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에 갇힌 울산 경제…‘트리플’ 악재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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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최대의 공업도시 울산을 강타하고 있다. 울산지역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지금의 경제상황이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울산국가공업단지ⓒ울산시
울산국가공업단지ⓒ울산시

올 1분기 울산 제조업 생산·고용·수출이 모두 감소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수출 부진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술혁신과 스타트업 지원 등 정부 및 지자체의 맞춤형 지원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울산 제조업, 1년 전보다 6.7% 감소

BNK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동남권 제조업 현황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울산 제조업 생산은 자동차, 석유화학 부진 등으로 전년 동기대비 6.7% 감소했다.

울산 제조업 생산은 1월(-10.8%)과 2월(-15.3%)은 1년 전 보다 감소하고, 3월에는 5.1% 증가했다. 취업자는 16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4.9% 줄어 지난 2018년(-4.0%)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1분기 수출액도 160억73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7% 줄었으며, 전국 평균(-1.4%)보다 높은 감소폭을 보였다.

 

직격탄 맞은 자동차 산업

업종별로는 자동차 산업의 생산 감소폭(-12.3%)이 주력산업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여파로 국내외 수요가 위축되고, 특히 중국산 부품조달 차질, 현대차 생산라인 확진자 발생 등으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부진 요인으로 분석됐다.

울산항 6부두에 대기 중인 현대자동차 수출차량ⓒ현대자동차
울산항 6부두에 대기 중인 현대자동차 수출차량ⓒ현대자동차

향후 자동차 내수는 국내 확진자 감소,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재개, 신차출시 등의 효과로 미약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수출은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수입수요가 감소하고 글로벌 공급망도 일부 훼손되면서 부진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락하는 선박 수주

조선 산업은 1분기 중 수주가 글로벌 발주 급감, 친환경선 발주 지연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1% 감소한 3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그쳤다.

선박을 건조 중인 작업 현장ⓒ현대중공업
선박을 건조 중인 작업 현장ⓒ현대중공업

향후 생산은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자만 수주잔량 등을 감안할 때 증가 폭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주의 경우 카타르발 프로젝트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대형 조선사 중심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화학·정제도 하향세 지속

석유정제 산업 생산은 항공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 급감하며 1.0% 소폭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이동 제한 등으로 항공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 급감하며 증가세를 제약했다는 것이다.

울산석유화학단지ⓒ울산환경보존협의회
울산석유화학단지ⓒ울산환경보존협의회

석유화학 산업 생산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로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산업 생산은 수요 부진 및 글로벌 공급과잉 상황 지속으로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 기계, 금속 산업 생산은 자동차, 건설 등 국내 전방산업 부진 및 글로벌 제조업황 침체의 영향 등으로 감소하거나 미약한 증가에 그쳤다.

울산 경제의 향후 전망을 어둡다. 조선 산업을 제외한 주요 전방산업 부진으로 내수 개선이 어렵고 수출도 과잉공급 지속, 설비 및 건설 투자 위축 등으로 감소하면서 업황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특단의 생존전략 시급하다

연구센터는 수출 부진에 따른 제조업 충격 심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 제조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특단의 비상경영체제를 마련하고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맞춤형 지원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동남권 주요 수출대상국 및 수출품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위한 미래전략 마련도 중요하다고 봤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되면 제조업을 둘러싼 기존 생산, 유통, 수요 구조 등의 프로세스와 업계 판도의 빠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특정국가에 의존했던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전 세계적인 제조업 리쇼어링에 대비해 국내 유턴기업 인센티브 마련 및 우호적 비즈니스 환경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소비 패턴과 유통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혁신 및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다가올 제조업 뉴노멀 시대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BNK 백충기 연구위원은 “2분기부터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 봉쇄조치 등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특정국가에 의존했던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혁신과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맞춤형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가 발표한 ‘5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의하면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울산 비제조업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와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한 달 사이 역대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5월 울산 비제조업 SBHI는 40.3으로 전월대비 19.4p 대폭 하락, 지난달에 이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울산 제조업 SBHI도 66.1로 전월대비 4.9P 하락했다.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지난 2월(65.6%)에 이어 3월 63.1%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울산 경제가 어두운 터널 안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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