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IT 홈페이지 표절 의혹 제기되는 KAIST
  • 세종취재본부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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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5000만원 들여 개편한 대표 홈페이지, 구성부터 디자인까지 흡사
‘글로벌 선도 대학 비전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 비판

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이 해외 유명대학 홈페이지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지난해 1억6190만원(용역 낙찰가 기준)을 들여 개편한 국·영문 대표 홈페이지(http://www.kaist.ac.kr)가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홈페이지(http://www.mit.edu)를 그대로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단 모바일로 봤을 때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실제 KAIST 학생 중에도 "휴대전화로 보면 다른 홈페이지들도 다 비슷하지 않나"라고 되묻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PC에서 접속하면 비슷한 점이 눈에 확 띈다. 메인페이지를 보면 KAIST 로고와 함께 홈페이지 내용을 검색할 수 있는 검색창이 좌측에 자리하고 있고 우측에 KAIST 연구 성과가 나열돼 있다. 이 구성이나 디자인이 MIT 홈페이지 메인과 매우 흡사하다.

메인페이지는 단순히 느낌만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브페이지에 들어가면 조금 심각하다. KAIST의 '설립이념' 페이지와 MIT의 'About MIT' 페이지를 비교해 보면 거의 흡사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다.

KAIST 홈페이지(좌측)과 MIT 홈페이지. 기본 구성, 디자인은 물론 기능까지 매우 흡사하다.
KAIST 홈페이지(좌측)와 MIT 홈페이지의 메인페이지(위쪽)와 서브페이지 비교. 기본 구성, 디자인은 물론 기능까지 매우 흡사하다.

기본 배열은 물론이고 주 설명문의 핵심 문구에 하이퍼링크(홈페이지 문서 내에서 다른 문서로 연결해주는 방식)를 적용한 것, 그리고 그 표시에 밑줄을 이용한 것까지 동일하다. 페이지 내 이미지의 위치와 동영상을 자동으로 실행되게 해 놓은 것도 같다. 이 방식은 홈페이지 내 거의 모든 서브페이지가 똑같다.

KAIST 대표 홈페이지가 이렇듯 MIT 홈페이지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자, 이 학교 사정에 훤한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일원들은 씁쓸해한다. MIT가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시에 있는 세계 최초의 공과 대학이자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칭송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QS 세계 대학 순위(World University Ranking)에서 발표한 공학과 기술(Engineering & Technology) 분야에서 MIT는 1위를, KAIST는 지난해 26위에서 10계단 상승한 16위에 위치해 국내 대학 중 최고 순위를 차지했다.

얼핏 MIT가 KAIST의 목표처럼 보일 수도 있다. MIT를 배우고자 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교 60주년을 맞이하면서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이라는 비전을 발표한 KAIST가 해외 유명 대학의 이미지를 모방했다는 구설에 오르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표절 의혹을 제작 업체 탓으로 돌릴 수만도 없을 것 같다. 이 홈페이지는 KAIST 측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 홍보팀은 "2018년 말부터 국내·외 대학 홈페이지를 다양하게 벤치마킹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한 검토와 고민 후 작업에 들어갔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홈페이지 개편을 담당한 업체 역시 대표 홈페이지 외에도 KAIST 관련 홈페이지를 몇 차례 더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KAIST와 MIT의 관계를 전혀 몰랐다고 하긴 힘들다.

소식을 접한 한 마케팅 전문가는 “제작자든 사용자든 자존심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며 “홈페이지의 존재 목적은 브랜드 이미지 극대화가 기본인데 이번 개편 홈페이지는 정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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