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사위원장’ 쟁탈전…21대 국회 시작 전부터 ‘충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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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그동안 야당 가져간 관례, 따르지 않을 것"
통합당 "거대여당 독주 막을 유일한 방법"

21대 국회 본격적인 원 구성을 앞두고 여야의 관심은 온통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쏠린 양상이다. 여야 지도부 모두 법사위원장 자리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21대 국회 양당 초대 원내 지도부들 간의 첫 번째 충돌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사위는 국회법 86조에 의거, 국회에서 발의되는 모든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고 있다.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이 헌법 또는 기존의 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법률로서 미비점은 없는지 등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다시 한 번 살펴보기 위함이다.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그동안 이러한 역할이 정치적으로 활용돼, 법사위원장 선에서 상대 당의 법안 처리를 지연 또는 무산시키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어왔다. 이 경우 아무리 다수당이라 하더라도 법안 하나 처리하기가 어려워진다. 실제 20대 국회에서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한국당과 합의 없이 처리한 법률은 법적 근거가 허용하는 한 각 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직접 밝히며 여당이 밀어붙인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도 했다.

그 때문에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선 또 하나의 핵심 요직인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비롯해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를 미래통합당에 내주더라도 법사위원장 자리만큼은 반드시 수성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수처법 등 20대 국회에서 야당 반발로 완수하지 못한 개혁입법들을 속도감 있게 밀고 나가기 위해 법사위의 원활한 운용이 필수적이란 판단이다. 법사위가 정부·여당의 중점 개혁 대상인 검찰과 법원행정처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는 것도 큰 이유다.

 

이번에도 법정 시한 내 원 구성 힘들듯

이전에도 국회 원 구성 때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은 늘 있어 왔다. 17대 국회부턴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일종의 관례처럼 이뤄져 왔다. 여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엔 여당에서 “관례는 관례일 뿐”이라며 이번만큼은 이를 결코 따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법을 고쳐 법사위 문턱을 높여 온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도 하다. 김 원내대표는 “체계·자구 심사는 실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 운영해도 아무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당장 통합당은 이러한 민주당의 제안에 반대하며 법사위원장 자리 사수에 총력을 펴고 있다. 177석 거대 여당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법사위 사수뿐이란 판단에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은 늘 야당이 맡아왔다. 양보할 수 없다”면서 “국회 통과 법안 중 위헌법률이 1년에 10건 넘게 나오는 상황에서 체계·자구 심사까지 없애면 위험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회법에 따라 18개 상임위 위원장은 6월8일까지 모두 선출돼야 한다. 사실상 국회 개원 후 열흘 내에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3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원 구성에는 평균 41.4일이 걸렸다. 특히 전반기(평균 47.5일)가 후반기(35.3일)보다 더 합의에 오랜 시간을 들였다. 그 때문에 이번 원 구성 역시 법이 정한 시일 내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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