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자녀에 경영권 승계 안 해”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5.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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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 행위·노조 와해 시도 등 사과
“경영권 승계 논란 없도록 하고, 노동 3권 확실히 보장할 것”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삼성 만들겠다” 공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삼성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과거와 다른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리기도 했다"며 "이는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이어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도 부족함이 있었고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며 "이 모든 것은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젠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 지탄을 받을 일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은 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노사 문제로 재판이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며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서겠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 삼성 준범감시위원회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겠다면서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다"며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11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총수인 이 부회장이 반성·사과하라고 권고하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포기를 표명하라고 주문했다. 준법감시위가 요구한 대국민 사과의 1차 기한은 지난달 10일이었지만, 삼성 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권고안 논의 연장을 요청해 이달 11일로 연장됐다.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지난해 10월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는 주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올해 2월 공식 출범한 외부 감시기구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시민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최근 2∼3개월 간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며 "목숨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한 발표 이후 5년 만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 선고 직후 "과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업 본연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노조 와해 혐의로 삼성전자 경영진이 유죄 판결을 받자 사과문을 내면서 무노조 경영을 사실상 포기했고, 올해 2월 임직원의 시민단체 후원 무단 열람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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