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곱버스’ 문턱 높아진다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5.1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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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지수 상품 베팅하는 개미 늘자 제한 강화…투자 전 교육 받고 예치금 맡겨야
유가증권시장에서 15일 하루 거래량 상위 1~2위 종목이 모두 코스피 파생상품으로 나타났다. ⓒ 네이버 금융
유가증권시장에서 15일 하루 거래량 상위 1~2위 종목이 모두 코스피 파생상품으로 나타났다. ⓒ 네이버 금융

주가 지수가 오르내릴 때 그보다 ±2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레버리지·인버스형 파생상품 투자, 이른바 ‘곱버스’의 문턱이 높아진다. 앞으로는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증권사에 일정 금액을 예치한 개인 투자자만 이들 상품을 살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기본예탁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증권사에 일정 금액 이상을 예치해, 투자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투자자만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으로 사전 교육도 이수해야한다. 이들 파생상품이 가진 의미와 기초 지수와 상품간 괴리율을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조치다.

이들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는 괴리율을 관리해야 한다. 이들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와 ETN의 주가가 기초 지수와 유사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야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투자자금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그것이 어려워졌다.

개인투자자들이 부르는 매도, 매수 가격을 실제 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려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해당 상품을 보유하고 이에 대응하는 거래를 해야 한다. 괴리율은 실제 지수와 상품 가격의 움직임이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금융위는 앞으로 국내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에는 6%, 해외 기초자사의 경우 12%를 넘으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면 개인이 부르는 가격이 아니라 정해진 단일 가격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

괴리율이 정상 회복되지 않으면 거래가 정지된다. 괴리율이 지나치게 커지면 상장을 폐지하고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안도 허용된다. 또한 앞으로 증권사는 개인 투자자의 주문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상장 ETN의 20%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를 위반하고 괴리율을 유지하지 못하는 증권사는 신규 상품 상장을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조치는 최근 파생상품 투자가 늘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위험이 지나치게 높다고 본 것이다. 최근 주가 지수와 원유 가격이 크게 요동치면서 레버리지형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크게 늘어났다. 작은 투자 금액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주식 시장과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인버스와 레버리지를 오가면서 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전체 ETN 시장에서 레버리지형이 차지하는 거래 비중은 올해 1월 78.3%에서 4월 96.2%로 늘었다. 레버리지 ETF 거래비중도 올해 1월에는 38.1%였지만 4월에는 63.5%가 됐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특정 지수를 기초 상품으로 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 ETF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1% 오르면 주가가 1% 오르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지렛대를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이름 붙여진 레버리지형은 지수 변동 폭의 2배만큼 움직인다. 인버스형은 기초 지수가 오른 만큼 떨어지고, 떨어진 만큼 오르는 반대로 움직인다. 인버스형과 레버리지가 결합된 파생 상품도 있다. 기초 지수가 떨어진 폭의 2배 수익이 나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를 곱버스(곱하기+인버스)라고 부른다.

이 같은 조치는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으로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은 7월부터,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9월 이후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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