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주식투자 기준도 달라져야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4 13:00
  • 호수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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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금융] ‘언택트’라는 새 물결에 올라타라

코로나19 확산으로 급락했던 국내 주가가 많이 회복됐다. 이제는 단순히 낮은 가격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상황은 끝났다. 실적이든 장래성이든 투자자들에게 내세울 것이 있어야만 상승 대열에 낄 수 있다. 현재 주식시장은 종목별로 보면 둘로 나뉜다. 하나는 대형주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과거 업종 대표주로 꼽히던 주식들이 여기 속한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다수 종목의 주가가 최고점 대비 절반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실적이 나쁜 건 아니다. 1분기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쳐 시장의 우려보다 양호했다. 지난 몇 년간 실적도 사정이 비슷해 포스코가 10년 전과 비슷한 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LG전자도 3조원대의 이익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만 6조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이익이 안정적이었음에도 주가가 하락했다.

다른 하나는 중소형주다.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코스닥 시장이 코로나19 발생 전 수준으로 올라왔다. 주요 시장 중 유일하다. 나스닥이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질병 이전에 비해 주가가 10% 정도 낮다. 중소형주는 질병으로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우리 의료체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바이오 주식이 상승했다. 본격적인 확산기에 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공격적인 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적극 찾아내 감염을 다스리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국내외 모두에서 우리 방역체계와 바이오 업계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언이 더해져 재료를 통한 주가 상승도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한국형 뉴딜 정책을 내놓은 것도 중소형주에 유리하다. 중소형주 테마가 정부 정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여력이 많지 않다.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우세한 상황

그래서 정부가 미래 산업을 정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 개발을 돕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런 정부의 정책 방향이 중소형주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지금 시장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우세한 상황이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중 어떤 쪽을 택할 것인지를 정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얼마만큼의 수익률과 위험을 짊어질 것인가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 6개월 이내에 20%를 넘지 않는 수익을 올리는 대신 위험을 작게 하고 싶으면 대형주를 선택해야 한다. 주가가 낮아 상황이 조금만 개선돼도 목표한 수익률을 얻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에 위험을 안는 대신 오랜 기간 투자해 큰 수익을 보고 싶으면 중소형주를 선택하는 게 좋다. 모두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으로의 기술 발전을 감안한 핵심 부문만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비대면(untact) 관련주다.

질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자 여러 나라가 외국인 입국을 통제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질병이 창궐하는 지역을 폐쇄한 사례가 있었다. 극단적 경우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스스로 타인과 접촉을 꺼렸다. 이런 변화 덕분에 코로나19로 대부분 업종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동안에도 언택트 관련주는 반대로 올랐다.

언택트라는 개념은 무인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이 개념도 발전해 접촉(contact)을 피할 수 있는 모든 품목으로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언택트 산업의 대표로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이커머스, 온라인 교육, 원격의료 등을 꼽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언텍트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커진 건 코로나19가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미국 시장에서 비대면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대표적인 예다. 아마존은 시장이 하락을 끝내고 반등을 시작하는 초기에 이미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G마켓, 옥션, 11번가를 포함한 13개 온라인쇼핑 업체의 3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3%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분기 이후는 그 경향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당분간 플랫폼 기업의 강세 이어질 전망

언택트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구조적으로 굳어져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의 효용성이 입증됐고, 사회 발전 추세와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언텍트를 뒷받침하는 IT 부문이 빠르게 발전해 기술 문제가 해소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언택트는 비교적 탄탄한 기반 위에 있는 테마니만큼 생명이 길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기업도 주목해야 한다. 플랫폼은 많은 이용자가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모바일 앱, 웹사이트를 뜻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곳이 플랫폼 기업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세계 최고 기업들이 모두 플랫폼 기업이다. 애플은 아이폰의 소프트웨어를 좌우하는 앱을 외부 자원을 통해 해결하고 있고, 아마존은 처음부터 물건을 사고파는 걸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 사정도 비슷하다. 삼성전자 역시 필요한 앱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제공받고 있으며, 네이버는 검색엔진만 제공할 뿐 스스로 내용을 만들지는 않는다.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직접 만든 물건을 가지고 고객을 찾아 나서는 과거 형태 기업들의 위상은 약해졌다. 월마트가 아마존에 밀리고, 포스코와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네이버에 뒤처진 게 대표적인 예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았던 노키아도 앱 개발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폐쇄성을 벗어나지 못하다 스마트폰 업계에서 밀려났다.

플랫폼 기업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사업 영역을 무한정 늘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이 서버 증설만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사업을 하는 게 그 예다. 과거 같았으면 이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세계 여러 곳에 땅을 사서 백화점을 지어야 했다.

종목이 변화의 핵심에 있느냐 아니면 곁다리에 있느냐는 투자의 성과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핵심에 있으면 세상이 완전히 변할 때까지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곁다리에 있으면 핵심 종목들이 최고 상태에 도달할 때 조금 쫓아가는 정도에 그친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세상에 맞는 종목을 고르는 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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