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결정했지만…통합당·한국당 내부서 ‘미묘한 기류’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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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 합의했지만 일정 결정 못 해
원유철 한국당 대표 “합당 제 마음대로 못 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합당하기로 결정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합당한다는 입장만 확인했을 뿐, 합당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 결정하지 못해서다. 총선 참패로 오히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흡수합당’이 아닌 ‘당대당 통합’이라는 주장이 한국당 측에서 나왔다. 합당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 역시 “합당을 제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며 합당 과정에서 한국당이 상당한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을 선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을 선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주호영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과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14일 오후 국회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합당 추진, 합당 논의 수임기구 구성,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공동 노력’ 등 3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양 당이 합당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합당 시기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 합당의 관건은 21대 국회가 출범하기 전까지 통합하느냐 여부다. 주호영 대행도 “하여튼 최대한 빨리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 측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합당이 중심”이라고 하면서도 “합당 과정에서 필요한 일들을 해나가겠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서는 “가급적 (합당을)빨리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법적인 절차가 있고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 민주정당인 만큼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합당을 하려면 당명이라든가, 당선인의 상임위 배분이라든가, 사무처 직원 배치 등을 합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합당 과정에서 ‘흡수통합’이 아니라 ‘당대당 통합’을 전제로 한 뒤 ‘합당 협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통합당과 한국당의 통합은 원래대로라면 전혀 복잡하지 않다. 통합당을 전국위원회 의결을, 한국당은 최고위원회의 의결만으로 합당을 할 수 있다. 현재 통합당은 절대다수가 합당에 찬성하고 있다. 한국당만 입장을 확실히 정하면 21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합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입장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면서 다음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합당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합당을 하지 않고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총선 참패 이후 한국당의 몸값이 높아져버렸다. 오히려 통합당에서 끌려가는 모양새가 된 측면이 있다”며 “통합은 국민적 약속이라 하게 될텐데, 그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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