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시장 “창원특례시 지정, 반드시 이뤄내야”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8 11:32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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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시 브랜드 극대화 나선 허성무 창원시장
일각의 ‘창원 재분리’ 주장에 “내 귀를 의심”

‘창원시는 어떤 도시인가’라고 물어보면 잠시 헷갈린다. 몸집(인구)은 광역시급으로 큰데, 현행 지방자치법에선 기초단체로 분류돼 있다. 관가에선 인구 100만 명을 훌쩍 넘긴 창원시를 광역시급 도시로 친다.

창원시는 2010년 7월 마산·창원·진해 세 도시가 통합된 뒤 8년 넘게 위상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큰 변화가 생겼다. 특례시 지정이 담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며 창원시의 도시 브랜드가 상승하면서다. 비록 20대 국회에서 이 법률안이 표류하고 있지만, 창원시는 명실공히 광역시급 도시임이 확인됐다. 허성무 시장이 창원시를 이끌면서 생긴 일이다.

허 시장이 취임하던 2018년 2조8956억원이던 창원시의 예산 규모는 올해 3조2091억원에 이른다. 예산 규모만 불린 게 아니라 국비 예산도 올해엔 1조원을 넘겼다. 전에 없던 수준이다. 허 시장과 함께 2018년 당선된 경남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요즘 경남엔 허성무 시장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허 시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민생이 먼저라며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고 있다. 5월6일 어렵게 창원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특례시 지정으로 창원의 더 밝은 미래를 창출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똑같다”며 “이는 시장 취임 이래 집중해 온 일이자 우리가 앞으로 계속 노력할 일”이라고 했다. 

ⓒ창원시 제공
ⓒ창원시 제공

올해는 통합 창원시가 출범 10주년을 맞는 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올해는 뜻깊은 해다. 지난 2010년 7월1일 마산·창원·진해 세 도시가 통합된 창원시는 인구 100만 명을 돌파하며 경남, 나아가 우리나라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창원시에선 수많은 일이 있었다. 과거 10년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 중심의 행복한 창원, 잘사는 창원, 우리나라 최고의 도시를 만들고 싶다.”

통합 창원시가 사실상 반강제로 탄생했다. 이런 탓에 과거 세 도시 간 지역갈등도 상당했다.

“그렇다. 2010년 통합 당시엔 비록 정부 주도의 하향식 통합이었지만, 100만 메가도시 탄생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세 지역 간 불협화음은 끊이지 않았다. 시청사 소재지나 새 야구장 입지, 지역 간 예산배분 문제 등으로 세 지역의 갈등은 수면 아래로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심지어 야구장 마산 신축 결정에 반대한 시의원은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장에게 계란을 던지며 분노를 표현할 정도로 심했다.”

통합 갈등을 치유하고 모범적인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나.

“정치권이 물리적 통합을 이뤄냈지만, 이와 별개로 화학적 통합은 오로지 시민의 몫이다. 당선 직후 각종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역 간 상호 이해상충된 각종 현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생활 불편을 다루는 시민갈등관리위원회와 지역정책 이슈를 처리하는 공론화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각종 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실질적 시민 참여 거버넌스와 양방향 소통 플랫폼이 구축됐다고 자부한다.”

통합 창원시가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나.

“통합 창원시 출범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과거 행정구역 통합은 도·농 통합형에 그친 수준이지만, 통합 창원시는 도시 광역화로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도시와 도시 간 대규모 통합의 첫 사례였다. 100만 메가시티 탄생으로 지방행정에 규모의 경제 논리가 적용됐다. 행정서비스 비용이 절감돼 지방자치 효율성이 높아짐은 물론 효율적 자원배분으로 상향식 균형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이상적 모델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지역 특성을 온전히 살리면서 통합시 브랜드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통합 창원시가 딱 이렇다.”

보완해야 할 점도 있을 법한데.

“2010년 7월 행정구역 통합 이후, 모든 지역사회 구성원과 자원을 빠른 시일 내에 통합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오히려 화학적 통합을 방해했다고 본다. 아직도 일부 지역사회단체는 마산·창원·진해 세 도시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 인위적 통합이 완전한 화학적 통합으로 이어지기까진 긴 호흡이 필요하다. 통합 10주년인 올해 화학적 통합 원년이란 각오로 통합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오는 7월1일 통합 10주년을 맞는 창원시 ⓒ창원시 제공
오는 7월1일 통합 10주년을 맞는 창원시 ⓒ창원시 제공

창원특례시 지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아쉽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혔는데.

“창원특례시 지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내 공약 중 하나다. 지난 2018년부터 시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3월 특례시 지정이 담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이 법률은 여태까지 법안 처리가 매번 밀리더니 급기야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폐기될 상황이다. 특례시 실현은 창원의 미래를 담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원시는 지난 4·15 총선 당시 창원 지역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특례시 지정 공약화를 추진했다. 정부와 여당 지도부, 지역 국회의원, 시민 모두 힘을 합쳐 법안 통과를 이끌어내겠다.”

특례시 지정이 진정한 지방분권의 대명사라고 강조한 이유는.

“각 지역마다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행정수요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의 획일화된 정책으론 지역 간 유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례시는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자치권한과 재량권을 부여받는다. 지방정부 스스로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발굴해 지역의 자주재원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역 규모와 특성에 맞는 차등적 분권을 실현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지방 경쟁력을 높이는 지방분권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지방분권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특례시로 지정된다면, 창원시 위상과 브랜드 가치가 어느 정도 변할 것이라고 보나.

“특례시로 지정되더라도 기초자치단체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특례시’란 명칭과 ‘광역시급’에 버금가는 행정적·재정적 자치권한 등이 부여된다. 창원특례시로 지정되면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세수가 증가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자체적으로 활용 가능한 예산이 늘어나면서 복지·교육 등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도지사와의 사전 조율 결과에 따라 택지개발지구 지정권한 등이 주어진다. 이처럼 광역시급 자치권한이 확보된다면, 창원시 위상과 브랜드 가치는 확연하게 상승할 것이다.”

최근 일부 지역 국회의원들로부터 마산·창원·진해 세 도시 재분리 발언과 특례시 무(無)효과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딱히 인구가 100만 명 이상이라서 특별한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100만 도시다운 지방자치가 필요할 뿐이다. 몸집은 여느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하지만 계속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보니 행정에 한계가 보인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표류시키고 있는 20대 국회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 아울러 창원 지역 국회의원의 마산·창원·진해 세 도시 재분리 발언을 접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창원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내 갈등을 유발하기보단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는 게 우선적인 책무가 아니겠는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이라고 보는 이유는.

“지난 2010년 정부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선봉에서 전국 제1호 자율 통합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제도적 뒷받침 부족으로 규모에 부합하는 행정적·재정적 권한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 광역행정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고, 지역 간 갈등도 겪었다. 최근 창원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지역 간 갈등을 치유하면서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느닷없는 마산·창원·진해 세 도시 재분리 발언은 사회단체와 공무원의 그간 노력을 폄하할 뿐만 아니라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례시 지정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지난 2년간 정부와 국회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고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내외 활동, 즉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인구 100만 대도시인 고양·수원·용인시 등과 함께 ‘특례시 추진 공동대응기구’를 구성해 입법을 지원하고 있다. 국회 정책토론회, 국회의원 간담회 등을 추진해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창원에선 자치분권과 특례시 실현 관련 라디오 캠페인 등을 펼치면서 시민 공감대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여러 시책을 내놓고 있다.

“이 분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달 코로나 피해극복과 경기보강을 위해 ‘코로나19 창원형 비상경제대책’을 마련했다. 76개 사업에 3557억원을 들여 긴급회생지원과 경제 활력 환경 개선, 소비촉진에 대응하고 있다. 직접적인 재정지원·일자리 지원 등을 포함한 긴급회생 지원으로 시민 생활 안정을 꾀하고 있다. 또 소상공인 경영환경개선사업 규모를 83곳에서 500곳까지 확대해 시설 개선을 지원하는 등 경제 활력 수용환경 개선책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창원형 비상경제대책’이 창원 경제에 선순환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나.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창원시의 경제정책은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된다. 소상공인 지원, 실직자 지원, 중소기업 지원 정책 등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위한 단기정책이다. 반면 창원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디지털 SOC 뉴딜정책’은 코로나19 이후 지역경기를 부양하는 중장기 정책이다. 단기정책을 통해 가계안정과 침체된 소비를 촉진시키면 지역경제는 일단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일자리와 연결되지 않으면 단지 일회성 처방에 불과하다. 토목건축, ICT, 친환경에너지 등 산업분야가 총망라된 ‘디지털 SOC 뉴딜정책’은 향후 10년 동안 창원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결국 일자리가 생기면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지역경기가 활성화된다. 이런 경제정책은 100만 도시인 창원이라서 실현 가능하다.”

끝으로 창원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 착한 임대인 운동, 착한 소비, 착한 기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 여러분과 고용 유지에 혼신을 다한 사업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시장과 공무원들은 시민들이 하루빨리 활기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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