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 6년만에 최저…통계의 ‘착시 효과’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5.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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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세가율 65.1%…2014년 1월 이후 가장 낮아
서울·경기·인천, 전셋값보다 매맷값 가파른 상승 때문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상가 부동산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6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전셋값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집값이 더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발생한 통계의 착시 현상이다.

4일 KB국민은행 리브온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65.1%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3월(64.6%) 이후 6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8년 10월 70%선이 깨졌고, 지난해 1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KB시세로 지난달 수도권 지역별 아파트 전세가율은 서울 54.7%, 인천 73.1%, 경기 65.1%로 조사됐다. 서울의 전세가율은 2018년 11월 60% 밑으로 떨어진 후 지난해 1월부터 1년 4개월째 하락세다. 인천의 전세가율은 지난해 75%대를 유지하다가 올 들어 1월 75.0%, 2월 74.7%, 3월 73.6%, 4월 73.1%로 4개월 연속 떨어졌다. 비규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린 인천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의 지난달 전세가율은 전달 대비 낙폭이 1.9∼2.7%포인트로 컸다.

경기의 전세가율은 지난해 11월 72.0%에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지난 3월 전세가율이 69.8%를 기록하면서 5년 1개월 만에 70% 벽이 무너졌다.

전세가율 하락이 지속된 것은 이 기간 서울·경기·인천의 전셋값 오름폭보다 매맷값 상승 폭이 가팔랐기 때문이다. 규제 풍선 효과로 아파트값 상승이 가팔랐던 수원, 성남 수정구, 안양 만안구, 부천, 용인 기흥·수지구, 의왕, 화성의 전세가율은 올해 들어 70% 밑으로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지속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지난달 65.9%로, 2014년 2월(65.8%) 이래 6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감정원 통계로 경기의 전세가율은 지난 3월 69.8%로 5년여만에 70%선이 무너졌고 4월에도 69.3%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감정원 통계로 서울의 전세가율은 지난 1월(57.2%)까지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3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달 57.4%를 기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전세가율이 상승 반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 시장에서는 정부 규제와 코로나19로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매매량이 감소하면서 매매 약세, 전세 강세의 장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전국적으로 5∼6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아파트 전세가율이 상승하게 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릴 가능성이 커진 것도 전세가율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매맷값 상승 폭이 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와 저금리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전세가율 하락이 둔화하거나 상승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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