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악재’에 크게 흔들리는 부동산시장
  •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3 11: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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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부동산] 코로나19 확산에 유가 급변, 보유세 부담까지 겹쳐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블랙스완’을 만나 급변하고 있다. 블랙스완이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월가 투자 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그의 저서 《검은 백조(The black swan)》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면서 두루 쓰이게 됐다.

코로나19는 금융위기와 실물위기가 합쳐진 ‘혼종 위기’ 형태로 진화했다. 그렇게 우리가 그동안 겪었던 그 어떤 위기보다도 더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호텔·여행 산업 등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큰 충격을 받으며 실적에 심대한 영향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조업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한국은 수출 주도의 개방경제 모델이니만큼 수출이 위축되면 경제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미증유의 위기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과 추가경정예산 외에는 아직 적극적인 수준의 경기부양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유가 하락 역시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외적인 요소 외에 올해 3월19일 공개된 2020년 주택 공시가격 역시 서울시 기준 14.8% 상승하면서 부동산 보유 부담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와 유가, 보유세라는 3중고가 철옹성 같은 부동산시장을 덮치면서 시장 분위기도 급변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초 우리가 이런 봄을 맞이하게 될지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충격은 크게 다가온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경험에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 낼 지혜를 찾곤 한다. 이번 위기는 이전의 위기와 무엇이 같고, 다를까.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주로 외부적 요인에 의해 경제위기가 찾아온다. 내부적으로 취약한 연결고리가 깨지면서 경제위기가 오는데,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부채비율이 높았던 기업들에 현금 유동성 문제가 찾아오며 줄도산하는 일이 발생했다. 

2008년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 금융위기 전 부동산 버블(거품)을 경험하면서 주택사업에 너무 많은 ‘익스포저(exposure·위험노출액)’를 갖고 있던 건설사들과 시행사들이 도산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로 인해 저축은행도 많이 무너졌다. 

집값 상승 진원지로 지목되던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값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시사저널 고성준
집값 상승 진원지로 지목되던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값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시사저널 고성준

세 번의 위기 겪었던 부동산시장

2020년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인해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전망치로 급격히 낮아지면서 다시 한번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부동산시장 역시 경제 여건을 반영해 가격이 조정을 받거나 큰 폭의 하락을 경험해 왔다. 혹은 가격 조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간 조정(몇 년간 가격이 횡보하는 것)을 겪곤 했다. 

경제위기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잘 보여주는 통계 자료가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태도지수(CSI)’가 바로 그 통계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0~200 범위의 지수인데, 1년 뒤 주택 가격이 현재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100 초과,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100 미만으로 나타난다.

IMF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직전인 1997년 10월 당시 주택가격지수는 53이었는데, 위기가 본격화하자 지수는 급락해 이듬해인 1998년 11월에는 46으로 하락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은 1980년대에 장기 추세 상승을 경험한 이후 1994년을 전후로 1기 신도시가 준공되면서 가격 조정이 이미 나타났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조정을 겪고 있던 부동산시장에 IMF 위기를 계기로 추가 하락이 발생했던 것이다. 다행히 당시 주택가격은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2000년대 초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흐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이어지게 된다. 

2009년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0.8%라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다행히 반도체와 화학제품,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출 중심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경제도 빠르게 반등했다. 다만 이후 2011년 유럽에 바로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다시 그리우면서 한국의 주택시장 역시 충격을 받게 된다. 이후 우리 부동산시장은 긴 기간 조정을 겪게 된다. 

부동산시장은 2013~15년에 걸친 지속적인 규제 완화로 인해 2015~19년 5년간 상당한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2018년의 경우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일 정도로 부동산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2020년 올해 다시 한번 외부적 요인에 의해 우리 경제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에 찾아왔던 세 번의 위기는 늘 ‘항상 많이 올랐다고 생각했던 해 이듬해’에 찾아왔기 때문에, 큰 폭의 가격 조정이나 기간 조정이 발생했다. 지금도 국내 주택시장 가격의 총합인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6배에 이를 정도로 역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른 상황이고 시장의 취약성 역시 높은 상태이므로 현재의 위기로 인해 가격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평가된다. 

 

시장 정상화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그런데 코로나19는 누군가의 실정으로 벌어진 위기가 아니다.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발생적 이벤트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벤트가 경제를 위축시키고 자산가격을 과도하게 조정해 그간 축적한 자본잉여에 손상을 가져올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총선을 끝낸 정치권이 나서야 할 때다. 그동안 여야가 부동산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었든, 성장과 분배에 어떤 관점을 갖고 있듯, 현재 우리의 일상이 멈춰선 것을 되돌리고, 보통의 일상이 멈춰서 생긴 경제성장률 악화와 자산가격 조정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외부적 변수로 인해 조정받을 가능성이 커졌는데, 결코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응급실에 가야 할 아이에게 신발이 더럽다고 신발을 빨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발은 생명을 살린 뒤 빨아도 늦지 않다. 부동산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거래가 없어 상대적으로 안정화된 시장으로 보이지만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그 골든타임 안에 경제 살리기 정책을 통해 부동산시장 역시 정상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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