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집단감염이 부른 ‘코로나19 쟁점’ 3가지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5 10:00
  • 호수 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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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감염, 2030의 낮은 인식, 더운 날씨라는 삼중고 부닥쳐

‘클럽 쇼크’가 대단하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클럽 집단감염에 노출된 사람 중에서 5월14일 기준 13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클럽에서 감염된 사람이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2차, 3차 감염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확산 규모가 지난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만큼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상자 기사 참조).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후 우려했던 서울 지역에서의 집단감염이 현실로 나타났다. 그것도 오래전부터 언론과 전문가들이 위험성을 경고해 온 클럽에서 발생했다. 우리 사회는 당장 3가지 문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첫째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무증상 감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코로나19 장기화를 단축하기 위해 20~30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셋째는 더운 날씨에 집단감염과 싸워야 하는 이중고다.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쟁점 3가지를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시사저널 임준선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시사저널 임준선

1 무증상 감염 30%: 위험도 큰 유흥시설은 나중에 완화해야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은 4월20일 국제 학술지(NEJM)에 실린 연구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시애틀 앤 킹카운티 보건 당국(PHSKC)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코로나19 대응팀이 전문요양기관에 입원한 노인들을 검사한 결과 증상이 없던 이들 중 64%가 코로나19 양성으로 나타났다.

무증상 감염은 이번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에서도 여지없이 발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발표에 따르면 무증상이나 경증인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 비율이 30%다. 지역사회에 숨어 있는 젊은 감염자까지 고려하면 무증상 감염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에서 초발 환자(첫 감염자)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방역 당국은 이번 클럽 집단감염의 지표환자로 알려진 용인 66번 환자와 20대 남성이 누구로부터 감염된 것인지를 파악 중이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이 많은 상황에서는 초발 감염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초발 환자보다 바이러스를 전파받은 사람이 먼저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사례에서도 초발 환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무증상 감염자는 자신이 감염자인지 모른 채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연휴 기간 이태원 클럽 등지를 방문해 감염된 피부관리사도 제주에서 무증상 상태에서 140명을 밀접 접촉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은 “해당 클럽에 가지 않았더라도 그 기간에 이태원에 있었던 사람은 자진해서 검사받아야 무증상 감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사실 코로나19 증상을 환자에게 물어보면 거의 그런 증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각이나 후각 소실, 나른함, 피곤 등의 증상까지 물어보면 상당수가 해당한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증상을 특정하기가 애매해지면서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검사 대상을 미각이나 후각이 떨어진 사람으로까지 확대했다. 사실 미각이나 후각 소실은 코로나19의 특징적인 증상이 아니라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용인 66번 환자도 설사와 같은 일반적인 증상만 보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보다 지금은 경각심이 있고 방역 경험도 쌓였다. 그러나 클럽 수가 많고 확진자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도 상당수다. 그들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 조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과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은 밀폐된 실내에서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클럽은 창문이 거의 없고 대부분 지하에 있어 환기조차 어렵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사람들은 대화할 때 가까이 접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다 보면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어렵다. 코로나19 전파 초기부터 전문가들은 밀폐 공간과 밀접 접촉에 대해 경고해 왔다. 언론도 일부 클럽 상황을 르포로 전하며 위험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은 밀폐 공간과 밀접 접촉을 그대로 재현한 현장이 됐다.

김우주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과 국민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생활 방역으로 전환한 시점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방법론은 잘못됐다. 시설별로 위험도가 제각각인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통제를 풀었다. 경제를 살릴 목적으로 생활 방역을 했는데 오히려 경제 활성화가 어려워진 셈이 됐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설별 위험도를 평가해 위험도가 낮은 곳부터 단계적으로 풀고, 유흥시설은 가장 나중에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생활 방역을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2 감염은 운이라는 20~30대 인식: 젊은 층 대상으로 인식 변화 캠페인 필요

5월14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만991명이다. 이 가운데 20~30대가 전체의 38%를 차지한다. 김우주 교수는 “4월부터 현재까지 한 달 치 통계를 보면 일관되게 20~30대 확진자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사회 활동량이 많고 동선도 길고 사람을 많이 만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위험에 대한 이들의 인식도 낮은 편이다. 20~30대의 인식 변화를 위해 그들을 타깃으로 한 정부 차원이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지난 3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인식도를 조사했더니 20~30대가 코로나19 위험성을 비교적 낮게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 75.2%는 코로나19가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20대는 그 비율이 66.4%로 낮았다.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20대가 14.7%로 전체 평균 7.6%의 2배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감염은 운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60대는 38.2%였으나 20대는 53.9%, 30대는 62.4%였다. 20~30대는 다른 연령층보다 코로나19 사태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모란 교수는 “젊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상이 약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이 감염된 후 조부모나 부모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해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집단감염을 일으키면 의료체계가 마비되므로 실제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할 수 있다.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젊은 사람이 지금은 증상이 없더라도 나중에 심장질환, 호흡부전, 면역체계 변화 등 어떤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 감염병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이 코로나19를 빨리 끝내는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3 집단감염에 더운 날씨까지 ‘이중고’: 창문 닫고 에어컨 켜되 마스크 철저히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서울시는 5월13일부터 혼잡한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날이 더워지면서 숨 쉬기가 어렵고 땀도 차서 마스크 착용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정부는 KF90 이상 마스크 대신 KF80·덴탈·면 마스크를 착용해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교수는 “무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 곤란 등 무리가 느껴진다면 마스크를 잠시 벗고 다른 사람과 최대한 간격을 두면 된다. 다만 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육활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체육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벗어야 하고 사람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밀폐된 실내에서는 여전히 감염 우려가 크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은 필수”라고 당부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학교, 식당과 커피숍, 버스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에어컨을 작동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러나 5월7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에어컨 작동이 코로나19 전파 위험도를 높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 우한을 방문한 확진자가 1월24일 중국 광저우의 한 식당에서 식사한 후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그 식당은 식탁 사이에 1m 이상 간격이 있었지만 창문이 없고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었다. 무증상 감염자의 비말이 에어컨의 영향으로 다른 사람에게 옮겨간 것으로 분석됐다.

기침이나 재채기 또는 대화를 통해 나오는 침방울은 1~2m 이동하다가 중력의 영향으로 바닥에 떨어진다. 방역 당국이 사람 간 2m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에어컨 바람이 불면 비말이 더 멀리 이동할 수 있다. 김우주 교수는 “대개 실내 에어컨이 입식이고 펜이 냉기와 함께 바람을 수평으로 강하게 뿜기 때문에 비말이 3~4m 이상 멀리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곧 등교를 앞둔 학생과 교직원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교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데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더위 때문에 마스크나 얼굴을 자주 만지면서 감염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5월6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판단으로는 환기를 자주 하면서 에어컨을 사용하는 방안이 있다. 중국 연구는 한 식당의 사례를 분석한 것인데 그 식당도 에어컨을 틀었지만 창문이 없어 환기를 안 했다. 에어컨을 쓰더라도 충분히 환기하는 것으로 예방하는 게 필요하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사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주의사항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5월7일 ‘학교 방역 가이드라인 수정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든 학교는 건물 창문을 개방해 환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실내 온도가 높아지면 모든 창문을 3분의 1 이상 열어둔 상태에서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다.

김우주 교수는 “무더위에 에어컨을 켜야 하는데 교실에서 창문을 열고 환기하면 냉방효과가 떨어지고 소리도 심해 학업에 집중하기 힘들 것 같다. 차라리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사용하되 바람을 약하게 하고 방향을 아래로 향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또 쉬는 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해야 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고 손세정제를 휴대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된다. 틈만 나면 손을 씻는 생활습관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한달 뒤 6500명 될 수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 한 달 후 6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 발견된 클러스터 규모로 봐서 이미 한 달 전 또는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단지 지금 발견한 것이다. RO(기초감염재생산지수)를 3, 평균 잠복기를 4~5일로 가정하면, 인지하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하면 1명 감염자에서 16~20일 후 81명이 되고 32~40일 후에는 약 6500명이 된다. 그리고 다시 5일 후에는 1만9000명이 된다. 1차 유행(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보다 장기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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