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권 잡으려면 7개월짜리 당대표라도 해야 한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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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멘토’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 “국민여론만으로 한계…당원지지 필요”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5월11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5월11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동교동계 출신 정치원로인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이낙연 대망론’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서 그런 게 아니다. 이낙연 전 총리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시절인 198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의 '마크맨'을 맡으면서 동교동계와 인연을 맺었다. 정 전 대표와 처음 만난 것도 1979년 YH여공사건 당시 YH 여성근로자들이 신민당사에 들어와 밤샘 농성을 벌이면서다. 한 사람은 재선의원, 다른 한 사람은 수습기자로 만나면서 시작한 인연이 어느덧 40년이 지났다. 

이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기 전부터 정 전 대표는 “다음 대통령 후보는 경제나 외교, 인사정책을 펴는 데 있어 균형감을 갖춰야 하며 대중과의 소통에 능해야 하는데 그 적임자가 바로 이낙연”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이런 생각에 그는 자신의 주변 전문가그룹을 여러차례 이 전 총리에게 소개시켜줬다. 최근 한 사회단체가 주최한 조찬강연에 강사로 초청된 정 전 대표는 ‘왜 이낙연이 대통령감이냐’는 청중의 질문에 “균형감 외에도 정의로움과 청렴함을 갖춘 것이 이낙연의 장점이다. 또 최근 2~3년 동안 (지지율) 1위를 유지한 것이 말해주듯 국민적 지지도도 높다. 중도 내지 중도우파 성향이어서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대선후보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5월1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 전 대표는 “내가 이 나이에 호남 출신도 아닌데 무슨 개인적 이익을 얻으려 이낙연을 대통령으로 만들려 하겠느냐”며 “노무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두 영남권에서 대통령이 배출된 만큼 이제는 호남 대통령도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서울 출신이다. 개인적 인연 때문에 정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이 전 총리의 지역구(종로) 선거에 적극 참여했다. 서울 종로는 9대, 10대 총선에서 그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지역구다. 당시 서울 종로와 중구는 하나의 지역구였다. 다음은 정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복당을 신청한 걸로 안다.  

“이낙연(전 총리)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복당은) 이 전 총리가 권했다. 그렇기에 권노갑 등 전직 의원 10여 명과 함께 신청했다.”

이번 21대 총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코로나 사태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고 정치지형도 바뀌었다. 더군다나 50대가 진보적 성향이 되면서 사회주류가 산업화에서 민주화세력으로 넘어갔다. 선거를 치른 지도부도 양당이 차이가 난다.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박사를 너무 늦게 뽑았다. 반면 민주당은 이낙연 (전) 총리가 바람을 일으켰다.”

야당 복도 작용하지 않았나.

“물론이다. 기존 보수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강하다.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데, 그래서 되겠는가. 유권자들에게 야당은 영남 정당, 부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의 이미지다. 결과적으로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실패했다는 게 가장 큰 패인이다.”

지역주의로의 회귀 아닌가.

“소선거구제여서 어쩔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좀 더 나았을 텐데….”

이 전 총리가 호남 출신이라는 게 대선 가도에서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경상도나 비호남권이 항상 그런 소릴 한다. 이 전 총리는 비호남 지역에서 거부반응이 비교적 적은 사람 중 하나다.”

이번에 이천 화재 사건 현장에서 한차례 설화를 겪었다.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짜증이 났나보지. 엊그제 ‘아이고 미안합니다’라고 하지 않았나.”

앞으로 여론의 혹독한 검증이 있을 것 같은데.

“총리로서 국회나 국민으로부터 3년간 (검증을) 받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다만 여러 여론조사에서 단 한번도 1등 자리를 내주지 않은 것은 국민들이 7~9할 정도 검증을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5월11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5월11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총리 출신 한계론도 있다.

“(목소리를 높이며) 여태까지의 총리 출신 대권후보는 고건(전 총리)처럼 선거 한 번 안치뤄 본 사람들이다. 이낙연은 선거를 6~7번 치러본 사람이다. 그냥 총리는 아니지. 그동안 선거를 호남같은 편안한 곳에서 했다고 비판한다면 그건 수긍할 만하다. 내가 이번에 이 전 총리에게 ‘자네, 이번에 처음 서울에서 한 선거지? 내가 종로에서 두 번 국회의원 해봤어’라고 말했더니, 웃으면서 ‘아이고 형님, 거기(호남)도 달라요’라고 말하더라.(웃음)”

선거 운동을 도와줬다던데. 

“이낙연보다 나를 더 알아보더라. 나이 많은 사람들이 ‘왠일이냐’고 묻길래 ‘이낙연 대통령 후보 만들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는데, 독주하면 망한다. 더욱 더 야당과 타협해야 한다.”

이 전 총리가 당대표 선거에 나서야 할까.

“나는 나와야 한다고 보는데, 본인은 숙고 중이다.”

왜 고민한다고 보나.

“그 사람은 이런 선거(당 대표 선거)를 해본 경험이 없다. 우리는 이런 선거를 밥먹듯이 치렀다. 한마디로 당직자와 뒹굴었다. 이 전 총리가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그를 적극 지지하는 소속 의원이 5~10명은 돼야 한다. 지구당 위원장(지역위원장)은 10~20명 정도가 있어야 하고. 정세균 총리는 지금도 30~50명 정도의 지지자를 갖고 있다. 국민여론만으론 안된다. 당원지지가 있어야 하지. (당 대표는) 단 6개월, 7개월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해야 한다.”

참모진들은 어떻게 건의하나.

“참모진이 있나. 혼자 다 결정하는데.”

(당 대표 출마)할 것 같나.

“모르겠다.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 주류인 친문들과의 관계도 중요하고.”

친문들이 이 전 총리를 밀어줄까.

“아이 돈 노(I don’t Know). 다만 얼마 전 언론에 친문핵심이 당 대표 출마를 권유했다길래, 내가 물었더니 ‘맞다’고 하더라. 친문들과 이 전 총리 간 사이가 좋다. 난 사실 이즈음이면 자기 주장이 나와야 한다고 보는데, 사이가 좋아도 너무 좋다.”

(이 전 총리는) 당내 자기 사람이 없다.

“바른 지적이다. 전혀 없다. 언제 그걸(계파) 만들 수 있었나. 이제부터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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