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도시공사, 기관장 업무추진비 깜깜이 운용
  • 윤현민 경기취재본부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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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공시 일부항목 허위기재…전임사장 대비 50% 늘어

평택도시공사가 기관장을 둘러싼 재정운용 잡음으로 연일 시끄럽다. 보수 과다 논란(시사저널 4월29일 '빚더미 평택도공, 기관장 연봉은 최상위' 기사 참조)에 이어 업무추진비 부실운영까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실제 사용목적과 집행규모가 일치하지 않는 등 회계상 허위기재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취임 첫해부터 업무추진비를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늘린데다 집행내역 공개도 주먹구구식이다. 이에 일각에선 기관장의 도덕적 해이로 시민혈세가 개인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택도시공사 전경 @윤현민 기자
평택도시공사 전경 @윤현민 기자

사업추진간담회 비용 58만원 증발 

21일 평택도시공사와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김재수 평택도시공사 사장은 지난해 업무추진비로 1509만원을 지출했다. 전임 이연흥 사장 재임 당시인 2018년(1015만원)보다 48% 늘어난 규모다. 이 중 대부분은 언론인, 유관기관, 소속직원 등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 쓰였다. 전체 93%인 1401만원이 간담회 비용으로, 나머지 108만원은 경조사비로 지출됐다. 간담회 비용만 놓고보면 전년(930만원) 대비 50%(471만원) 훌쩍 뛰었다.

전체내역 중 일부 사용처와 금액이 제각각인 점도 눈에 띈다. 평택도공은 지난해 12월 사업추진간담회에 모두 58만5900원을 썼다고 공시했다. 정작 해당자료엔 같은 달 사업추진간담회 실적은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간담회 비용이 공시자료상 실체도 없이 공중으로 증발해 버린 셈이다.

평택도공 측은 전산입력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실수라고 선을 그었다. 평택도공 재무회계팀 관계자는 "행안부 경영공시 자료 입력은 사람이 자주 바뀌어 저도 여태껏 한 번 올렸다"며 "지난해 12월 사업추진간담회는 원래 몇 건이라고 되어 있어야 하는데, 집행금액만 표시된 건 오타가 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허울뿐인 업무추진비 내역…정부 예산집행지침 위반

불투명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도 문제로 지적된다. 평택도공은 기관장 업무추진비의 사용처, 건수, 집행액만을 공시했다. 해당 월 표시 후 OO간담회 또는 경조사비 전체 몇 건에 지출액 얼마라는 식이다. 간담회 대상, 취지, 집행방식, 경조사비 지급대상(소속 및 성명) 등은 빠졌다. 

도내 여타 개발공기업(도시공사)의 경영공시 내용과 방식과는 딴 판이다. A 도시공사는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좀 더 구체화시켜 공개한다. '몇 월 주차빌딩 관리운영 용역업체와 업무협의에 얼마 집행' 등 각 건별로 표시한다. B 도시공사는 경조사비 지급대상의 소속과 성명, 지출액 및 사용일시까지 공개한다. 구체적으로 몇 월 몇 일 어느 부서 아무개 씨 부친의 경조사비로 얼마 집행했다는 식이다.

이는 정부가 권고하는 업무추진비 집행지침에도 부합하는 내용과 방식이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 기관장 업무추진비의 집행목적, 일시, 장소, 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용도를 명확히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에선 당장 기관장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소리가 나온다. 한 시민활동가는 "기관장 업무추진비 일부가 회계장부에서 사라지고 그 내역마저 막연히 전체 몇 건에 얼마 식으로 주먹구구라면 일반에 공개하는 경영공시가 무슨 소용이냐"며 "자신의 활동비 늘리는데만 눈독 들일 게 아니라 시민혈세가 개인 쌈짓돈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더 투명하고 철저한 집행내역 공개가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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