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중성화 수술, 해야 할까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4 11: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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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로서 장단점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해야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 꼭 해야 할까. 보호자라면 한 번쯤은 해 봤을 고민이다. 반려동물 중성화는 생식 기능을 없애는 중대한 일이니만큼 충분히 고민하고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중성화 수술은 수컷의 경우 고환을 적출하고, 암컷의 경우 난소 또는 난소와 자궁 모두를 제거해 생식 기능을 없애는 수술이다. 중성화를 간혹 '거세'라고 표현해 음경을 절제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는 음낭 안에 존재하는 고환을 적출하는 수술이다. 

수컷의 고환은 성장하면서 배 속에서 샅굴구멍을 통해 점점 하강해 체외로 드러난다. 이런 이유로 수컷의 중성화 수술은 복강의 절개 없이 음낭 피부의 일부 절개만으로 수술할 수 있다. 하지만 암컷의 중성화 수술은 복강 내에 위치한 난소와 자궁을 절제해야 하기에 복강 절개가 불가피하다. 수컷보다 암컷의 중성화 수술이 더 어럽고 주의를 요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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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충분한 검사 필요 

중성화 수술의 장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특정 생식기 관련 질병의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중성화 수술을 한 수컷 개는 고환이 없기 때문에 고환암이 발병하지 않는다. 첫 발정 이전에 중성화를 한 암컷 개의 경우 유선종양 발병률이 0.5% 미만으로 줄어든다. 

반려동물에게서 유선종양은 암 질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약 40~50%가 악성이다. 자궁의 세균감염으로 인해 염증물질이 차는 자궁축농증의 경우 중성화하지 않은 노령 암컷 개의 약 23~24%에서 발병한다. 중성화를 한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이런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중성화로 인한 호르몬 분비의 억제는 발정기 스트레스 완화와 행동학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수컷 개는 발정기에 성적 욕구로 인해 사람의 팔, 다리, 인형 등에 마운팅을 하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산책을 할 때 다른 암컷 개에게 돌진하거나 심한 경우 집을 탈출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첫 발정이 나타나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해 주면 수컷 개가 다리를 들고 마킹하는 행동이나 발정기에 마운팅을 하는 성적인 행동도 높은 확률로 막을 수 있다. 이런 행동이 이미 나타난 후에는 중성화를 해 준다고 해서 이런 행동이 없어지진 않는다. 중성화 수술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특정 질병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지만 오히려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질환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암컷 개에서 에스트로겐의 감소가 포만감에 영향을 줘 중성화 수술 이후 식욕 증가로 인한 비만 발생률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인다. 

무엇보다 중성화 수술은 마취와 수술 자체가 갖고 있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수술 전에 충분한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복강을 절개해야 하는 암컷 중성화의 경우는 그 중요성은 더더욱 커진다. 

중성화 수술을 고민할 때 이런 질병적·행동학적인 요소들뿐 아니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게 동물복지적인 측면이다. 책임질 수 없는 출산 또는 원치 않는 출산으로 인해 태어난 동물들은 대부분 좋은 입양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심한 경우 길에 유기되기도 한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자연적인 생리현상을 인위적으로 막는 중성화 수술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자연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사람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반려동물을 조화롭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중성화 수술은 고민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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