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4) 중고나라] 중고 거래-금융 연결한 신(新)패러다임 제시하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2 14: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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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를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하루에 39만 건이 넘는 상품이 올라온다. 1초에 4.5개의 게시물이 업로드된다. 지난해 거래액만 3조원. 대형 이커머스·온라인몰과 비슷한 규모의 돈이 중고 거래를 통해 오간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활발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곳, 카페와 앱을 합쳐 2300만 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커뮤니티, 1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연령대가 이용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얘기다.

중고나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초창기부터 중고 거래를 선도해 온 플랫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고나라는 중고 거래의 확장에 그치지 않고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고나라에 대한 국내 벤처캐피털(VC)의 관심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다. 지난해 12월 국내 상위권 24개 VC는 중고나라를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하고 공동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중고나라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새로운 중고 거래 모델을 도입해 ‘재미’를 확보하고, 개인 간 카드 결제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중고 거래와 금융을 연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이용자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제고하겠다는 목표다.

카페와 모바일 앱 병행해 중고 거래 확대

시작은 ‘커뮤니티’였다. 이승우 중고나라 대표가 2003년 네이버에 중고나라 카페를 개설하면서 중고나라의 역사는 시작됐다. 창업이 목적이 아니라 중고 거래를 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었기에 수익모델도, 사업계획서도 없었다. 그러나 중고 거래는 사람들에게 유효했고, 필요했다. 포털을 기반으로 한 손쉬운 접근성은 많은 회원들을 중고나라로 모여들게 도왔다. 회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운영 방법을 개편하면서, 중고나라는 중고 거래 대표 커뮤니티로 빠르게 성장했다.

네이버 카페로 시작했지만, 카페 서비스는 중고나라만을 위한 서비스가 될 수 없었다. 중고 시장의 문제와 오해는 많았다. 시장이 커지고 사기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단순히 카페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여긴 이 대표는 2014년 1월 큐딜리온(현 중고나라)이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스타트업 형태로 전환해 체계적인 조직을 구성,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고, 커머스의 배경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대세를 따라, 2016년에는 중고나라 애플리케이션(앱)을 론칭했다. 앱에는 경찰청 ‘사이버 캅’ 서비스를 바로 연계해 계좌나 전화번호로 판매자의 사기 신고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앱 운영을 시작했지만 카페 운영은 멈추지 않았다. 중고 거래 모바일 앱이 속속 등장하면서 ‘중고 앱’ 간 대결이 펼쳐지고 있지만, 카페라는 하나의 정체성도 잃지 않겠다는 것이 중고나라의 뜻이다. 이 대표는 “우리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와 중고나라 앱이라는 두 가지 회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카페는 중고나라의 태생이자, 수천만 카페 중 독보적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중고나라는 카페와 앱 전담 인력을 따로 두고 ‘두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앱 이용자 수와 거래액만을 통해 중고 거래 시장에서의 중고나라 입지를 살펴볼 수 없는 이유다.

2019년 거래액 3조…2030세대 이용률 높아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의 거래액은 독보적이다. 2016년 1조8000억원이었던 중고나라 거래액(카페와 앱 총거래액 추정치)은 2017년 2조1000억원, 2018년 2조5000억원으로 늘었고, 2019년 3조원에 달했다. 카페 회원은 1800만 명에 이르고, 앱 회원만도 517만 명이다. 카페의 MAU(활성 사용자 수)는 1200만 명(4월 기준), 월 순방문자는 1300만 명이다. 회원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30대가 39.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20대 24.9%, 40대 20.9%로 20~30대 이용률이 가장 높다.

최근 굿리치가 모바일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20~3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83%가 최근 1년간 중고 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27%는 최근 1년간 중고 거래를 6회 이상 했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응답자의 52%는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어 중고 거래에 긍정적이다’고 답변했다. 이 연령대에 고정적으로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중고나라의 거래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50대(4.2%)와 60대(4.6%) 이용자들도 네이버라는 익숙한 플랫폼을 통해 중고나라를 이용하고 있다. 아직 비교적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10대(5.9%)를 공략하기 위해, 중고나라는 ‘재미’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중고 거래 모델을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성장을 바탕으로 중고나라는 수익성 제고를 위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2016년 4월에는 재활용품 방문 수거 서비스 ‘주마’를 론칭했고, 7월에는 미디어 커머스 ‘비밀의 공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밀의 공구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제공되는 폐쇄형 쇼핑몰로, 회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물건을 제공하기 위해 구상된 서비스다. 적당한 판로를 찾지 못한 영세 기업의 상품이나 업체의 사정으로 재고를 처리하지 못한 상품을 시중보다 40~95%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중고차 서비스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중고나라 중고차’와 ‘중고나라 내차팔기’를 통해서다. 특히 ‘중고나라 내차팔기’ 서비스는 검증 프로그램을 통과한 인증 딜러들이 소비자에게 중고차 매입 최고가를 경쟁적으로 제안하는 서비스다. 최단 2시간 만에 비교 견적이 이뤄지는 빠른 속도가 강점이다. 올해 4월 중고나라는 JB우리캐피탈, 자동차 경매 전문기업 카옥션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고차 거래 서비스의 고도화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를 돕는 개인별 맞춤형 금융상품을 출시하면서 중고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중고나라의 목표는 ‘전 국민의 셀러화’다. 중고나라 앱에 접속하면 가장 처음에 뜨는 ‘누구나 돈 버는 중고나라’라는 문구처럼, 누구나 기회를 갖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고나라의 궁극적인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앱을 개편하면서 ‘셀러’ 개념을 전면에 도입했다. 자신의 등급과 물건 판매 상황을 한눈에 살피고, 전체 수익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이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것이다.

 

직거래할 때도 신용카드 결제 가능해진다

올해 4월에는 ‘파트너센터’의 특허를 취득했다. 누구나 판매자가 돼 위탁판매를 할 수 있도록 공급자와 연계해 주고,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 공급자와 판매자가 나눠 가질 수 있는 플랫폼이다. 중고나라 이용자들이 인증 절차만 거치면 파트너센터의 ‘셀러’가 될 수 있다. ‘투잡’을 하려는 직장인, 수익을 내고 싶은 주부들도 참여할 수 있다. 물품 매입과 물류, 배송과 사후관리 등 모든 과정은 중고나라가 책임지겠다는 설명이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셀러는 1만 명에 육박한다.

또 다른 목표는 금융과 함께 성장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이미 중고나라 카페에서는 네이버 페이로 송금이 가능하며, 중고나라 앱에서는 2015년 12월부터 카드 결제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판매자가 카드 결제를 허락한 경우, 일시불과 할부 방식의 카드 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토스와 페이코 간편 결제도 가능하다. 중고나라는 사기를 방지하고 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 시스템이 중고 거래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한 개인 간 카드 결제 서비스 ‘페이앱 라이트’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고나라는 지난해 12월 한국 NFC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회원가입만으로 개인이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페이앱 라이트 서비스를 올해 시작할 예정이다. 계좌이체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신용카드라는 결제 방법을 활성화시켜 사기와 불법적인 거래를 막겠다는 것이다. 판매자가 페이앱 라이트를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앱 거래뿐 아니라 직거래를 할 때도 신용카드와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광범하게 수익 다각화를 꾀하는 중고나라의 성장 가능성은 높게 평가되고 있다. 2018년 8월 JB우리캐피탈·키움증권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9월에는 NHN페이코로부터 5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커머스 그로그 신기술조합으로부터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최근까지 240억원의 활발한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중고 거래 사기, 이렇게 막는다

중고나라가 불법 거래에 대응하는 방법

제품 대신 벽돌이 왔다는 사기 후기가 이슈가 되면서 중고나라는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타이틀을 안았다. 중고나라 직원들은 이 벽돌을 보면서 고객의 사기 피해 아픔을 함께 느끼며 사기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기술 개발의 전의를 다진다고 전했다. ⓒ중고나라
제품 대신 벽돌이 왔다는 사기 후기가 이슈가 되면서 중고나라는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중고나라 직원들은 이 벽돌을 보면서 고객의 사기 피해 아픔을 함께 느끼며 사기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기술 개발의 전의를 다진다고 전했다. ⓒ중고나라

중고나라는 2016년 모바일 앱을 론칭했다. 이때 도입한 것이 ‘안전거래 시스템’이다. 안전거래는 비대면 거래의 피해를 막기 위해 거래대금의 입출금을 제3의 회사에 맡기는 시스템이다. 구매자가 업체에 대금을 결제하면 판매자는 상품을 발송하고,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뒤 최종적으로 상품 수령을 확인하면 대금이 판매자에게 입금되는 구조다. 물건에 하자가 있거나 설명과 다르면 결제 취소가 가능하다. 수수료는 판매자가 부담한다. 중고나라의 안전거래 이용률은 앱 론칭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2019년 안전거래 규모는 2018년에 비해 151% 증가했다. 2020년 1분기 안전거래 규모 역시 2019년 동기 대비 191% 증가했다.

금지 물품 판매를 막고 채널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중고나라 보안관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사기가 의심되거나 비매너 거래가 적발되면 활동정지 경고 및 강퇴(강제 탈퇴) 조치가 이뤄진다. 사기 신고가 접수된 경우에는 경찰청과의 긴밀한 업무 공조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스크 사기 판매자 적발을 위해 경찰청과 핫라인을 통해 사기 동향과 정보를 소통했다. 기업의 비매품 등 판매가 금지된 물품이 판매되면, 해당 기업에서 협조 요청을 보내기도 한다. 이 같은 요청에도 즉각 대응해 해당 판매자의 거래를 중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이 쉽지 않게 되자 장난감이나 학습지, 전집 등 아이들을 위한 중고 물품 거래가 늘어났다. 중고나라는 아동용품 거래 시 꼭 알아야 할 세 가지를 직접 소개했다. 아이들 장난감의 경우 작동 여부를 영상이나 영상통화로 확인하고, 판매자의 기존 거래 이력을 살펴볼 것, 사이버캅을 통해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확인해 피해 접수 사례가 있는지를 살펴볼 것을 권한다. 특히 평균 가격이 20만~30만원으로 높은 전집 등의 경우, 반드시 안전거래를 통해 거래할 것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판매자가 가짜 안전거래 링크를 보내 결제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주소와 일치하는 안전거래를 이용해야 한다. 가짜 안전거래 창은 아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도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며, 인터넷 주소에 숫자가 붙거나, 예금주 이름에 영어가 들어가는 등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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