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재능’ 강정호, 그가 설 자리는 안 보인다
  • 이상평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0 10: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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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물의로 MLB에서 방출된 강정호, ‘싸늘한 여론 탓’ 국내 복귀도 어려울 듯

늦게나마 프로야구 시즌을 개막한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예상치 못한 소식이 날아왔다. ‘악마의 재능’이라고 불리는 강정호가 KBO에 직접적으로 복귀 의사를 밝히며 상벌위원회 등에 대해 문의했다는 것. 강정호는 KBO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좋은 활약을 펼쳤던대표적인 스타플레이어다. 그러나 과거 음주운전 단속에 3차례나 적발되었고, 운전자를 바꿔치기까지 하며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어팬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2017년 5월18일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18일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초의 유격수 40홈런,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

강정호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대 유니콘스의 2차 1라운드(전체 8번)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성했다. 현대는 2007년을 끝으로 해체됐고, 히어로즈가 선수단을 받아들이며 팀을 재창단했다. 강정호는 2008년 이광환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주전으로 자리를 잡으며 히어로즈의 간판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 2014년까지 강정호는 히어로즈 부동의 주전 유격수였고, 총 4번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KBO를 평정했다.

특히 2014년에는 KBO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40홈런을 달성한 유격수가 되기도 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3년 WBC,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꾸준히 국가대표로 차출되며 ‘국가대표 유격수’라는 타이틀을 공고히 하면서 2010년대 KBO 최고의 유격수로 꼽혔다. 1980년대 김재박, 1990년대 이종범, 2000년대 박진만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대형 유격수 계보를 잇는 대형 스타라는 찬사도 잇따랐다.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2014년 시즌을 마친 뒤 강정호는 포스팅 제도를 통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하며 세계 최고의 재능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피츠버그에서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간 강정호는 2015년 126경기에서 타율 0.287에 15홈런을 때려내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수비 중 상대 선수의 슬라이딩으로 정강이뼈가 부러지며 시즌을 9월에 마감해야 했지만, 신인왕 투표 3위에 오르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지만 2016년에도 103경기에서 타율 0.255, 21홈런을 기록하며 여전한 재능을 뽐냈다.

강정호의 성공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동안 미국에서 성공한 동양인 내야수는 없었기에 더욱 빛나는 성과이기도 했다. 그렇게 찬란하게 빛날 것만 같았던 별은 2016년 말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조사 과정에서 운전자를 바꿔치기 한 정황도 드러났으며, 이미 2차례나 음주운전 전과가 있음이 밝혀지기도했다. 그 결과 과거 성폭행 의혹에도 굳건했던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었고, 큰 지탄을 받았다. 재판 결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취업비자도 발급받지 못하면서 메이저리그로 복귀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말 취업비자를 재발급받으며 메이저리그로 복귀했지만, 기나긴 실전 공백은 넘어서기 힘든 벽이었다.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피츠버그와 1년 재계약하며 다시 한번 기회를 받으며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지만, 타율이 0.169에 그치는 등 예전 같지 않은 기량을 보였고, 결국 시즌 중 방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밀워키 브루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려 했지만, 취업비자 문제로 무산되었고 현재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19년 7월28일(현지시간) MLB 뉴욕 메츠전 8회에 삼진 당한 강정호 ⓒAP 연합
2019년 7월28일(현지시간) MLB 뉴욕 메츠전 8회에 삼진 당한 강정호 ⓒAP 연합

팬들의 부정적 시선…쉽지만은 않을 KBO 복귀

현재 강정호는 포스팅 제도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기 때문에 임의탈퇴 처리가 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원소속팀이었던 키움 히어로즈의 동의 없이는 KBO에 복귀할 수 없다.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전혀 조급할 것이 없다. 모기업이 없는 구단이기 때문에 모기업 이미지를 고려해야 하는 다른 구단들과는 상황이 다르고, 마침 주전 유격수 김하성이 올 시즌 이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강정호에 대한 징계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아 내년 중 복귀할 수만 있다면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전력상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 강정호의 복귀를 거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정호는 키움 히어로즈와 별도의 사전 교감 없이 선수 자신이 직접 KBO에 상벌위를 요청했다. 징계 수위를 보고 KBO 복귀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심은 강정호가 과연 어느 정도의 징계를 받게 될까 하는 점이다. 야구 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에는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 시 최소 3년 실격처분을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2018년에 규약이 개정되면서 추가된 사항으로 강정호는 이 음주운전 삼진아웃 제도가 적용되기 전에 적발된 것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 대상은 아니다.

또한 강정호는 3번째 음주운전 적발 당시 피츠버그 소속으로 KBO에 속해 있지 않았다. 삼성에 입단하기 전 음주운전에 적발됐던 이학주, 히어로즈에 입단하기 전 학교폭력으로 논란이 됐던 안우진은 당시 KBO 소속이 아니었기에 리그 차원에서 제재나 징계가 나오지 않았던 사례가 있다. 다만 첫 번째와 두 번째 음주운전 적발은 정황상 KBO에 소속되었던 기간 중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KBO의 상벌위는 이 두 번의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분위기가 좋지 않고, 또 KBO도 그에 맞추어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를 강력하게 내리고 있기 때문에 강정호의 징계 수위도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최근 음주운전에 적발된 선수들의 징계를 보면 박한이와 강승호는 90경기, 윤지웅은 72경기, 최충연과 윤형준은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리그 차원에서 내린 바 있다. 강정호의 경우 KBO 소속이 아니었던 세 번째 음주운전을 제외하더라도 앞선 두 차례의 음주운전에 대한징계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더 강력한 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많은 KBO 팬들의 부정적 시선, 그리고 현실적으로 높아진 징계 허들에 대한 것을 고려하면 강정호의 KBO 복귀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커 보이지 않는다. 강정호도 본격적으로 복귀를 저울질하기보다는 KBO 복귀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징계 수위를 체크하는 것이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정리하자면 강정호의 징계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다면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전력상 매우 큰 보탬이 되기에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징계 수위가 낮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현실적으로 강정호의 KBO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악마의 재능’은 KBO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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