: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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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사업 실패, 둘째는 비리로 경영 손 떼

당초 한솔그룹은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고(故) 조운해 강북삼성병원 이사장 슬하의 세 아들이 함께 경영했다. 장남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과 차남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각각 금융사업과 통신사업을, 삼남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제지사업을 맡았다. 이런 경영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다.

조 명예회장과 조 전 부회장은 외환위기 전 사업 확장에 주력했다. 먼저 조 명예회장은 한솔종금(옛 대아금고)과 한솔창투(옛 동서창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금융사업을 확대했다. 이런 가운데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부실채권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었다. 수차례 그룹의 지원에도 조 명예회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던 1998년 정부가 강력한 금융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한솔종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조 명예회장은 한솔금고와 한솔창업투자 등을 맡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결국 2000년대 초반 사업을 정리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왼쪽부터)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시사저널 포토·뉴스1
(왼쪽부터)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시사저널 포토·뉴스1

조 전 부회장은 한때 한솔그룹이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에 진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사업 과정에서 각종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밝혀지면서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 문제는 2000년 한솔그룹 통신 계열사인 한솔PCS를 KT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헐값에 사들인 신주인수권을 고가에 넘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검찰 수사 결과, 조 전 부회장이 챙긴 차익은 1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일로 조 전 부회장은 국세청 고액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오르는 불명예를 겪어야 했다.

특히 검찰이 조 전 부회장의 한솔엠닷컴 매각 차익의 용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금액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에게 흘러들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이 밖에도 조 전 부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정치권 인물들이 다수 거론되며 사건은 게이트로 비화됐다. 이는 조 전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두 형과 달리 조 회장은 사업 확장 대신 한솔제지의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썼다. 이는 한솔그룹이 현재 제지업을 중심으로 살아남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외환위기 이후 자연스레 조 회장을 중심으로 후계구도가 짜였다. 조 회장은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그룹 구조조정 작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그 결과 이 고문은 2001년 조 회장을 후계자로 결정하고 그룹의 지휘봉을 넘겼다. 조 회장이 최근 뒤늦게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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