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새우등 터진 WTO…사무총장 돌연 사임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5.15 09: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 공식임기 1년 앞당겨 조기 사임 발표
G2 갈등, 미국 압박 등이 영향 끼쳤을거란 분석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 세계무역기구 홈페이지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 세계무역기구 홈페이지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14일(현지 시각) 갑작스런 조기 사임 계획을 밝히면서 WTO가 혼란에 빠졌다.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의 무역갈등이 재점화 되는 시점에 나온 결정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이날 "여기 제네바에 있는 아내와 딸, 브라질에 있는 가족과 오랜 논의 끝에 결정을 내렸다"면서 8월 사임하겠단 뜻을 밝혔다. 그는 "이것은 개인적인 결정이고 가족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공식 임기는 2021년 9월까지였다. 

그는 사임 발표 직후 블룸버그 통신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고국인 브라질에서 정치 경력을 쌓기 위해 물러나는 것은 아니며, 사임 결정은 전적으로 WTO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사무총장 선거와 내년 6월 또는 연말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각료회의(MC12)가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 사임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통상 WTO의 차기 사무총장 선거는 현 사무총장의 임기 만료 직전 해 12월에 후보 접수를 시작으로 이듬해 1∼3월 선거 운동, 4∼5월 선호도 조사 등의 단계를 거쳐 5월 말 내정자를 결정한다. 업무 시작은 9월1일부터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현재 상황으로는 MC12가 2021년 중반이나 그해 말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중반에 열릴 경우 선거 일정과 겹치게 돼 "MC12의 준비 작업에 부담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퇴 고려 시 타이밍에 대한 고려가 마음에 걸렸다"면서 "(차기 사무총장) 선발 과정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할수록 더 좋다는 것이 내 결론"이라고 전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사임 발표는 전날까지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TO 사무국 내부나 회원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진행된 화상 대표단 회의도 그의 중도 사임 계획을 알리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급박하게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교역이 중단되고, 대량 실업과 경기침체가 극심한 상황에 WTO 수장의 사임 결정이 나오면서 각국은 혼란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봉합되는 듯 보였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코로나19 책임 공방을 빌미로 다시 불붙자, 이 때문에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조기 사임 카드를 꺼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WTO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상소 기구는 미국의 상소 위원 선임 반대로 지난해 12월부터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CEPII 싱크탱크의 세바스티앙 장 대표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시스템이 매우 불안정화하기 시작했다"면서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사임 발표는) WTO에 매우 좋지 않은 때 나왔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경제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 국제 무역을 관장하는 WTO 수장이 떠나게 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