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한국의 사찰을 찾아라
  • 박재락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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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복과 힐링이 가능한 산사와 석탑

부처님 오신 날을 시작으로 5월의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이다. 소원등을 밝히려 사찰을 찾는 시주 인파부터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는 가까운 사찰을 찾아 여유를 느끼려는 사람들까지, 많은 이들이 산사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한국의 사찰은 지난 2018년 6월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들 7개의 사찰이 7~9세기 창건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와 한국 불교의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산지라는 지형적 요인에 따른 한국식 배치로 내·외부공간이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절의 입지와 공간배치는 산지 특성에 따른 풍수지리를 적용했다. 그렇다면 사찰 입지는 어떠한 공간설계가 이뤄졌으며 역사적 유산물과 풍수지리와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우리는 어떤 사찰을 찾아야 할까.

선암사 일주문. 일주문을 통과하면 범종루, 대웅전, 만세루, 설선당, 심검당 등이 단아하면서도 장중하게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선암사 일주문. 일주문을 통과하면 범종루, 대웅전, 만세루, 설선당, 심검당 등이 단아하면서도 장중하게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경내까지 걸어가면서 자연의 기운 받는다

사찰의 역사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삼국시대는 불국토 사상에 따라 국가가 불교를 융성시켰고, 도성을 비롯한 각지에 많은 사찰이 창건됐다. 이후 나말여초에는 당 유학승에 의해 도입된 선종의 개창조에 의해 구산선문(九山禪門)이 세워졌고, 절터를 잡을 때 당시 당에서 유행했던 풍수지리를 적용했다. 고려시대는 신라승 도선(道詵)이 태조왕건의 고려 건국에 기여함으로써 불교가 국교로 정해졌다. 전국의 산지에 많은 사찰이 건립됐음은 물론이다. 길한 곳에 터를 잡았으며, 산천의 기가 허한 곳은 비보사찰을, 지기가 강한 곳은 제압을 위한 사찰 등을 세웠다. 조선조에는 억불숭유정책으로 인해 소수의 원찰을 제외한 대부분이 도심을 벗어난 산으로 들어가 명맥을 이어갔다. 현존하는 고찰들이 도심보다 산에 입지해 있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사찰에 가면 처음 만나는 것은 일주문(一柱門)이다. 생활공간의 출입구나 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심산유곡에 있는 천년고찰은 이곳이 절의 경계인 초입처라 경내까지 다소 거리가 멀다. 대부분 차량을 이용해 들어가지만 사시사철 온갖 자연의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는 절 길은 따라 걷는다면 사찰이 갖고 있는 힐링 공간을 느낄 수 있다. 다음은 사찰경내로 들어서기 전에  대부분 계류수가 감싸며 흐르는 물길을 건너게 된다. 이 물길은 절터의 지맥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데. 이러한 입지는 산과 물이 만나는 곳은 생기가 머물기 때문이다. 다리를 건너면 불이문(不二門) 또는 사천왕문(四天王門)이 있다. 불이문은 속세에서 부처의 세계로 들어오는 곳이며, 사천왕문은 사방의 수호신이 부처님을 보호해 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곳을 들어서면서 예를 갖춘다면 사찰의 기와 동기감응(同氣感應)이 이뤄진다.

 

지리산 화엄사, 부와 귀의 발복을 강하게 받는 곳

사찰의 공간배치는 주불공간과 요사채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은 주불공간으로 절이 의지하는 주산의 용맥이 혈처를 이룬 곳에 입지한다. 누마루로 진입하는 대웅전은 입수한 용맥이 급하게 들어와 혈을 이룬 곳이다. 대웅전 중앙에 좌정한 불상은 용맥이 들어오는 좌향에 있다. 기의 역량이 크기 때문에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비보(裨補)형태의 공간설계를 한 것이다. 그리고 좌우로 요사채 건물을 배치한 것은 장풍(藏風)을 해 지기가 바람에 흩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한다. 대웅전 앞에 석탑을 세워 강한 기를 눌러 순화시키는 비보를 하기도 한다. 구례의 지리산 화엄사가 이 경우인데 부(富)와 귀(貴)의 발복을 동시에 강하게 받는 곳이다. 사찰마다 대웅전 뒤편을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현무봉의 용맥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대웅전 앞의 탑이 있는 것은 강한 기가 잡고 있다는 뜻이다.

보물 299호인 지리산 화엄사의 대웅전 ⓒ연합뉴스
보물 299호인 지리산 화엄사의 대웅전 ⓒ연합뉴스

절에 대웅전과 같은 위계에 있는 건물은 산신각(山神閣)인데 대웅전 바로 뒤쪽이나 오른쪽에 자리해 있다. 절이 의지하는 산을 지키는 ‘신’을 모신 공간이며 산은 일주문에 새겨져 있는 산을 말한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땅을 어머니의 품안처럼 모든 것을 수용하는 지모(地母)신앙과 산을 신성시하여 산신(山神)을 숭배하는 산악신앙이 있었다. 이후 삼국시대에 불교가 수용되면서 산으로 입지한 사찰은 산신을 신성시하고 산의 정기를 받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천년고찰 산신각 터는 대웅전 오른쪽에 있으며 내부는 호랑이를 타고 있는 산신도가 걸려있다. 풍수지리적으로 우백호지맥의 지기를 받는 곳에 배치를 한 것이다. 그리고 대웅전 뒤편의 산신각도 대웅전과 함께 주산의 용맥을 받는 곳에 있다. 순천 송광사가 그렇다. 절에 가면 붐비는 대웅전보다 산신각부터 찾기를 권한다. 안동 봉정사 산신각은 기도발을 잘 받는 곳이다.

 

설악산 봉정암 석탑 등…올해 생기 분출하는 석탑들

다음 사찰 내 현존하는 부처의 진신사리탑과 개산조(開山祖)의 사리를 모신 부도탑의 터는 강한 기를 분출하는 곳이다. 주산의 용맥이 입수하면서 혈처(穴處)를 이룬 곳에 입지한다. 특히 올해는 팔각원당형과 석종형의 부도탑 및 5층 석탑은 ‘토생금’에 의한 천기와 지기가 응집돼 생기를 분출하는 형태이다. 적멸보궁인 설악산 봉정암 석탑과 영취산 통도사 금강계단, 달성의 비슬산 용연사 금강계단, 김제의 모악산 금산사 금강계단과 오층석탑 등이 대표적이다.

개산조 부도탑의 경우 남원 실상산문의 실상사 증각대사부도탑, 장흥 가지산문의 보림사 보조체징선사부도탑, 곡성 동리산문의 태안사 혜철선사부도탑, 문경 희양산문의 봉암사 지증대사부도탑, 순천 선암사의 대각암부도탑, 해남 대흥사의 서산대사부도탑, 여주 신륵사의 나옹선사부도탑 등이다. 탑 가까이 다가가 용맥이 내려오는 방향으로 기도를 하거나, 시계 반대방향으로 5회나 10회 탑돌이 또는 배가를 하면 천인합일(天人合一)의 동기감응을 받게 된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인제 설악산의 봉정암 오층석탑 ⓒ연합뉴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인제 설악산의 봉정암 오층석탑 ⓒ연합뉴스

제주도 삼양의 원당봉 불탑사 5층석탑은 제주 유일의 현무암석탑으로 한라산의 정기를 조응하는 명당 터에 입지해 있다. 탑 주변은 역량이 매우 강한 지기를 표출하고 있으므로 탑돌이를 하면 강한 발복을 받는다. 제주도민은 물론이고 제주도를 찾는다면 권하고 싶은 곳이다. 매년 순행하는 24절기는 사시사철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천기를 분출한다. 전국에 많은 폐사지가 남아 있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천년고찰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와 현존하고 있는 것은 명당의 기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공간설계가 이루어진 곳이다. 따라서 대웅전 뒤의 현무봉이 없거나, 백호지맥에 산신각이 없거나, 산신각의 위계가 잘못되었거나 개산조의 부도탑이 없거나 하는 등의 사찰은 기도발의 역량이 현저히 낮은 곳이다. 모처럼 연휴기간 자연이 품은 산사를 찾는다면 동기감응의 발복도 받을 수 있고 힐링이 가능한 곳을 선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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