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도전과 변화 시작됐다
  •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8 13: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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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가 본 코로나 이후
더 공평하고 수평적이고 포용적인 자본주의로 전환해야

‘휴머니티(humanity)의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 코로나19는 인간이 가지는 본질인 인간다움(휴머니티)을 새롭게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온 생활방식은 흔들리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물질 중심의 성장 방식은 세계 모든 곳에서 무력화되고 있다. 산업 문명은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실업자를 쏟아내며 불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현대 마케팅의 구루(스승)’로 통하는 세계적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 미국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최근 칼럼을 통해 코로나 위기가 우리 삶의 근간이었던 자본주의의 본질을 크게 뒤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칼럼 제목은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소비자(The consumer in the age of coronavirus)’다. 코틀러 교수의 허락을 얻어 그가 전망하는 자본주의 본질의 변화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소개한다. 

코로나 사태는 계층 간 불평등 문제를 극명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코로나 위기는 정규직과 실업자에게 완벽하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코로나 사태는 계층 간 불평등 문제를 극명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코로나 위기는 정규직과 실업자에게 완벽하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불평등을 또렷이 보여준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무자비하게 퍼져 나가 죽음과 파괴의 길을 만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세계는 대공황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최근 2조 달러(약 245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짜인 지원정책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며 경제 활성화에 힘쓰고 있지만, 소득 불평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소비자들의 태도와 행동을 바꿀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자본주의의 본질을 흔들게 될 것이다. 

먼저 코로나19는 소비자들의 생각과 일상을 바꾸고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끝없는 소비에 의존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산업혁명은 재화와 용역을 크게 팽창시켰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상품과 선택의 기회를 얻는 것에 기뻐했다. 소비를 하는 것이 삶의 방식이 됐고, 문화가 됐다. 생산자들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데 몰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은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의 연결선상에서 ‘반(反)소비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가 바뀌면 자본주의의 본질도 바뀐다. 지금의 무제한적인 소비자의 욕망은 지구라는 자원을 인간이 무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 가정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것이 지금 무너지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은 오늘날의 소비 행위가 너무 과하다고 느끼고 있다. 점점 안티 소비자(Anti-Consumerists)들은 늘고 있고, 더 큰 반성의 물결로서 반소비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는 휴머니티의 위기다. 실업자는 늘고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는 실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하게 된다. 지금 투입되고 있는 예산은 단기적 지원일 뿐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기존 세수로 이를 충당할 수 없다. 막대한 적자가 초래된다. 앞으로 세율은 극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기업 역할 달라져야…‘브랜드 행동주의’ 실천 주목

이제 자본주의는 경제적 성장만을 지향해서는 안 된다. 행복과 복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지표 외에 국내총행복(GDH·Gross Domestic Happiness) 또는 국내 총웰빙(GDW·Gross Domestic Well-Being) 지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의 초과 근무로 GDP는 증가한다. 휴가를 반납하고 자기계발의 여유가 줄어들수록 GDP는 높아지지만 국민의 평균적인 행복 수준은 감소한다. 더 많은 사람이 일과 가정 그리고 여가 사이에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물질 중독에서 더 행복한 삶으로 가는 자본주의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시민들은 미국 시민들보다 훨씬 더 높은 행복과 복지를 누리고 있다. 더 좋은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강점은 혁신에 따른 성장이다. 자본주의는 성장을 위한 엔진이었다. 약점은 불평등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층 간 불평등 문제를 극명하게 노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성장 일방적인 자본주의적 가정을 재검토하고 좀 더 공평한 형태의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강력한 공중보건 시스템은 부유한 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이 돼야 한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습은 배타적이 아니라 더 포용적이어야 하며,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이어야 하며, 개인을 넘어 사회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기업의 브랜드는 자본주의의 변화를 담아내고, 공공의 선(善)을 위해 응답하는 담대한 목적으로 재정의돼야 한다. ‘나는 신념으로 소비한다’는 일종의 소비자 운동인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다. 이런 트렌드를 주창하는 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소비를 통해 그리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시키려 할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그들의 브랜드 철학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 행동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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