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 많은 아들인데…” 손정우父의 호소, 통할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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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반성해서, 초범이라’…터무니없는 성범죄 감경 사유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혐의로 미국 송환 심사를 앞둔 손정우(24)의 아버지가 선처를 호소하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들이 강간을 한 것도 아닌데, 미국 송환은 가혹하다”는 취지다. 손씨의 호소는 과연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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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불우했던 어린시절 강조한 500장 반성문으로 감경

법조계에 따르면, 손씨는 아들의 범죄인 인도심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 수석부장판사)에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탄원서를 통해 “가족이 작은 전셋집에 사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큰 집으로 이사하려고 돈을 모으는 과정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라며 “원래부터 흉악한 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살아온 날보다 살날이 더 많은 아들이식생활과 언어·문화가 다르고, 성범죄자들을 마구 다루는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되는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손정우는 이미 비슷한 방법으로 형량 감경에 성공한 바 있다. 그는 2018년 법원에서 1년6개월형을 받는 데 그쳤는데, 당시 재판에서 무려 500장이 넘는 반성문을 제출했다. 가난했던 유년 시절과 현재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점, 앞길이 ‘창창한’ 젊은 나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의 형 집행이 끝나고 미국으로의 송환을 앞두고 있는 손정우 측이 또 같은 내용으로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10년간 성범죄 실형 선고율 26%…피해자 두 번 울리는 감경 사유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성범죄를 저질렀을지라도 △진지한 반성 △우수한 평판 △주취 △초범 등의 사유가 있다면 감경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지난해 성범죄 관련 1․2심 판결 137건 중 무려 3분의1에 달하는 48건에서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기 때문에”를 양형 기준으로 판시했다. 때문에 성범죄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지난 10년간 26.1%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67.3%가 1년 이상 6년 미만의 가벼운형을 선고받았다. (법무부 《2020 성범죄백서》)

전 국민의 공분을 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 역시 형량을 줄이기 위해 수백장의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주동자로 알려진 ‘박사’ 조주빈은 물론 조주빈의 지시로 성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아무개씨, 조주빈에게 피해 여성들의 신상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천아무개씨 등이 그 사례다. 문제는 이들이 평소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이들의 ‘반성문’ 전략이 통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법원은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기존 판례보다 높게 설정하기로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성범죄의 형량범위와 감경 및 집행유예 기준 등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오는 18일 회의를 통해 양형기준 초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특히 양형위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범죄에 최고 징역 13년형을 권고하는 등 강도 높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형기준안은 오는 6월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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