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변칙 영업에 냉가슴 앓는 고객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3 14: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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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저축이라더니 변액보험의 늪에 빠뜨렸다

#가정주부 김아무개씨는 콜센터를 통해 2010년 동양생명 저축보험에 가입했다. 연복리 4.6%에 10년납 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은행 저축보다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로부터 수년 뒤 김씨는 동양생명 하이브리드 마케팅센터(이하 하이브리드센터) 소속 FC로부터 기존 가입 상품을 변액보험으로 변경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FC는 10% 이상의 수익률을 제시하며 기존 가입 상품보다 ‘수익률 좋은 저축’임을 강조했다. 솔깃한 김씨는 손해를 보며 기존 보험을 해약한 뒤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김씨는 최초 가입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최근까지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직장인 박아무개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동양생명 변액보험료를 납부해 오고 있다. 그 역시 김씨처럼 저축보험을 변액보험으로 변경했다. ‘수익률 높은 저축’이라는 동양생명 영업직원의 설명을 듣고서다. 박씨는 뒤늦게 자신이 가입한 변액보험이 저축보다 보장성 보험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때는 늦었다.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보험을 해약할 경우 환급율이 낮아 큰 손해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험을 유지해 온 게 올해로 7년째지만 아직도 원금 회복은 까마득한 상황이다.

기존 고객 DB 활용해 상품 변경 유도

비단 김씨와 박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온라인상에서는 현재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통적인 피해 유형은 △기존 계약 해지 후 변액보험 가입 유도 △변액보험을 저축 상품으로 소개 △사업비 등 수수료 미설명 △가입 후 사후 관리 부재 등이었다. 업계에선 이를 단순히 실수나 영업직원의 일탈에서 비롯된 불완전판매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견해가 많다. 동양생명이 그동안 변칙적 영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문제는 동양생명 변칙 영업의 전화영업을 전담하는 POM센터를 통해 저축보험에 가입시키는 데서 시작된다. POM센터는 박씨의 사례처럼 높은 이자율과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저축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고객을 모집한다. 그러나 저축보험이 저축의 모양새를 갖추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매달 납부금에서 사업비가 빠져나가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율이 적용돼 원금을 회복하는 데만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저축보험은 납기를 모두 채우면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동양생명은 고객이 납기를 모두 채울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동양생명이 저축보험 가입으로부터 2년 이상 경과된 고객들의 정보가 담긴 ‘기존 가입자 데이터베이스(DB)’를 하이브리드센터에 넘겨 새로운 상품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기존 가입된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을 권유하는 ‘승환’은 보험업법상 불법이다.

동양생명 하이브리드센터가 처음 개소한 건 2007년이다. 이후 동양생명은 하이브리드센터를 업계 최대 규모로 운영했다. 첫 개소 5년 뒤인 2012년 말 기준 하이브리드센터 소속 직원이 504명까지 늘어났다. 당시 하이브리드센터를 운영하던 흥국생명(236명)과 KDB생명(250명), AIA생명(170)의 두 배나 세 배 안팎 규모였다. 하이브리드센터를 통한 영업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동양생명은 하이브리드센터에 대해 온·오프라인 지점이 통합돼 계약관리의 효율성을 높인 신개념 지점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상은 고객 DB를 공유받아 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DB영업’의 거점이었다. 하이브리드센터는 주로 동양생명 저축보험 가입자에게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변액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식으로 영업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변액보험 자체에 결함이 있는 건 아니다. 변액보험은 기본적으로 보장성 보험이다. 사망 시 사망보험금(변액종신)을 지급받을 수 있고, 미리 약정된 생활자금을 최저 보증받는 상품(변액연금)도 있어 연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 펀드 수익률이 좋으면 그만큼의 금액을 더해 지급받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보험 가입자가 상품을 ‘저축’으로 인식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존의 저축보험보다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변액보험의 경우 다른 상품에 비해 사업비 공제율이 커 초기 투자부터 마이너스 수익률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펀드 수익률이 매년 3%를 기록한다고 가정해도 꼬박 10년을 납부해야 원금을 회복할 수 있는 구조다.

 

높은 수수료로 변칙 영업 부추겼나

문제는 하이브리드센터가 의도적으로 변액보험을 저축으로 인식하도록 홍보해 왔다는 점이다. 상품 카탈로그를 저축상품인 것처럼 꾸미는가 하면, 계약서상 숨기고 싶은 내용이 포함된 페이지 위에 상품설명서를 끼워넣는 편법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리드센터 출신 관계자는 “저축보험 가입자 DB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보장성 보험에 대한 니즈가 없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센터 내에서는 변액보험을 저축으로 설명하고 이 밖에 불필요한 내용은 최대한 숨기는 식의 영업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센터 직원들이 이런 무리수까지 동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동양생명이 변액보험에 다른 상품의 서너 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걸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급여로 직결되는 영업직원들로선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를 주장하는 금융소비자들이 양산되고 있지만 구제는 쉽지 않다. 불완전판매 사실을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보험설계사의 불완전판매는 동양생명뿐만이 아닌 업계 전반의 문제”라며 “보험사나 금감원 민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이런 영업 행태를 인지하고도 방치 중인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하이브리드센터 내부에서 변칙 영업과 관련한 정식 민원이 본사에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동양생명은 하이브리드센터의 변칙 영업과 관련해 이렇다 할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칙 영업으로 인한 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동양생명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는 물론 이른바 ‘동양 사태’로 2013년 12월 동양그룹에서 분리되는 가운데서도 지난해까지 21년째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을 줄이기 위해 계속 노력한 결과 최근 수년 사이 민원이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앞으로도 민원 감소를 위한 자구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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