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벤츠, 간격 좁히는 BMW
  • 최창원 시사저널e. 기자 (chwonn@sisajournal-e.com)
  • 승인 2020.05.21 08:00
  • 호수 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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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선두 벤츠 턱밑까지 추격한 BMW…1년 만에 양사 점유율 격차 18.2%p→7.1%p

지난해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 수요가 24만4780대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해 170.2% 증가한 수치다. 2015년 수입차 시장 수요가 처음으로 20만 대를 넘어선 이후 수입차 시장 규모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도 수입차 시장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수입차 업체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늘어난 7만7614대에 달했다.

늘어난 수입차 시장 수요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이끌었다. 2016년 처음으로 BMW코리아를 제치고 수입차 시장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벤츠코리아는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였다. 경쟁자인 BMW코리아가 연이은 차량 화재 사건으로 주춤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코리아는 독주 체제를 굳히는 듯했다. 지난해 벤츠코리아는 7만8133대를 판매했다. 이는 국내 완성차업체 한국GM의 내수 판매량(7만6471대)을 넘어서는 수치다. 벤츠코리아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30%를 돌파했다.

경영진 교체 시기에 나온 ‘배출가스 조작’ 의혹

독주하던 벤츠코리아에 악재가 터졌다. 지난 5월6일 환경부는 벤츠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 사실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2018년 6월 독일 교통부에서 먼저 제기됐다. 이후 해당 차종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 실도로 조건 시험 등을 통해 불법 조작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5월7일 벤츠코리아에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했다.

환경부가 문제 삼은 차량들은 2018년 5월에 모두 생산이 중단돼 현재 판매 중인 신차와는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브랜드 신뢰도 하락에 따른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 BMW 사례를 생각하면 신뢰도 하락은 충성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BMW코리아는 각각 디젤게이트, 차량 화재 사건 이후 실적이 급감한 바 있다.

경영진 교체 시기에 이 같은 악재가 터졌다는 점도 벤츠엔 고민이다. 벤츠코리아는 최근 실라키스 사장이 한국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본 하우버 메르세데스 벤츠 스웨덴 및 덴마크 사장이 8월1일 신임 사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출가스 조작 혐의가 제기된 시점이 재임 시기와 겹치면서 실라키스 사장은 임기 막판까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선 출국금지 이후 조사를 받게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조작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환경부는 벤츠코리아가 고의성을 갖고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것인데, 만일 고의성이 있었다면 생산이 중단된 차량에 대해 자신들이 스스로 리콜 요청을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2018년 11월 일부 차량에 자발적 결함시정(리콜) 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벤츠코리아는 환경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환경부 조사에 적극 협조해 왔으며 앞으로도 협조해 나갈 방침”이라면서도 “환경부 발표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배출가스를 둘러싼 환경부와 벤츠코리아의 소송전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7년 환경부는 벤츠코리아에 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위반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2011~16년 판매한 19개 차종에 장착된 점화코일, 변속기 등 일부 부품이 앞서 인증받은 제품과 다르다는 이유였다. 이후 벤츠코리아는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정상궤도 진입한 BMW, 왕좌 탈환 시동

벤츠코리아가 악재를 겪는 사이 BMW코리아는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BMW코리아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상승했다. 2018년 디젤 엔진 결함으로 인한 주행 중 화재사고 이후 BMW의 점유율은 10% 중후반대에 머물렀다. 2017년 12월 33.3%에 달하던 점유율은 2019년 들어 16.9%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2월부터 차례대로 22.7%, 23.6%, 22.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정상궤도에 진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BMW코리아의 정상궤도 진입을 두고 업계에선 ‘지속적인 신차 투입’이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한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신형 X1·X2·X6, 8시리즈 등을 출시했고 올해도 1시리즈, 2시리즈 등 신차를 선보였다. BMW코리아는 연내 볼륨 모델인 5시리즈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과 쿠페형인 4시리즈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점유율을 회복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이미지 쇄신을 위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최근 BMW코리아의 연이은 스포츠 마케팅에 주목한다. 지난 4월 BMW코리아는 SK텔레콤의 자회사 e스포츠 전문기업 T1의 공식 후원사가 됐다. 지난달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결승전에선 T1 유니폼에 새겨진 BMW 로고가 화면에 잡혀 이목을 끌기도 했다. e스포츠 시장 조사업체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LCK 스프링 리그의 경기당 평균 시청자 수는 22만6000명이다. 결승전 경기에선 최고 시청자 수 107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BMW코리아는 5월에도 공식 딜러사인 바바리안모터스를 통해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와 공식 후원계약을 맺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업체가 스포츠 부문에서 마케팅을 진행하는 건 국내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화재 사건 이후 재도약이 필요했던 BMW가 좀 더 폭넓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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