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형통 '소독필증' 부산교육청 ‘깜깜이 방역’ 우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승준기자 (sisa527@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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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약품 방역방법 천차만별
방역효과 검증 뒤따라야 지적

‘코로나19’로 80여일간 연기됐던 각급 학교의 순차적 등교개학을 앞두고 부산교육청이 방역업체가 발행하는 '소독필증'만 믿고 약품의 주 성분 파악이나 방역효과 검증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소흘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교육청은 산하 1055개의 일선 학교 및 교육기관별로 긴급예산을 편성해 지난 2월부터 한 차례 이상 추가방역을 실시했다. 부산교육청의 학교방역 체계는 학교별로 선정한 업체가 방역작업을 실시한 후 결과보고를 하고 추후 비용을 지원받는 ‘선방역 후지원’ 방식이다.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교육청

문제는 2월에 최초 방역을 실시한 학교와 개학 직전에 방역을 실시하는 학교는 약효의 잔존성 및 살균정도 등에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선방역 후지원’ 체계를 유지하다보니 추가 방역 대상 학교가 몇 곳인지, 필요한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교육청은 지난 3월 1663억원의 코로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마스크, 체온계 등 방역물품을 확보하고 학생수 200명 이상 학교에는 열화상 카메라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예산 가운데 실제 방역과 소독에 투입된 금액이 얼마인지는 현재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방역에 사용되는 소독약품의 성분도 문제다. 환경부에서 권장한 약품과 식약처에서 승인한 약품이 엄연히 다른데도 교육청은 환경부 등록 75개 약품이라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돼야 사용승인을 하는 반면 환경부는 유효성에 주안점을 두고 사용권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산화수소의 불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과초산 혼합액은 소독 후 남아있는 냄새가 구토 및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식약처 허가품목에서 제외됐지만 환경부 권장품목에는 여전히 남아있다.

차아염소산수의 경우 일선 방역업체들이 모두 효과를 인정하는 약품이다. 하지만 단가가 높아 실제 방역 현장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한 방역업체 대표 A씨는 “차아염소산수를 주 원료로 사용하면 최소 100배 이상의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낸다.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제대로된 방역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방역효과에 대한 검증이다. 어떤 약품을 주로 사용해 어떻게 방역작업을 했는지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아무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방역한 장소에 ‘소독필증’ 하나만 게시하면 만사형통인 셈이다.

방역전문업체 종사자 B씨는 "대부분의 일선 학교(유치원 포함)는 형식적인 바닥소독을 한 후 ‘소독필증’만 걸어놓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교실과 식당, 기숙사 등과 같은 밀집공간은 방역작업을 하고 난 뒤 반드시 살균정도를 과학적 계측장비로 측정해 방역효과에 대한 실효적 검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실검증 우려와 관련해 부산교육청은 “학교와 함께 감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코로나19와 별도로 진행하는 연 4회 정기방역에서 최근 5년간 지적사항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혀 그간 실효성 있는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학교와 달리 까다로운 검증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방역업체들에 따르면 병원이나 소방서의 경우는 방역 전후의 살균정도에 관한 보고서를 소수점이하 여섯 자리(6log)까지 정확히 요구하고 있다. 계측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방역효과 검증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부산교육청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학교 방역과 관련해 나명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교육당국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약품을 사용해 몇 회에 걸쳐 작업을 했는지, 그 결과 살균효과가 어느 정도 개선됐는지 등을 정확히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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