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 야권 “대선판 완전히 갈아엎어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1 14:00
  • 호수 159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권 재수생’ 홍준표․유승민·안철수 대안으로 ‘70년생 경잘알’ 김세연-홍정욱 카드 급부상

“경제를 잘 아는 1970년대생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필요하면 좌파 정책도 도입해야 한다. 헌법적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수도권, 중도층, 젊은 층이 중요하다. 보수가 여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

대선 D-700. 총선 참패 이후 무너져 내린 ‘친정’을 두고, 보수 정치인들이 내놓은 진단이다. 방법론은 다르지만 요지는 같다. 아스팔트 위에서 태극기를 흔들던 구태(舊態)로는 차기 대선에서 반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선 그간의 ‘보수 정치인상’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통합당 안팎에선 난파선이 된 정당을 구할 새 유형의 선장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새 1인자 찾는 통합당 “낡은 인물론 한계 있다”

현재 보수 정치판은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다. 최근 쿠키뉴스가 시행한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 설문조사(조원씨앤아이 조사, 5월2~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1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 홍준표 전 대표(11.7%), 유승민 의원(11.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0.5%), 오세훈 전 서울시장(8.8%) 등이 오차범위 내에서 10% 안팎의 지지율 양상을 나타냈다. 서울 종로에서 이낙연 전 총리에게 패한 황교안 전 대표는 8.3%의 지지를 얻어 5위로 밀려났고, 6위는 김태호 무소속 당선인으로 3.1%를 기록했다.

통합당 내에서는 현재 나오는 여론조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에 오른 인물 대다수가 지난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홍준표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안철수 대표 등에 대해 “미안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검증이 다 끝났는데 뭘 또 나오는가”라며 대선주자로 부적합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기존의 인물’로는 스윙보터(Swing Voter·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합당 안팎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완전히 판을 다 갈아엎지 않으면 2022년 3월 대선까지 보수진영이 전국선거에서 5연패를 당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대 국회에 첫 입성할 당내 예비 초선을 중심으로 새로운 리더를 추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현재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이는 이른바 ‘경잘알(경제를 잘 아는)’ 70년대생 김세연 의원(49)과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51)이다.

두 사람이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의 ‘보수 리더상’과 확연히 달라서다. 김 의원의 프로필은 ‘보수 엘리트’의 전형이다. 김 의원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할아버지의 회사인 동일고무벨트를 물려받았다. 정치는 아버지 김진재 전 의원이 5선을 한 부산 금정구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김 의원과 같이 일해 본 정당 관계자들은 그를 일컬어 ‘모범생’이 아닌 ‘모난 돌’이라 부른다. 그만큼 개혁 성향이 짙고 때론 거칠다.

김 의원은 2008년 여의도에 첫 입성한 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내 개혁 성향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에서 간사직을 지냈다. 그러다 2016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했다. 이후 다시금 자유한국당(통합당의 전신)으로 복당했지만, 2019년 11월 돌연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는 힐난과 함께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철새’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과감히 등을 지는 성격의 일면을 보여준 사례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전격 사퇴로 내년 4월에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유력 후보로도 김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개혁보수 세력의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며 전국적 지지 기반도 넓히고 있다. 김 의원은 청년 정치 인재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날아’ 등의 멘토 정치인으로 활동 중이다.

김 의원이 강성 개혁 정치인이라면, 홍정욱 전 의원은 ‘온건 개혁’ 성향으로 분류된다. 홍 전 의원은 정치보다는 기업 경영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월스트리트에서 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언론사 경영진으로 활동했으며. 2008년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고 노원병에서 당선됐다. 당시 한나라당이 ‘친이’와 ‘친박’의 첨예한 계파 대결을 벌일 때 양쪽 진영에서 서로 홍 전 의원을 끌어들이려고 애썼고,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홍 전 의원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는 끝내 특정 계파에 몸담는 것을 거부한 채 4년 임기를 끝내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현재 푸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의원을 일컬어 ‘한국의 앨 고어(전 미국 부통령)’라고 부르기도 한다. ‘친환경 운동’을 주도하며, 세련된 언변을 구사하는 능력이 닮았다는 것이다. 실제 홍 전 의원은 SNS에 환경보호와 관련한 각종 게시물을 올리며 젊은 유권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그는 이제 정치인이기보다는 ‘인플루언서’에 가깝다. SNS 팔로워 수만 9만 명에 이른다. 4·15 총선을 앞두고도 통합당뿐 아니라 국민의당 내에서도 홍 전 의원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세연 ‘캐릭터’ , 홍정욱 ‘가족’ 한계론도 대두

다만 두 ‘잠룡’을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하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들 모두 21대 국회에서는 ‘야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세연 의원의 경우, 특유의 캐릭터 탓에 ‘내부의 적’이 적지 않은 게 약점으로 꼽힌다. 시사저널과 만난 통합당 등 야권 관계자들은 모두 김 의원의 능력은 인정하면서도, 특유의 냉철함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바른미래당에 속했던 한 당직자는 “(김 의원은) 군대를 이끄는 장수보다는 ‘칼잡이’에 가까운 사람”이라며 “대선주자라면 팀플레이에 능해야 하는데, 김 의원은 본인 소신대로 행동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더 짙어 보인다”고 말했다.

홍정욱 전 의원은 ‘가족 문제’가 밟힌다. 홍 전 의원의 딸은 최근 해외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 탓에 홍 전 의원이 정치권 컴백의 꿈을 접었다는 전언도 나온다. 지난 총선 때 홍 전 의원의 영입 과정에 관여했었다는 한 정치권 인사는 “가족 문제와는 별개로 홍 전 의원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다”며 “자신에 대해 영입을 추진했던 정치인들의 성향이나 관심사가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상과 많이 다르다는 것도 홍 전 의원이 컴백을 망설이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